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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값에 비해 공임은…"우린 노동자" 거리로 나온 제화공들

입력 2018-09-14 09:33 수정 2018-09-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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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4일) 밀착카메라는 수제신발을 만드는 사람들의 얘기를 담았습니다. 몇십만원짜리 구두 한켤레를 만드는데 받는 공임비가 만원 정도라 논란이 된바 있고, 그래서 조금 오르기는 했는데 아직 달라져야할 부분들이 많다고 이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윤재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맞춤 구두부터 유명 브랜드 제품까지 가지각색의 수제화 가게가 모여 있는 서울 성수동 거리.

이 수제화들을 만드는 제화공의 하루는 보통 새벽 5시부터 시작됩니다.

[제화공 : (원래 이 시간에 출근하세요?) 그렇죠. 이렇게 일찍 와서. 퇴근요? 보통 (밤) 12시. 시간이 모자라요.]

공장에 출근한 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종일 손이 쉴 틈이 없습니다.

가죽 모양을 따라 테이프를 붙이고, 구두 모양 틀에 망치질을 해 굽을 답니다.

구두의 외피를 자르고 모양을 잡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이렇게 구두 한 켤레가 만들어집니다.

평균 1시간 정도 걸리는데요. 제화공들은 신발 한 켤레를 만들 때마다 공임비를 받습니다.

이들이 만드는 신발은 한 켤레에 수만 원부터 수십 만 원에 달하지만, 공임은 1만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올초 탠디 등 일부 회사의 제화공들이 파업하며 논란이 제기되자, 공임비가 소폭 인상된 상황.

하지만 제화공들은 여전히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한 대기업 하청 공장에서 일하던 제화공들은 지난달 말부터 거리로 나왔습니다.

한 켤레 30만 원이 넘는 구두 공임비를 기존 7000원에서 8500원으로 올라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최경진 (38년 경력 제화공) : 본인들도 우리가 장인이래요. 그런데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서 40만원 50만원 이렇게 받으면서 우리의 처우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공장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파업 중인 제화공 중 13명이 2주 전까지 일하던 공장인데요.

지금 재봉틀은 멈췄고 텅 빈채 일하던 흔적만 남았습니다.

결국 하청업체 측은 본사와 논의해 공임비를 8500원으로 1500원 인상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주동수/하청업체 사장 : 저희도 을의 입장하고 같습니다. 임금은 충분히 회사(원청)한테 얘기를 전달했고. 회사에 복귀해가지고 같이 일했으면 좋겠어요.]

제화공들은 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4대 보험과 퇴직금 등 기본 노동권을 보장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애초 노동자였던 제화공의 지위가 개인사업자로 바뀌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무렵입니다.

당시 제화업체들이 제화공과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소사장제'를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오치달/40년 경력 제화공 : 내 마음속에는 내가 사장이란 생각이 추호도 없어요. 나는 그냥 40년 전부터 일하던 노동자였고, 내 밑으로 누구를 고용한 적도 없고.]

본사 측은 당장 해결은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본사 :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은) 저희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해결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하지만 법정도 제화공들의 노동권을 일부 인정한 상황.

제화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낸 제화공들이 지난해 재판에서 승소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홍노영/40년 경력 제화공 (퇴직금 소송 승소) : 간암 진단을 받으니까 일을 못 하잖아요. 업주한테 '치료비하게 생각 좀 해줘라' (그랬더니) '니네 개인사업자인데 무슨 퇴직금 받을 자격 있냐'고…]

당시 재판부는 '제화공들이 형식적으로는 도급 계약의 당사자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십 만 원짜리 구두 한 켤레를 만들고 이들은 1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법니다.

그마저 4대 보험은 꿈도 못 꾸고 퇴직금마저 소송으로 받아내야 합니다.

이것이 수십 년 한 기술을 닦은 제화공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일까요?

(인턴기자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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