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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미안하다는 말…'사과의 3원칙'

입력 2015-12-2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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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입니다.

미안하다는 말. 나의 잘못으로 인한 타인의 상처를 인정한다는 의미. 오늘(29일) 앵커브리핑은 두 가지 사과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먼저 때늦은 사과 이야기입니다.

운전기사 상습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식품회사 명예회장이 머리를 숙였습니다. 전날엔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고 복직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통상 사과의 원칙은 Content 내용. Attitude 태도. Timing 타이밍. CAT로 요약됩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빨리 사과할 것.

"어깨를 툭툭 치는 정도였다" "경상도식 안마였다"

초기의 섣부른 변명 이후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꺼낸 수습책이 바로 사과였지요. 운전기사에게 했다던 사과 역시 카메라를 대동한 이른바 '인증샷' 사과였습니다. 진심이 빠진 뒤늦은 사과에 사람들은 공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번엔 사뭇 결이 다른. 그 무게도 다른, 또 다른 사과 이야기입니다.

"책임을 통감한다."

일본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이제 이만하면 됐다 하는 쪽도 있고, 또 다른 시일야방성대곡이라도 해야 한다는 쪽도 있습니다. 여러분께선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요?

국제정치학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이 접하는 이론적 분류는 다음의 세 가지라고 합니다.

힘의 역학이 국제관계의 본질이라는 현실주의, 양보와 윈윈이 가능하다는 이상주의, 그리고 둘 사이에 위치한 합리주의.

협상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은 이 세 가지 중에 하나로 귀결되는…

그래서 이론은 차갑습니다. 그리고 현실은 더 차갑습니다.

합의안에 사인을 하자마자 일본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불가역'(不可逆) 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했다"
"소녀상은 철거되리라고 믿는다."

이들에게는 이 두 가지가 그토록 중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한국 정부가 바뀔 때마다 되풀이돼온 사과요구를 안 받아도 되고, 눈엣가시 같은 소녀상은 안 봐도 된다는 것입니다.

약속을 했다면 실천하는 것이 문명국가이니 한국정부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은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남는 묵직함은 무엇인가. 굳이 앞서 말씀드린 사과의 3원칙을 다시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가 흔쾌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가지 이유는 찾았습니다. 그때 우리의 소녀는 이제 13살… 그 소녀는 너무 어렸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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