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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필요한 제도인가?

입력 2015-08-12 22:26 수정 2015-08-1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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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야가 새정치연합 박기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내일 처리하기로 일단은 결정을 했는데 실제 가결될지는 좀 지켜봐야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문제와 함께 또다시 불거진 논란이 바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라는 것이 과연 필요한 것이냐. 따지고 보면 필요하지 않느냐, 이런 문제인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불체포특권. 그러니까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는 체포되지 않는다, 이런 내용이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만약에 이제 누군가에게 범죄 혐의가 발견됐다. 그리고 구속영장이 발부가 됐다. 그랬을 경우에는 보통 법원에서 판사가 영장을 발부해서 체포를 하게 되죠.

그런데 국회의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일단 체포동의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고, 그러면 정부는 이를 가지고 국회의장에게 "체포를 동의해 주십시오" 하고 요청합니다.

그러면 의장이 본회의를 열어 "정부가 이런 걸 보내왔다."라고 의원들에게 보고를 하면 이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의원들이 모여 동의할지 말지 표결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 가결되면 이제 경찰이 와서 체포하는 건데, 부결되면 못 잡아가는 거고요.

그런데 논란이 되는 부분 중에 하나가 표결을 안 해서 그냥 이 72시간이 지나가버리게 된다고 하면 흐지부지 자동폐기가 되는 겁니다.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박기춘 의원의 경우 이 표결 전 단계까지 왔는데, 72시간 이내라면 14일까지지만 그날이 임시공휴일이니 사실상 내일까지가 데드라인인 겁니다.

[앵커]

그런데 하여간 부담스러우면 시간 넘겨서 그냥 없었던 걸로 해버리는 경우가 좀 있었고 그런 여러 가지 이른바 방탄국회라는 것도 결국은 여론을 나쁘게 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불체포특권에 대해서는 아무튼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항상 선거 앞두고 쇄신하겠다, 특권 내려놓겠다 할 때마다 단골로 나온 이야기가 불체포 특권 이슈였던 건데요.

실제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에서는 '공정한 국회 개혁을 하겠다'면서 의원들의 면책특권을 제한하고 불체포 특권은 아예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앵커]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켜져도 문제다라는 인식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렇습니다) 물론 인식은 나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죠.

[기자]

그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불체포특권이 어떻게 우리 헌법에 들어갔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1948년 7월 17일 헌법을 제정할 때부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담았고, 이 내용은 현재까지 거의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603년 영국 의회가 제임스 왕과 대립하던 시절 의회 특권법을 만들어 함부로 의원을 체포할 수 없게 한 게 기원으로 파악되고 있고요.

또 프랑스혁명 당시 국민의회가 최초로 한 의결이 '의회의원은 불체포특권을 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데, 그래서 상당수 전문가가 그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정범 변호사/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 : 불체포특권은 삼권분립의 원칙상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예외적으로 허용됐던 규정입니다. 행정부가 그 강력한 권력을 행사해서 국회의원의 정부에 대한 비판 감시기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체포하고 구속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런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불체포특권 제도가 인정되었던 것이고요.]

[앵커]

그럼 대부분 민주국가에서는 이 불체포특권이 지금 통용이 되고 있겠군요?

[기자]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좀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는데요. 조금 전 말씀 드렸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국에서는 현재 불체포특권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떤 특별한 상황을 좀 봐야지 된다는 설명이 있는데요.

영국은 의원내각제, 그러니까 의원들이 직접 총리가 되고 장관이 되다 보니 행정부가 의회의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거죠.

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불체포특권을 규정하고 있는 게 일본입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의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한 게 스무 건 정도인데 1954년과 58년 단 두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결했습니다.

그러니 우리처럼 불체포특권 없애야 한다는 논란은 나오지 않고 있는 거죠.

[앵커]

아예 없군요. 우리는 그런데 가결보다 부결이 훨씬 많잖아요. 아니면 아예 그냥 시간을 넘겨버린다든가.

[기자]

그렇습니다. 사례를 좀 들어보면, 2003년 같은 경우 SK 비자금 100억 원을 현금으로 받은 의원을 포함해 비리혐의 여야 의원 7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왔는데 처음엔 아예 이를 처리하지도 않았고, 여론이 나빠지자 그해 12월 30일에 억지로 본회의 상정은 했는데 그나마도 다 부결된 적이 있습니다.

제헌국회 이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것은 57건인데, 그중 13건은 "못 잡아간다."며 부결됐고, 24건은 처리 시한을 넘겨 자동 폐기됐습니다. 그러니까 3분의 2가 국회 방탄벽을 뚫지 못한 거죠.

이런 방탄벽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임시국회를 여는 일은 최근까지도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은 불필요한 체포를 막기 위한, 다시 말해서 그런 악용을 막기 위해서 불체포특권을 만들었는데 그걸 오히려 또 악용한 사례가 자꾸 생기다 보니까 우리 같은 경우에는 이게 영 인정을 못 받는. 여론조사도 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저희가 방송에 앞서 SNS와 홈페이지를 통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긴급 설문조사를 해봤는데요. 물론 온라인으로 진행된 것이라 정교하진 않지만, 560명의 시청자 가운데 무려 79%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필요 없다고 응답을 했습니다.

이 온라인 조사에 달려 있는 댓글 상으로도 당연히 없애야 한다는 분들이 많아서 "그래도 이건 민주주의를 위해서 필요한 장치다"라는 이야기하기가 쉽진 않았는데요.

이 나머지 20% 정도의 여론이 그나마 필요성을 인정해주고 참아주고 있는 동안 정치권이 그간 보여준 악습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낼 수 있어야겠습니다.

[앵커]

이건 그냥 간이로 조사한 겁니다. 정식 여론조사 아니니까 여기에 오차범위 플러스 마이너스… 이런 건 얘기 안 해도 되는 거죠?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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