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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은 거수기? 회의록으로 본 주먹구구식 사면

입력 2015-07-1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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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실 우리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사면은 재벌총수나 대통령 측근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 인식돼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방금 보도해드린 사면심사위원회가 생긴건데 사실상 법무부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탐사플러스에서 이 문제 집중적으로 보도해드리겠습니다.

박소연, 윤샘이나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기자]

[(천신일씨에요?) 네, 병원 빨리 가야 합니다.]

[최시중/전 방송통신위원장 : (특혜사면이라는 논란이 있습니다) 내가 언급할 성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정하/청와대 대변인 (2013년 1월 29일) : 대통령 권한 남용이 아니라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권한 남용이라는 논란이 제기되자 정부는 2008년 사면심사위원회를 만들어 이를 견제해 왔습니다.

이 위원회에선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취재진이 입수한 회의록을 통해 재구성해봤습니다.

+++

대기업 오너들이 줄줄이 사면 심사 대상으로 오른 2008년 8월 회의입니다.

한 심사위원이 "이미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특혜를 입는 경우가 있는데 사면을 해주면 이중 특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다른 위원도 "권력 남용에 해당된다는 의견도 있다"고 발언합니다.

경제인 사면이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법무부 차관이 표결에 부치자고 합니다. 그러자 회의장이 조용해집니다.

"부정적인 의견이 있냐"고 재차 물어도 위원들은 입을 열지 않습니다.

이 회의를 통해 대기업 회장 3명을 포함한 사면 대상자 4만 9천여 명은 심사를 전원 통과했습니다.

당시 정몽구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형이 확정된 지 불과 석 달도 되지 않았습니다.

[전 사면심사위원회 위원 : 그야말로 의견 개진이지. 어떤 구속력 있는 결정을 하는 위원회가 아니었어요.]

2009년 12월에는 이건희 회장만을 위한 단독 사면 심사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전 사면심사위원회 위원 : 통치권자의 의중이 어느 정도 담겼다고 우리가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가 어렵죠).]

[임지봉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 (사면심사위원회가) 일종의 들러리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사면심사위원들의 황당한 발언도 눈에 띕니다.

생계형 범죄를 대상으로 사면을 심사한 2009년 8월 회의입니다.

법대 교수인 한 위원이 "뇌물수수도 생계형 범죄"라며 "사면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발언합니다. 다른 위원도 "형님, 동생하다 명절 때 얼마 받다 보면 액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동의합니다. "조직적으로 받은 사람은 잘 안 걸리고 어쩌다 한 번 뇌물 먹고 걸릴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다른 위원은 목사 12명이 사면 대상자로 선정된 점을 지적하며 "목사님만 용서
해주고 스님은 용서 안 하나요"라고 되묻습니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사면 절차나 대상자 선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느낄 때가 있지만, 5년 동안 비밀 유지 각서를 쓰기 때문에 외부에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한다고 토로합니다.

[전 사면심사위원회 위원 : 전 진짜 얘기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사인했으니 어떡하겠습니까.]

사면심사위원회는 지난해까지 모두 8차례 열려 6만8천여명을 심사했습니다.

이중 부적정하다고 판단한 건 단 2명에 불과합니다.

출소를 하루 남겨 사면 의미가 없거나 성폭력 범죄자였습니다.

일단 사면 대상에 오르면 심사는 무난히 통과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 사면 대상자에 선정되기 위한 로비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윤샘이나 기자가 사면을 둘러싼 지하시장 의혹을 추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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