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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상황 안 가리는 '몰카'…안전지대가 없다

입력 2013-12-11 08:28 수정 2013-12-2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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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자기기가 발달하면서 몰래카메라 범죄, 끊이지 않는 범죄 가운데 하나죠. 최근에는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한 헬스장 관장이 구속됐고, 여자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한 경우도 있었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내가 촬영된 영상이 인터넷을 떠돌지는 않을까,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텐데요. 문제는 이에 대한 처벌이 약해서 가해자들이 몰카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오늘(11일) 긴급출동에서는 일상생활로 침투한 몰래카메라의 현 주소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퇴근시간, 서울의 한 지하철 역에서 잠복근무 중인 형사.

하루에도 10만 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몰리는 이곳은 몰카범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입니다.

[한흥호/서울특별시 지하철경찰대 경사 : (근무 나오면) 5건, 6건 (몰카범들이 적발된다.) 순간적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자리를 못 비우고 계속 보고 있어야 된다.]

몰카범들이 주로 노리는 건 에스컬레이터.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동안 여성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해 촬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흥호/서울특별시 지하철경찰대 경사 : 치마가 짧으신 분들 뒤에서 카메라 렌즈 방향을 앞으로 간다든지, 교통카드라든가 (다른 물건으로) 가려서 다른 사람이 보면 못 느낄 정도로 손을 내리는 경우가 많이 있죠. 거의 휴대전화기로 (몰래 촬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을 때에는 하루에 10명이 넘는 몰카범들이 이곳에서 검거되기도 합니다.

압수한 몰카범의 카메라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이 찍혀 있었습니다.

[한흥호/서울특별시 지하철경찰대 경사 : 지금 적발된 사람 (이 찍은 사진) 입니다.]

최근엔 몰래 카메라의 성능은 좋아졌지만 크기는 작아지면서 숨기기 쉬워져 설치할 수 있는 장소도 늘고 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촬영된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몰카 탐지 전문가와 함께 몰카를 설치할만한 장소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남형종/OO 몰카 탐지업체 이사 : (몰래) 카메라 같은 경우에는 아주 작은, 안 보이는 구멍 같은 게 있단 말이죠? 구멍 뚫으면 사람들이 모릅니다. 새끼손가락 정도의 크기의 부피를 숨길 수 있다고 하면 어디든지 (몰래 카메라를) 숨길 수 있습니다. 수십가 지 방식이 있을 수 있고 수십 가지 공간 안에 숨길 수가 있습니다.]

최근 몰카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는 화장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형종/OO 몰카 탐지업체 이사 : 대단히 의심을 많이 해야 합니다. 어떤 사물이 나를 향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을 때 카메라가 나를 보고 있을 거라는 그런 생각도 한번 해봄 직합니다.]

전문 몰카가 아니더라도 일반 스마트폰을 이용한 몰카 촬영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전남 화순에선 스마트폰 카메라로 여자화장실을 몰래 촬영한 20대가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사건 담당 형사/전라남도 화순경찰서 관계자 : 동영상 버튼을 눌러놓고 있다가 옆 칸에서 스마트폰을 위로 넣어서 위에서 용변보는 모습을 찍은 겁니다. 차례차례 들어온 3명을 그렇게 (촬영) 한 겁니다.]

취재진은 6개월 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피해 여성에게 당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강모 씨/몰카 피해자 : (회사) 화장실에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옆칸 화장실에서 뭔가 이렇게 좀 꼼지락 꼼지락거리는 느낌이 드는거에요. 화장실 바닥에 5cm 정도 공간이 비잖아요? 돌아보는 순간 거기 뒤에 휴대전화가 있는 거에요.]

그 날 이후, 강 씨는 일상생활이 어려울만큼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강모 씨/몰카 피해자 : (화장실을 쓸 때) 위아래 계속 쳐다보거든요. 처음에 들어갈 때도 모든 화장실 칸을 다 확인해요.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화장실에서 누가 튀어나오진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도 해요. 사무실로 가기가, 그곳 (몰래카메라로 촬영 당한 장소) 에 간다는 자체가 미칠 것 같은 거에요.]

현재, 그녀는 사회생활조차 어려운 상황이지만 신고는 엄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모 씨/몰카 피해자 : 경찰에 신고한들 (범인을) 찾을 수가 없는 부분이잖아요. (범인이) 너 이거 퍼트릴 거다. 네 동영상 유출할 거다. 이러면 진짜 무섭잖아요. 삽시간에 (회사에) 소문날 것도 두렵고….]

실제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촬영된 몰카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취재 결과, 몰카 영상을 팔고 있다는 사람과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에 따라 가격이 매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를 재촉하며 보내온 사진에 피해자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몰카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이 언제 인터넷에 유포될지 모른다는 공포심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강모 씨/몰카 피해자 : 몰카 찍힌 사람들은 아마 진짜 그럴 거에요. 그때 그 자세로 휴대전화가 있었던 위치에 렌즈를 이렇게 해 놓고 그 자세로 있어봤어요. 내 얼굴이 찍히나 안 찍히나. 피해자인 내가 더 떠는 거죠.]

하지만 정작 이를 찍는 몰카범들은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흥호/서울특별시 지하철경찰대 경사 : (범인들은) '호기심에 찍었다.' 대부분 그렇게 말을 하고. 회사에서 스트레스받다가 해소용으로 찍는다는 경우도 있고.]

범죄 전문가는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즉각 기소가 돼고 정식 재판을 하더라도 약식기소하거나. 기소되더라도 벌금형 밖에 내리지 않는 이런 것들이, 형사적 기관 종사자들이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인식도 심각한 범죄란 사실을 조금이라도 인지한다면 이렇게 몰래카메라를 가볍게 다룰 수 없지 않을까 싶어요.]

상처와 불안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몰카 피해자.

몰카 범죄의 심각성을 가볍게 보는 이상 피해자들의 고통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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