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죽기 아니면…" 붕괴 위험 속 겨울나기

입력 2014-12-31 21:11 수정 2014-12-31 22:4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오늘(31일) 밀착카메라 순서입니다. 붕괴 위험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겨울을 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갔습니다. 바로 재난위험시설 최하등급을 받은 주택에 사는 주민들 얘기입니다. 이들이 사는 곳은 어떤 곳일까요.

김관 기자의 밀착카메라입니다.

[기자]

저는 지금 서울 영등포의 한 주택가 골목에 나와 있습니다.

다른 건물들과는 달리 육안으로 봐도 가장 낡아 보이는 건물 하나가 여기 앞에 있는데요. 붕괴 위험이 있으니 출입을 금지하라. 그리고 주변을 지나는 사람이나 차량들 특히 주의해달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어떤 건물인가 좀 봤더니요. 국가에서 정한 재난위험시설 최하등급 E등급을 받은 바로 그 건물이었습니다.

서울시에는 이런 E등급 재난위험시설이 총 열일곱 개 정도 있는데 그중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딱 다섯 군데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중에 한 건물입니다. 어떤 환경인지 들어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한때 20여 가구가 살던 이 공동 주택은 이미 조금씩 붕괴 현상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 건물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고 있는 시멘트 철근들이 지금 오래돼서 부식되고 다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건데요. 어느 정도냐 하면 이렇게 조금씩만 쳐도 시멘트와 조각들이 다 떨어져 나온다는 겁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이 되면 건물이 머금고 있던 습기가 얼어붙으면서 팽창하기 때문에 이런 건물의 붕괴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한 층 위로 올라가 봤습니다.

지금 이게 계단의 손잡이인데 제가 한 손으로 들어 올려도 뽑힐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쪽 위로 올라가는 계단 밑에 있는 철근들은 지금 보면 완전히 녹이 슬어서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있습니다.

반대편으로 가볼까요?

그런데도 여기 사람이 사는 흔적이 있는 게. 보면 산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계란판이 그대로 있고요.

자 이쪽 반대편으로 가 보겠습니다. 열려 있는 방 하나를 들어가 봤더니 이쪽 안쪽인데. 라면, 생필품, 맥주병 같은 것들이 이쪽에 널려 있습니다.

과연 사람이 살아도 괜찮은 곳일까. 전문가와 함께 진단해 봤습니다.

[박창근 교수/관동대 토목공학과 : 여기 보면 철근들이 노출되고 부식도 돼가고 있잖아요. (이런 것들이 노출되고 부식되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요?) 이 기둥 자체가 제 기능을 못 하고 무너질 수 있는 거죠.]

이미 외벽 기둥 중 하나는 무너져내린 상태였고, 다른 기둥도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그런데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붕괴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곳이 있었습니다.

1969년 지어진 서울 정릉동의 한 아파트입니다.

역시 재난위험시설 최하등급을 받았지만 18가구 34명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건물 2층으로 올라와 봤습니다. 위를 보면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서 녹슨 철근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3층으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3층도 상황은 만만치 않은데요. 난간이 손으로 만지면 이렇게 조각이 떨어져 나갑니다.

문제는 바로 아래에 한 할머니가 살고 계신데 이러다 난간이 무너지면 바로 위험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때마침 바로 아래에 사는 주민을 만났습니다.

영하의 날씨 속에 찬물로 빨래한 옷가지를 널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주민 : (겨울은 온수랑 난방 안 되니까 난감하지 않으세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살고 있는 거지. 무슨. 여기 보세요. 연탄인데 어디 뜨거운 물 나올 데가 있겠어요. 추우니까 저기다 난로 놓고, 무슨 난방이 돼요.]

방 안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유일한 난방기구가 이 연탄난로인데요. 할머니께서 하루에 네다섯 장씩 연탄을 갈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걸 제외하고는 난방이 전혀 안 되기 때문에 바닥은 완전히 냉골입니다.

당연히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 이 차가운 물이 유일한 식수이기도 하고 설거지할 때 쓰는 물이기도 합니다.

혹시나 겨울철이라서 얼어붙을까 봐 물을 조금씩 틀어놓은 모습입니다.

또 날씨가 춥지 않을 땐 신원불명의 사람들이 빈집에 드나들 때가 많아 불안감을 키우기도 합니다.

이곳처럼 재난위험시설 E등급을 받으면 당장 건물 사용을 중단하고 이주해야 합니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이주 지원금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 : 내가 나이가 77인데. 정부에서 융자 3천만원 해주고 나가라고 하면 돈벌이도 없고, 당뇨병은 들어서… 융자 3천만원 가지고 사글세를 못 내잖아요. 돈이 없으니까.]

'2015년에는 조금만 더 안전한 집에 살고 싶다.'

이 아파트에 사는 한 거주민의 새해 희망이라고 합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세워놓은 이런 허울뿐인 안전 펜스로는 그 희망을 이루기 힘들어 보입니다.

보다 더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관련기사

[밀착카메라] 곡예 하듯 공사…'위험천만' 건설현장 [밀착카메라] 정신과 치료 받다 코뼈 부러진 아이…왜? [밀착카메라] 외국인 등치는 불법 마사지·숙박업소 현장 [밀착카메라] 문 열면 낭떠러지…생명 위협하는 비상구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