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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길 하나 두고…'이웃이 원수' 두 아파트

입력 2015-01-0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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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밀착카메라 순서입니다. 오늘(6일)은 200m짜리 길 하나를 놓고 온갖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임대 아파트와 일반 아파트 단지 간의 얘기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이곳은 상황이 좀 심각합니다. 찢고 부수는 기물 파손에 경찰 수사까지 이어지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관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한 공공보행통로에 설치된 1m 조금 넘는 철제 담장입니다.

그런데 이 담장을 사이에 두고 이쪽과 저쪽, 네 편과 내 편이 갈라져서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일까요?

지금부터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2일 저녁.

두 명의 여성이 이 담장을 따라 걸어 내려옵니다.

그런데 담장 옆 현수막에 다다르자 뭔가를 꺼내 현수막을 찢어버립니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던 길을 갑니다.

어떻게 된 걸까.

CCTV 화면에서 한 여성이 칼로 찢어놓은 바로 그 현수막입니다.

어떤 내용이 적혀져 있나 봤더니 토목공사를 위해서 보행로를 임시 폐쇄한다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안쪽을 보니까 아예 보도블럭을 파헤쳐놔서 이렇게 지나다닐 수 없게 해놨고 현수막을 꽁꽁 묶어서 아예 통행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공사, 지난 12월 5일부터 19일까지 2주 정도 하고 마무리 짓기로 돼 있는데, 지금 보름이 넘게 지났지만 공사는 제대로 진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막힌 통로 입구 때문에 어른들은 다른 길로 돌아가고, 아이들은 아예 담장을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때 취재진 주변으로 몰려드는 주민들.

담장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이 오갑니다.

[임대 아파트 주민 : 여기로 못 가요? 어린 애들 8살짜리가 지금 수학 학원 가는데 이렇게 돌아서 가겠어요? 애들이 그 추운데 얼음판인데 미끄럽고?]

[K아파트 주민 : 일단 현재는 그러네요. 현재는 이걸 개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편하지만 돌아오셔야죠.]

담장 안쪽은 일반 분양 아파트인 K아파트 주민들.

그 맞은 편엔 지난해부터 입주한 공공 임대 아파트 주민들입니다.

그리고 현수막이 걸린 폭 6m의 공간이 공공 보행 통로로 들어서는 입구입니다.

원래는 K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주민들 모두 이 보행 통로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 K아파트 측이 공사를 한다며 통로 입구를 막아버린 겁니다.

이 때문에 임대 아파트 주민들은 한 달 넘게 공공 보행 통로를 못 쓰는 상황.

[K아파트 관리소 직원 : 저희는 직원이라 아무것도 아는 게 없고요. 시키는 대로 하고 있어요. 괜히 저희 일하고 있는데 욕하고 가시는데 이쪽(임대 아파트)분들.]

[임대 아파트 주민 : 아니 왜 욕을 하냐면, 지나가는데 지나가지도 못하게 막아놓으셨잖아요. 어디 주민이십니까? 임대 아파트 주민이십니까? 그럼 '지나가면 안 됩니다.'라고 하신 분들이 누구예요?]

알고 보니 K아파트 주민들은 전용 카드키로만 열 수 있는 출입문을 통해 공공 보행 통로를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임대 아파트 주민 : 저희는 키가 없으니까 여기로 다닐 수도 없고 만약 그분(K아파트 주민)들이 왔다 갔다 하실 때 운이 좋으면 이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처지인 거예요.]

제가 바로 문제의 공공보행통로 위에 서 있습니다.

담장 안의 일반아파트 주민들은 도로를 사용할 수 있지만, 건너편에 있는 임대 아파트 주민들은 이 직선으로 펼쳐진 200여 미터 도로를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바로 200여 미터만 가면 각종 식당과 카페 그리고 대형마트 등 상가촌이 밀집해 있는데, 저곳을 사용하기 위해서 임대 아파트 주민들은 이곳 직선통로가 아닌 우회로를 거쳐야만 합니다.

얼마나 돌아가야 하는 걸까.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직선 보행통로를 사용하지 않고 우회로로 간다면 얼마나 돌아가는 건지, 각각의 통로를 이용해서 직접 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해보겠습니다.

공공 보행 통로를 쓰면 3분 반 만에 갈 수 있지만 우회로는 2배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K아파트 측은 이렇게 통로를 통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임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이후 치안이 불안정해졌다는 겁니다.

[K아파트 주민 : 도난, 절도 사고가 많았어요. 청소년 방황하는 애들이 와서 담배 피우고. 보안 사고가 많아서 우리 비용을 들여서 펜스를 친 겁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K아파트 주민 : 실제로 저는 불량학생 선도를 서너 번 했었어요.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학생들 선도한 적도 있었고. 그런데 카드키 한 뒤로는 선도할 일이 없어졌으니까요.]

문제는 이로 인한 양측 주민의 갈등 때문에 험한 일까지 터지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2일, 누군가 현수막을 찢은 지 2시간 뒤 이번엔 남성 두 명이 접근합니다.

바닥에서 뭔가를 집어 들더니 담장의 한 부분을 잇따라 세게 칩니다.

그리고는 유유히 반대편으로 사라집니다.

화면에 잡혔던 것처럼 이 보도블럭 조각으로 카드 리더기를 몇 번 내리쳐서 부순 걸로 보입니다.

지금 그 결과 산산조각났고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 리더기로 작동하던 문도 쓸 수 없게 완전히 폐쇄해놓은 상태입니다.

K아파트 주민들은 현수막과 카드 리더기를 망가뜨린 혐의로 CCTV 화면 속 인물들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과 K아파트 측이 범인이 임대 아파트 주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양측 주민들의 갈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임대 아파트 측은 공공 보행 통로인 만큼 누구나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K아파트 측은 그래도 사유지 안에 있는 통로이기 때문에 자기들만 쓰는 것에 문제는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왼편에 있는 게 일반 아파트, 그 맞은편이 임대아파트입니다.

이렇게 양 아파트 간의 거리는 몇 발자국이 채 되지 않지만 양측 주민들은 각종 민원전쟁 그리고 고소전까지 잇따르면서 그 거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싸움을 강 건너 불 보듯이 할 게 아니라 해당 지자체가 현명한 대책을 시급히 내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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