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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40년 부산 해녀촌 '철거'…진짜 이유는?

입력 2017-07-10 22:33 수정 2017-07-1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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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산 송도 암남해변에는 40년 전부터 해산물을 파는 해녀촌이 형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구청이 그 자리에 주차장을 만들겠다면서 갑작스레 철거를 통보했습니다. 그 배경을 놓고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아침부터 해녀들이 분주합니다.

무거운 납덩어리를 허리춤에 차고 해녀들의 상비약 '뇌선'도 입속에 털어 넣습니다.

[김선화/암남해변 해녀 : 이거(뇌선) 안 먹으면 한 발짝도…귀가 먹먹해서 못 들어가. 이거 안 먹으면. 해녀들은 일단 누구나 다 먹어.]

어구를 메고 바위 아래 바다로 들어가 숨을 헐떡이면서도 바위틈의 성게를 줍고 돌 멍게를 땁니다.

뭍에 다시 오르는 해녀들의 망태기가 두둑합니다.

바다에서 방금 나온 해녀 분들의 망태기 안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이렇게 자연산 돌 멍게도 있고요. 그 귀하다는 빨간 해삼도 있습니다. 이렇게 싱싱한 해산물에 힘입어 이곳 해녀촌 포장마차는 상당히 인기가 많은 곳인데요. 철거위기에 놓여있다고 합니다. 바로 케이블카 때문입니다.

지난해 9월 부산 서구청은 갑작스레 포장마차의 철거를 통보해왔습니다.

꽃다운 젊은 시절부터 이곳에서 40년 넘는 세월을 보낸 해녀들은 당황스럽습니다.

[강순덕/암남해변 해녀 : 아무것도 할 것도 없고 그러니까…이거 철거하라 할 적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고요.]

[김정자/암남해변 해녀 : 다른 데로 가라면 갈 데가 없지. 다른 데로. 해녀가 산으로 갈 겁니까?]

해녀들은 이곳이 다른 불법 포장마차들과는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강명순/암남해변 해녀 : 세금도 우리가 내고요. 우리가 보건증도 전부 내고 다 합니다. 보건소에 가서 전부 다 찍어오는 것도 하고 다 하거든요.]

구청은 2000년 영업을 하면서 받은 각서를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공공의 필요에 따라 철거할 경우 30일 내 자진철거 한다"는 조항이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철거될 위기에 처한 해녀촌 자리에는 주차장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이곳 서구 공영주차장에는 이미 341대의 차량을 세울 수 있습니다. 저쪽 해녀촌 포장마차를 철거한다 해도 고작 20대가량의 차량만을 더 세울 수 있을 뿐입니다.

구청은 케이블카 개장에 맞춰 인근의 테니스장 2개와 게이트볼장도 없애고 주차장을 만들었습니다.

해녀촌 철거가 케이블카 회사를 위한 것이란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케이블카 업체가 서구청에 해녀촌이 있는 암남공원 주차장의 정비와 사용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서구청이 적극 협조를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송도 케이블카의 허가과정을 담당했던 황모 도시안전국장이 퇴직 후 케이블카 회사의 대표이사로 가면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정향/부산서구의원 : 케이블카 회사에 필요한 주차장 확보를 위해서 우리 주민들의 생활이나 공간들을 다 지금 케이블카 회사에 내주고 있다는 거죠.]

구청 관계자는 이번 철거 방침이 케이블카 회사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암남해변을 관광 자원화하기 위한 사전 준비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사정이 비슷한 부산 영도구 태종대의 해녀촌은 지난해 구청이 관광자원으로 삼겠다며 오히려 주차장 부지를 내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날이 저물고 밤이 깊어가자 암남해변 해녀촌에는 손님들이 몰려듭니다.

[최용우/부산 문현동 : 주차공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인데. 그것은 사람을 유입시킨 원인이 분명 이게(해녀촌) 한몫을 하고 있을 텐데요.]

구청은 40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해녀촌을 철거하는 이유로 지역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무 대의 주차 공간과 해녀촌 중 무엇이 관광산업에 도움이 되는지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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