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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최악의 리조트 붕괴 참사…악몽은 이제부터

입력 2014-02-27 09:20 수정 2014-02-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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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7일 발생한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내일(28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데요. 무엇보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의 상처가 걱정입니다.

정부가 이들을 위한 심리치료도 진행한다고 하는데, 제 때 치료가 잘 돼서 충격이 마음의 상처가 돼서는 안될 텐데요, 오늘 긴급출동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7일 발생한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

[사고 피해 학생 : 뒤를 보면서 뛰어가는데 이미 다 무너지고 있었어요. 나는 그냥 여기서 죽는구나… 눈앞에 다른 친구들이 도와달라고 손짓하고… 비명이라든지, 다른 친구들이 눈에 보여서… 참혹하고 참담했죠.]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난 지금, 피해 학생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사고 피해 학생 : 어느 건물이든지 들어가면서 천장 먼저 보게 되고 옆에 지지하는 그런 게 없으면 일단 못 들어가겠고, 그때 봤던 광경들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그때 들었던 소리가 가끔 들리기도 하고요. (아파트) 위층에서 뭔가 끌고 가면 소리 들리는데 심하면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건물 밖으로 뛰어 나가고 싶은 충동까지도 느낄 때가 있고요.]

전문가는 피해 학생들의 불안 증세가 외상 후 스트레스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심민영 팀장/국립서울병원 심리적 외상관리팀 : 초반에는 누구든지 그런 강한 충격을 받는다면 부정적인 감정이라든지 일시적인 불면증, 집중력의 곤란,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현상들이 1개월 후까지 지속된다면 그때 저희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로 발전 할 경우 그 치료는 쉽지 않습니다.

[유범희 교수/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일반적으로 흔한 경우는 사고가 나고 나서 대개 몇 달 이내에 증상 발생하고 그게 한번 증상이 생기기 시작하면 잘 안 나아요. 어떤 분들은 심지어는 수십년에 걸쳐서 가는 경우도 있고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생존자인 박민석 씨.

당시 35세였던 그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민석(가명)/삼풍백화점 참사 생존자 : 건물이 있을 때 무슨 백화점을 간다거나 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해요. 그러면 이제 그것도 진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죠. 신경정신과 약도 먹으면서 치료도 받았어요. 3년에서 5년 정도 (병원에) 간 거 같아요.]

적극적인 치료를 한 결과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리조트 강당 붕괴 사고로 머리에 큰 부상을 당한 이훈협 군.

[이훈협/사고 피해 학생 : 다친 거만 생각하다 보니까 지금까지도 (사고 당시가) 생각나거나 그런 건 별로 없어요. (심리상담 이런 거 받아봤어요?) 그런 거 해보라고 하는데 딱히 그런 거 못 느끼고 있어서…]

사고 후 불안장애 같은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어도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사고 피해 학생 :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아서 가기 무서워하는 애들도 있고, 정신적인 치료 받았다는 기록이 남으면 아직 젊은 아이인데 사회생활하는 데 문제 있다고 해서 가기 꺼리는 애들도 있는데.]

사고 충격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발전하지 않으려면 사고 조기치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유범희 교수/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환자가 적극 호소하기 전에는 사실은 잘 모를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병이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상당히 심해졌을 가능성도 있고 그 다음에 병 자체가 심한 경우에는 대개 일반적인 약물치료를 많이 하는데 약물치료를 해도 충분한 효과를 보이지 않는 환자가 많고요. 병 자체가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요.]

사고 발생 당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사고가 난지 11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받고 있다는 한 남성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김순복 씨의 아들은 2003년에 일어난 대구 지하철 참사의 생존자로 사고 당시 부산외대 학생들과 같은 또래였습니다.

[김순복/대구 지하철 사고 생존자 어머니 : 소리 지르는 걸 귀로 다 듣고 넘어져 있는 사람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지만 밟고 나오고 이런 과정에서 너무 충격이 크니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엄마 어떻게 해. 사람 못 구해서 어떻게 해'하면서 울기도 하고 자다가도 일어나서 불 끈다고 큰 그릇을 가져다가 물을 침대 위에도 붓고, 침대 밑에 그릇째로 던져가지고 그릇 다 깨지고 그 그릇 깨진 것을 밟고 다니고 해서 발을 다치고 그랬었어요.]

김 씨의 아들은 병이 진행된 후에서야 치료를 시작해 쉽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좀 더 일찍 증상을 알아차렸더라면 아들이 가진 마음의 병이 더 깊어지지 않았을 거라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대학 생활의 첫 걸음에 원치 않은 사고를 경험했던 학생들.

[사고 피해 학생 : 혼자 못 있겠어요. 그때 봤던 광경들이 눈에 떠오르고…시간을 되돌리고 싶죠, 제발.]

끔찍했던 사고를 당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학생들이 이제 마음의 상처를 치유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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