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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롯데 사태'로 불거진 국민연금 역할론…득실은?

입력 2015-08-1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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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가 1부에 롯데 상황에 대해서 보도해드렸습니다만, 롯데 사태에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조금 전에도 김영란법과 관련해서 말을 바꿨다고 했습니다만, 이것도 사흘 만에 없던 일로 얘기를 바꾼 바 있죠. 일단 이렇게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국민연금의 역할론, 다시 부각이 됐습니다. 다른 나라에선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하니까요. 자신이 대주주인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오늘(11일) 팩트체크에서 이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국민연금이 롯데 그룹 주식도 많이 가지고 있었던 거죠?

[기자]

국민연금은 롯데케미칼 지분의 7%, 롯데칠성의 12%, 롯데하이마트의 12% 등 해서 롯데 계열사의 주식을 1조5천억 원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영권 분쟁 사태를 거치면서 계열사들의 주가가 하락해,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던 주식 가치의 770억 원 정도가 날아가 버린 겁니다.

그러니 지난 7일 김무성 대표가 "롯데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라며 국민연금이 임시주총도 소집하고 이사 후보도 추천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는데, 어제는 "상당히 예민한 부분이 많을 것 같다"며 소극적 개입 쪽으로 말을 돌린 겁니다.

[앵커]

그러면 예민한 부분이 뭡니까?

[기자]

일단 현행법상 누구든 한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가지려면 이게 단순투자 목적인지, 경영 참여 목적인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인데, 지금 보시는 것처럼 국민연금은 5% 이상 투자했을 때 대부분 경우 '단순투자'라고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롯데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상황에서 롯데 사태에 국민연금이 깊숙이 개입을 하게 되면 허위공시였다,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요.

또 '앞으로 경영 참여를 하겠다' 밝히면 이제는 주식 사고파는 것에 대해 수시로 공시를 해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

그러면 그때마다 일반 투자자들이 그걸 보고 우르르 몰려다닐 우려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그런 논리라면, 앞으로도 계속 단순 투자만 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기자]

그런데 앞서 말씀하셨듯이 외국 사례를 보면 그렇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외국 연기금을 보면 경영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데, 미국 최대 공적연금인 캘퍼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은 1987년부터 경영실적이 나쁘면서 기업 지배구조에도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뽑아 '포커스 리스트'란 것을 만들어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 주총에서 반대표도 적극적으로 던지고 있고요.

네덜란드 연기금, ABP의 경우에는 그런 리스트를 공개하기도 하면서, 운용사가 수익성뿐 아니라 이 회사의 지배구조가 괜찮나 하는 부분까지 살펴서 투자하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앵커]

자신들의 수익률과 관련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자신의 수익을 보호한다,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국민연금도 그런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동안 많이 나왔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 지적 계속 나왔었는데요. 문제는 우리 경제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겁니다.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 비중이 꾸준히 올라서 최근 7%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추세면 10년 뒤 9%를 넘게 되는데, 정말 엄청난 큰손이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이런 우려도 나오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김광두 원장/국가미래연구원 : 국민연금이 사실은 정부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정치권의 개입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정치권의 정치적인 영향력이 기업경영에 상당히 비중을 두게 되면, 기업의 경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가 어렵죠.]

기업 경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그런 이야기였는데요.

게다가 지금 국민연금은 여러 주요 대기업의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오너 개인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극단적인 경우 정부가 민간기업 경영자도 직접 앉히고, 국영기업처럼 굴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민연금의 역할이 확대되지 못했던 면도 있던 겁니다.

[앵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자동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그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워낙에 지배구조 문제가 자꾸 건강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니까 그래서 국민연금도 활용해라라는 압박은 계속 앞으로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기업의 지배구조가 투명할수록 기업 성과도 좋다는 연구결과는 그동안 많이 나와 있는데요.

아시아 기업지배구조 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순위를 보면 11개국 가운데 한국은 8위, 필리핀 중국과 함께 하위권입니다. 대주주와 친분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에 임명하는 관행, 주주를 대표해야 할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 등으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거죠.

[앵커]

지금 뭐 앞에 보면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 다 있는데. 대외적으로 봐도 우리가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미 이렇게 다 나와 있는 내용이기도 하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결국은 기업의 경쟁력으로도 이어질 수가 있는 건데요.

사실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은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했습니다.

공약집에 나와 있는 모습인데요. 이 내용을 보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를 통해서 이 지배구조 개선을 이루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데요.

관련 법안은 지금 몇 년째 국회에 머물러 있습니다.

어떤 방식을 쓰든지 간에 이 지배구조 문제 해결되지 못하고 또 논란 속에 흐지부지된다면 김무성 대표가 이야기했던 최대 피해자는 국민만 될 것이다라는 그 상황도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둘 중의 하나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 하는 거겠죠. 그러니까 지배구조가 건강하게 되거나 그게 안 되면 국민연금이라도 나서서 어떻게 좀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그런 요구는 앞으로 계속 높아질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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