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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저유가', 한국 경제에 축복인가? 재앙인가?

입력 2015-12-08 21:58 수정 2015-12-0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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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유가 상태가 이어지면서 아까 제가 말씀드릴 때 기름값이 높을 때는 높아서 위기라고 하더니 낮을 때는 또 낮아서 위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왜 그런 것이냐, 그러니까 저유가가 우리에게는 축복이냐, 아니냐… 이걸 좀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김필규 기자, 원래 "기름값 때문에 위기다" 이런 이야기는 보통 국제유가가 급등했을 때 나왔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게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인데, 정치적인 이유로 산유국들이 석유 생산량을 줄이면서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죠?

99년 말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을 하고 이라크도 석유수출을 중단하면서 유가가 폭등한 적 있는데, 원유값이 오르면, 우리 기업의 생산원가가 오르고, 그러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제품값이 비싸져 수출이 덜 되고, 그래서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는 공식이 이어졌던 거죠.

[앵커]

저 도식대로라면 그 반대로, 국제유가가 낮아질 경우 우리 기업의 생산원가가 떨어지고 수출경쟁력이 올라 우리 경제에는 긍정적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연초에 우리 정부도 "금리와 환율, 유가 등 '신 3저' 가격변수들이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희망적인 신호다"(최경환 부총리)라고 내다봤는데요, 약 30년 전,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때 기사를 보면 "국제유가는 떨어지고 달러도 약세고 국제금리도 떨어지는 등 '3저 현상'이 우리 경제를 호황으로 이끌면서 '국제수지 흑자의 원년'이란 기록을 세웠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지금이 그때와 다른 점은 '3저 현상'이 나타난 결과 성장률 목표치도 달성 못했고, 오히려 앞으로 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 됐다는 겁니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전문가에게 들어봤습니다.

[홍준표 연구위원/현대경제연구원 : 지금 상황에서는 세계적으로 공급이 수요보다 훨씬 많은 상태예요. 수요가 부족한 거죠. 워낙에 그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까
유가 하락으로 인한 구매력 상승이란 게 통하지 않다 보니까, 통상적인 그런 메커니즘이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앵커]

지금은 세계 경제 전체가 전반적으로 안 좋아 물건을 사겠다는 수요가 적으니 아무리 우리가 제품을 싸게 만들어도 별 소용이 없다는 거군요?

[기자]

예, 게다가 미국, 유럽뿐 아니라 석유 같은 자원을 팔아 돈 많이 벌던 신흥국들까지 지갑을 닫아버린 게 문제입니다.

요즘 우리가 어디에 수출 많이 하는지 보면, 중국과 함께 중동, 아프리카 등 자원 부국을 대상으로 한 비중이 이렇게 커졌습니다.

[앵커]

미국이 12%밖에 안 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니 한국 수출 기업들은 저유가에 더욱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 거죠.

그런데 또 문제는 이게 수출기업뿐 아니라 우리 자금시장에도 위기라는 점입니다. 전문가 이야기로 들어보시죠.

[오정석 연구원/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 유가 빠지니까 산유국들이 재정 압박을 많이 받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신흥국이라든지 그동안 투자했던 자금을 많이 빼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가하고 (자본이) 같이 움직인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자금을 빼는 이유가 원유로 벌어들인 수입이 많이 줄어들었으니까. 자금 회수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우리 물건도 잘 안 팔릴 가능성이 높은데 거기다가 투자한 자금까지 빼가면 그게 아무래도 우리한테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얘기인데.

그래도 과거 고유가 탓에 위기라고 할 때도, 우리 건설사들이 중동에 가서 이른바 '오일달러'를 벌어와 경제에 도움이 됐는데, 저유가 시대에는 그런 것도 힘들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지금도 특히 산유국 대상으로 한 플랜트 사업 같은 건설업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이 부분이 흔들리게 되면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저유가로 인한 불안요인 중 하나라는 설명입니다.(서상영 KR투자연구소 이사)

[앵커]

그래도 국내 소비자들 입장에서 보면 일단 휘발윳값 안 오르고, 또 연료비 절감한 덕분에 전기값도 내려준다고 하고 하니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 수 있겠구나 이런 기대를 할 수도 있잖아요?

[기자]

그런 기대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 수가 있는데요. 그런데 거기 또 문제가 있습니다.

물가라는 게 어느 정도는 올라줘야 경제가 성장을 하는 건데, 물가상승률이 그동안 뚝뚝 떨어져 올해 거의 0%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워낙 내수경기가 안 좋다 보니 그런 건데, 여기에 기름값까지 떨어지니 이제는 '물가도 안 오르면서 경제성장도 없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떠오르고 있는 거죠.

이 부분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확실한 건 지금 상황이 30년 전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고, 따라서 같은 '3저 시대'라고 해도 결코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 없는, '저유가의 역설'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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