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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유기견, 공포의 들개로…인왕산 가보니

입력 2015-01-0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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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뉴스룸에서 서울 인왕산 일대 주택가까지 출몰해서 길고양이들을 물어 죽이는 유기견들을 보도해드렸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조금 충격적인 화면이었죠. 저희 취재팀은 인왕산에 직접 올라가서 유기견이 얼마나 돌아다니는지 또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우려는 없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밀착카메라 강신후 기자입니다.

[기자]

지금 내려다보신 곳은 서울 종로구의 한 주택가입니다.

이곳에 들개가 나타나서 길고양이를 물어 죽이는가 하면 떼로 몰려다니면서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정이 있는 건지 내려가서 살펴보겠습니다.

[오수희/서울 행촌동 : 개가 크다고 들었어요. 전혀 잡히지도 않고 있다고…]

[행촌동 주민 : 어른도 그렇지만 어린애는 더 위험하죠.]

실제로 지난달 새벽 백구 4마리가 이곳 빌라 주차장으로 들어와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공격하는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들개가 고양이를 습격했던 바로 그 주차장입니다.

상자들이 여러 개 놓여있습니다.

여기에 담요을 채워놨는데 실제로 고양이들이 겨울에 추우니깐 여기서 보살펴 주려고 배려를 하신 거 같은데, 고양이 털도 있는 걸로 봐서 고양이가 자주 왔다 갔다 한 거 같습니다.

당시 사건을 보신 주민분이 계시는데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경미/서울 홍파동 : 새벽에 고양이랑 개소리가 들려서 창문 통해서 봤더니 백구들이 주차장에 들어와서 소리를 내면서 고양이를 물고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막 소리를 질렀는데 고양이들을 물고 가버렸어요.]

들개가 살고 있다는 인왕산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관할 구청은 재개발지역 유기견들이 이곳으로 몰려 야생화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유기견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제가 근처로 가까이 한 번 가보겠습니다.

아까 전에는 도망가더니 저 개는 도망갈 생각도 안 하고 있고, 저렇게 지켜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등산객이나 주민들이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고, 어린아이들 같은 경우에도 무서울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올라왔는데요. 개들이 정말 높이까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아래에서 내려다보시면 상당히 올라와 있는데, 개들이 저기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한 번 보실까요?

보시면 아주 산을 능수능란하게 타는 게 보입니다.

[조명근/인왕산 무속인 : 유기견들이 한 10년 전에는 누런 개 서너 마리 다녔어요. 그런데 그것이 하얀 개가 오면서, 암놈이 오면서 새끼를 낳기 시작해요. 그러면서 라이벌 관계가 돼가지고 누런 개를 다 물어 죽였어요.]

유기견들은 왜 인왕산에서 자주 발견되는 건지 주변을 살펴봤습니다.

인왕산 주변에는 사찰과 무속인, 기도하는 공간이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제사를 지내고 남은 음식들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이런 음식물을 먹으려고 유기견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개들이 잿밥을 먹는 장면이 인근 사찰 CCTV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개를 포획할 방법은 없는지 동물구조단체와 함께 산을 둘러봤습니다.

동물 포획틀인데요. 40kg은 족히 넘는 것 같습니다.

이걸 가지고 올라가기도 참 힘이 듭니다. 줄이 있어서 동물이 여기를 밟으면 갇히게 되는 구조입니다.

[채희경/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 : (유기견 어떻게 잡을 수 있나요?) 포획틀은 동물을 잡기에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장비인데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취총을 쓸 수도 있지만 포획 확률도 낮은 데다 자칫 개를 죽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냥개를 데리고 올라가 봤습니다.

사냥개가 영역표시를 하면 자극을 받아 들개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찬종/이삭 애견훈련소 소장 : 사냥을 하기 위해서 사냥을 합니다. 죽이는 걸로 만족을 하는 거죠. 그래서 어떤 형태들이 있기 때문에 유기견들이 무섭다는 거죠.]

이곳은 들개만 있는 게 아닙니다. 들고양이도 여기저기도 보입니다. 먹잇감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들고양이들은 들개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사람의 손을 조금이라도 탄 유기견보다는 유기견 새끼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박동/인왕사 사무총장 : 무서운 정도가 아니지. 들개, 늑대라고 봐야죠.]

하지만 담당구청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 : 멧돼지나 고라니는 사람을 위협하니까 사살대상이 되는데요. 개들은 잡으려면 생포를 해야 되거든요. (포획틀을) 계속 설치는 하고 있는데 애(개)들이 잘 안 들어가죠.]

유기견이 출몰했던 지역에서 인왕산 쪽으로 5분 정도 걸어왔는데 이런 포획틀이 있습니다. 쇠사슬이 묶여져 있고 안내문도 있네요. 버려진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서 설치한 것이라고 하고 전화번호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개가 이쪽으로 들어가서 포획을 해야 하는데 안에 보시면 먹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잡기가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해당구청은 먹잇감도 없는 포획틀만 인왕산 초입길에 덩그러니 놓아두기만 합니다.

들개를 순화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들개를 포획하는 것 못지않게 더 이상 유기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의 대책마련이 더욱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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