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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잊기 위해, 잊혀지게 하기 위해 '가장 으슥한 곳에…'

입력 2015-07-14 21:49 수정 2015-07-1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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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가장 으슥한 곳에'

오늘(14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말입니다.

서울 강변북로 한가운데. 그곳은 걸어서 가기 어렵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달리는 차 사이를 지나야 한구석에 세워진 위령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위령비 이야기입니다.

거짓말처럼 백화점이 주저앉은 사건. 삼풍 참사의 추모 공간은 어디에 있을까요?

사고 장소에 추모 공간을 세우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시민의 휴식공간이다" "인근 집값이 떨어진다" 각자의 셈법에 따른 거센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가장 으슥한 곳에'

서초구청은 이런 답변을 내놓은 뒤에야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삼풍의 기억은 사고 장소와 상관없는, 한참이나 떨어진 양재시민의 숲 뒤편 으슥한 곳으로 옮겨가게 됐습니다.

제주로 수학여행 떠난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한 지 1년을 훌쩍 넘겨. 봄이 가고 여름이 왔습니다. 가족들의 부러진 일상 또한 계속되고 있지요. 오늘은 가족들이 광화문에 천막을 펼친지 꼭 1년째 되는 날입니다.

일부 시민들은 편치 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혹은 "내가 좀 살아야겠으니" 자리를 비워달라 혹은 옮겨달라는 겁니다.

가족들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제가 '이제 세월호 얘기가 지겨우십니까?'라고 여쭤봤던 것이 작년 10월 16일. 세월호 참사 6개월째가 되던 날이었습니다.

솔직히 또 세월호 얘기를 꺼내는 것이 마음 한구석에서 두렵기도 합니다. 아이들 수백명이 바다에 묻혔어도 정파로 나뉘어서 싸우고, 해괴한 이념논쟁까지 끼어들었던 기억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다시 꺼냅니다.

0원. 출범한 지 반 년이 넘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지금까지 집행된 예산입니다. 실종자들을 그대로 품고 있는 세월호는 지금도 바다 깊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가족들이 잡을 수 있는 마지막 끈은 지금 남은 이곳 광화문. 기억의 공간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재의 반추 : Reflecting Absence"

뉴욕 시내 한복판. 911테러로 두 개의 빌딩이 무너진 바로 그 자리에 만들어진 거대한 두 개의 연못입니다.

미국은 가장 값비싼 지역,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그곳을 기억의 공간으로 조성했습니다. 시민들은 그 결정에 동의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지요?

가장 으슥한 곳에. 잊기 위해. 혹은 잊혀지게 하기 위해.

오늘 앵커브리핑의 키워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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