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마지막 월세 내고 떠난 세 모녀…안타까운 뒷이야기

입력 2014-02-28 12:36 수정 2014-02-28 17:2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방송 : JTBC 정관용 라이브 (11:40-12:55)
■진행 : 정관용 교수
■출연진 : 이지은 기자

◇정관용-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방 안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현장에서는 70만 원이 든 봉투와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가 발견됐다는데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지은-방 두 칸, 화장실 하나가 딸린 비좁은 지하 1층. 창문은 청테이프로 막혀 있습니다. 바닥에 놓인 그릇에는 번개탄을 피운 재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지난 26일 밤 9시 반쯤 서울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박 모 씨와 30대 두 딸이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 임 모 씨가 발견했습니다.

[이웃주민 : 문을 두들겼는데 문을 안 열어줬대요. TV가 켜져있어 (불빛이) 반짝거리는데 문을 안 열어줘 경찰에 신고했대요.]

시신 옆에는 현금 70만 원이 든 봉투와 집 주인 앞으로 "밀린 공과금입니다. 죄송했습니다"라고 쓴 글이 있었습니다.

[임 모 씨/집주인 : 10원 하나 안밀렸어요. 전기세와 수도세, 가스비와 방세 50만 원까지 총 70만 원인데 이번 달 것을 미리 낸 것이지.]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생활고로 추정됩니다. 10여 년 전 방광암으로 숨진 아버지 김 모 씨가 거액의 빚을 남겼고, 죽기 전 딸들의 이름으로 만든 신용카드 탓에 두 딸은 신용불량자가 됐고 지병으로 몸까지 불편해진 겁니다. 두 딸을 보살펴 온 박 씨는 식당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오다 한 달 전 몸을 다친 뒤 이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관용-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방 안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현장에서는 70만 원이 든 봉투와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가 발견됐다는데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인데요. 이 사건 취재한 이지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현장에 다녀왔죠?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이지은-일단 제가 어제 간 곳은 서울 석촌동에 있는 한 단독주택이었습니다. 지하 1층에 있는 곳인데요. 반지하인 이 집은 33제곱미터, 그러니까 한 10평 남짓한 곳이었습니다. 앞서 보신 대로 창문과 문틈 사이에는 테이프로 막은 흔적이 있었고요. 침대 옆에는 번개탄을 피운 재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종이박스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세 모녀가 키웠던 것으로 보이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죽은 채 있었습니다. 집에서 발견된 영수증도 좀 있었는데요. 거기에는 600원짜리 번개탄 2개와 1500짜리 숯, 20원짜리 편지봉투를 산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 방 한쪽 벽에 걸린 액자 속에는 두 딸이 초등학생 정도 됐을 때 찍은 사진으로 보이는 액자가 있었는데 굉장히 화목한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진과는 달리 세 모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이 된 겁니다.

◇정관용-무엇보다 70만 원 든 돈 봉투가 더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이지은-네, 그렇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하얀 봉투에는 5만 원짜리 14장, 그러니까 70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봉투 겉면에는 주인아주머니께 보내는 글이었는데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70만 원은 뭐냐 하면 보증금 500만 원의 방에 월세가 50만 원입니다. 거기에 전기세, 가스비 등이 더해진 것인데요. 원래는 이달 말 그러니까 오늘이죠. 오늘 70만 원을 집주인에게 주는 날이었는데 미리 남기고 생을 마감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좀 아픈 부분인데요. 한 번도 집주인은 박 씨가 한 번도 월세를 미루거나 그런 적이 없고 꼬박꼬박 지불을 잘 했다고 합니다. 그럴 정도로 굉장히 성실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관용-마지막 가는 길에도 누구한테도 피해를 주지 않겠다, 그런 모습인데 생활이 얼마나 어려웠기에 이런 선택까지 했을까요?

◆이지은-박 씨의 남편이자 두 딸의 아버지인 김 모 씨는 10여 년 전에 방광암으로 숨졌습니다. 당시에 경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굉장히 큰 빚을 지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암 투병 중이라서 병원치료비 때문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김 씨는 죽기 전에 두 딸의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급을 받아서 사용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두 딸들이 지금까지 신용불량자가 됐었던 겁니다.

◆정관용-아버지 의료비 때문에 딸이 신용불량.

◇이지은-여러 가지 채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연히 신용불량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직장도 구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박 씨의 큰 딸은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병원비도 제대로 없다 보니까 제대로 치료도 못 받았고 또 병이 좀 악화가 돼서 바깥외출은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작은딸은 만화가를 꿈꾸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했는데 형편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까 일에 대한 의욕이 없어지고 또 그러다 보니까 계속 집에만 머물렀다 합니다.

◆정관용-어머니 박 씨가 계속 생계를 책임졌던 겁니까?

◇이지은-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는데 박 씨는 식당에 나가면서 생계를 근근이 이어나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박 씨가 지난달에 팔을 다쳐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하는데요. 박 씨의 집에 가보니 석고붕대 팔걸이가 걸려 있었습니다. 아마 팔에 깁스를 하고 나서 식당일을 못하지 않았나? 이렇게 보입니다. 결국, 생활고에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이런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된 건데요.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마지막 가는 길에 집세와 공과금을 남기고 떠날 만큼 평소 박 씨는 이웃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차상위 계층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구청에 수급신청을 한 기록도 없다고 구청 직원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제 이 세 모녀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도 찾아가 봤는데요. 박 씨의 외가 측은 별도로 분향소를 마련하지 않고 오늘 바로 발인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관용-참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하게 하네요. 의료비 문제, 우리 사회 안전망 문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어쨌든 구청이라도 동사무소라도 찾아가 보셨으면 하는 그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군요. 이지은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관련기사

자살 병사 조의금 빼돌려 회식… '파렴치 여단장' 덜미 "담배 왜 안 팔아?" 10대 소녀들, 편의점서 욕설·고함 달리던 무궁화호 열차에 돌…유리창 깨지며 5명 부상 "마지막 집세입니다" 생활고 비관한 세 모녀 동반자살 손톱 밑 DNA…경찰, '마포 살인사건' 70대 노인 체포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