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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르포] 목숨 건 탈출 감행하는…'칼레의 난민들'

입력 2015-08-12 22:09 수정 2015-09-0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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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제뉴스는 그동안 좀 단편적으로 알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 저희 국제부에서 마음먹고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내전과 테러로 신음하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난민들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 바람에 이들의 목적지인 유럽도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특히 프랑스 칼레엔 최근 영불 해저터널을 통해 영국으로 건너가려는 난민 수천 명이 몰려들며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그 현장을 고정애 런던 특파원이 직접 다녀왔습니다.

[기자]

얼기설기 세운 천막이 있는 곳은 이민자들이 정글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유로터널을 통해 영국으로 진입하려는 난민들 수천 명이 모여 삽니다.

생선을 굽거나 물을 나르는 사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청년들도 눈에 띕니다.

어둠이 내려 터널 진입을 시도하기 전까지 낮 시간 난민촌에서 벌어지는 누추한 일상입니다.

점차 마을의 모습도 갖춰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집을 짓는 사람도 있고요, 보시면 가게도 있는 걸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영국행이 번번이 좌절되는 바람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며 난민촌엔 구멍가게와 음식점이 들어섰습니다.

가톨릭 교회와 플라스틱 물병으로 세운 모스크가 평화롭게 공존하기도 합니다.

난민들의 공통된 기도는 더 나은 삶을 향한 여정이 성공하는 겁니다.

7개월 전 고국인 수단을 떠났다는 무함마드는 차드를 거쳐 리비아로 갔습니다.

5개월간 뼈 빠지게 일한 끝에 겨우 뱃삯을 마련해 플라스틱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넜습니다.

[무함마드/수단 난민 : (지중해를 건너면서)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위험했어요. 그래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손수 지은 가건물엔 배낭과 옷가지, 이불 등 허름한 소지품들이 놓여 있습니다.

[무함마드/수단 난민 : 영국에 가서 난민 신청도 하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

폭탄 공격으로 학교를 잃은 뒤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는 라티프도 절실한 꿈을 털어놨습니다.

[라티프/아프가니스탄 난민 : 아름다운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 학교에 들어가 공학을 공부해 박사도 되고, 일도 하고 싶어요.]

난민촌 한구석에 '우리는 위험한 사람들이 아니라 위험에 빠진 사람들'이라는 팻말이 시선을 잡아끕니다.

난민을 거부하는 유럽 각국에 대한 호소로 읽힙니다.

마침내 해가 지며 정글엔 부산한 기운이 감돕니다.

밤이 되자 이민자들이 한두 명씩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유로 터널로 향하는 겁니다.

터널 앞에서 서행하는 화물차에 몰래 숨어 타는 방식을 벗어나 요새는 아예 걸어서 유로터널로 진입하기도 합니다.

유로 터널로 가기 위해 레일을 따라 걷는 이민자도 보입니다.

열차에 올라타는 과정에서 다치고 심한 경우 목숨도 잃습니다.

최근 한달 여간 10여 명이 숨졌습니다.

경찰들과 숨바꼭질도 새벽까지 이어집니다.

이민자들은 어제도 시도했고 오늘도 또 내일도 시도할 겁니다.

정오를 향해가는 이 시간, 정글은 여전히 잠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밤 과연 몇 명이 꿈을 이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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