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 국경절 연휴기간 동안 20만명이 넘는 중국인이 우리나라로 왔습니다.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을 한다고 해서 비난도 이어지기는 하는데요, 거꾸로 우리가 손님맞이를 잘 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도 고민을 좀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왜그런지 지금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 특히 중국인을 환영하는 문구는 물론 중국인 대상 판매 행사 광고도 여기저기 보입니다.
이번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약 20만 명이 넘는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았는데요. 과연 우리는 손님맞이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요? 제가 오늘 하루 관광객들과 함께 다니면서 직접 살펴보겠습니다.
경복궁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단골 코스입니다.
한 가이드가 그림까지 그려가며 한글의 원리에 대해 설명합니다.
[중국인 관광객 : (가이드가) "세종대왕이 영감을 못 얻어서 고민하던 찰나에 달빛에 비친 창문 그림자를 보고 힌트를 얻어서 한글을 창제했다"고 했어요.]
엉터리 내용을 알려준 겁니다.
무자격 가이드 경고문이 붙어있지만 소용없습니다.
[전직 무자격 가이드 : 교육을 받은 적은 없고요. (한국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죠. (역사에 대해) 조금 아는 건 말했지만 모르는 건 헛소리를 조금 했어요.]
바가지도 여전합니다.
서울 남대문시장, 중국인이 옷가게에 들어가 판매 중인 점퍼 가격을 물었습니다.
[(싸게 해줄 수 있어요?) 80만 원입니다.]
조금 전 중국인들이 방문했던 상점을 이번에는 제가 가볼 텐데요. 과연 한국인에게는 가격을 어떻게 부를지 직접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이거 얼마에요?) 59만 원이요.]
중국인 관광객이라는 이유만으로 20만 원을 넘게 올린 겁니다.
성형외과도 관광객 바가지가 심각합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 전화를 걸어 코 수술 비용을 물었습니다.
[성형외과 상담원 : 기본이 150만 원이고 100만 원까지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요.]
같은 병원을 중국인이 찾아가 봤습니다.
[성형외과 상담원 : 대략적인 금액은 730만 원 정도 돼요. 코 수술은 가격이 조금 돼요.]
한국인과 무려 500만 원 가까이 차이 납니다.
관광객들이 흔히 타는 택시도 바가지 온상입니다.
중국인들과 함께 관광객인 척 택시를 잡아타봤습니다.
명동에서 이태원까지 6천 원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도 무조건 1만 원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미터기는 켜지도 않았습니다.
바가지를 씌운 또 다른 택시 기사에게 왜 요금을 더 받았는지 물었더니 뜬금없이 투어 핑계를 댑니다.
[택시 기사 : 저 분들이 남산 투어를 한다고 해서 남산을 돌아서 왔어요.]
[이슬지에/중국인 관광객 : 공항에서 택시를 탔을 때 미터기에 4천 원이 나왔어요. 그런데 기사가 1만 원을 요구해서 그냥 1만 원을 줬어요.]
이곳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쇼핑 코스인 동대문입니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답게 이렇게 곳곳에 중국인들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하지만 저 문구와 달리 일부 상인들의 태도는 환대와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동대문의 한 쇼핑몰 남성복 매장, 가격 흥정을 하던 중 갑자기 상인이 중국인들을 내쫓습니다.
[뭐야, 꺼져.]
또 다른 쇼핑몰 매장에서는 중국인들에게 옷 사이즈를 대신 봐주겠다며 상인이 웃통을 벗습니다.
상반신 전체가 문신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중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바가지 상술에 대한 악명이 높아지면서 이를 피해 한강이나 북한산 등 자연경관을 도는 코스가 인기있을 정도입니다.
[판위에/중국인 관광객 : 한강에 오니 바다에 온 듯 탁 트인 느낌이에요. (도심보다) 사람을 더 편안하게 하고 마음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단체로 몰려왔다가 금방 돌아가는 관광 대신 각자 스타일에 맞게 여행을 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점차 늘고 있는데요.
정작 우리는 여전히 이들을 시끄럽고 돈 많고 바가지 씌우기 좋은 관광객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손님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