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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구조장비 태부족…'불안한 해수욕장'

입력 2017-06-2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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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 주부터 전국의 해수욕장이 본격적으로 개장합니다. 밀착카메라가 동해안의 대표적인 해수욕장들 안전 대비 실태를 점검해봤습니다. 역시나 구조 장비가 없거나, 제대로 관리가 안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동해시의 한 해수욕장입니다. 아직 개장 전이지만 제 뒤로는 수많은 사람이 파도를 타는 등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데요. 이 해변은 길이가 1km가 넘고 폭은 100m에 달하지만, 이 드넓은 공간에 인명 구조 장비함은 세 개에 불과합니다.

30도 가까운 더위에 해변을 찾은 시민들은 바다로 뛰어듭니다. 때때로 몰아치는 높은 파도에 머리까지 물에 잠기거나, 튜브가 흔들립니다. 매년 수백만 명이 다녀가지만 구조 장비에 대한 안내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관광객 : 구조 장비는 못 봤고, 보트 같은 거 있는 거 저쪽 입구에 보긴 봤는데. 구조 장비는 못 본 거 같아요.]

그나마 있는 것도 관리 상태는 엉망입니다.

이쪽에 있는 게 인명구조장비 보관함인데요. 원래는 위에 사이렌이 설치되어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날카로운 나사못만 튀어나와 있고요. 아래쪽으로는 사고 발생 시에 누구든지 구명환이나 조끼, 로프를 이용해 구조 활동을 펼치라고 나와 있지만, 안을 열어 보면 튜브와 로프만 있고 조끼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달 초에는 20대 남성 3명이 이곳에서 물놀이를 즐기다 갑자기 높아진 파도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소방대원들이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2명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자체는 입수 금지 기간에 물놀이하는 관광객들을 막기 어렵다고 호소하면서, 장비 관리도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동해시 관계자 : 예산을 (집행)해서 오늘 오전에 다 넣어놨는데. (장비가) 분실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관리해야 하는 건 맞는데, 열쇠를 잠가놓지 못하거든요.]

동해안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인 경포 해변도 구조장비가 부족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2km에 가까운 모래사장에 보관함은 네 개뿐입니다.

필요한 순간에 손닿기 어려운 곳에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익수 사고는요, 이렇게 바다와 모래사장이 만나는 지점에서 일어나는데요. 통일된 규정이 없어서 해수욕장마다 안전 장비함이 설치된 위치도 제각각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해변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색깔이나 크기도 눈에 띄지 않아서 사고가 일어나면 장비함을 찾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해수욕장법 시행령이나 국민안전처 지침에는 구명 장비함을 설치해야 한다는 말만 있을 뿐, 구체적인 개수와 바다에서부터 몇m 이내에 만들라는 내용은 없습니다.

지자체들도 보관함을 늘리기보다 개장에 맞춰 안전 요원을 대폭 배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강릉시 관계자 : 경포 해변에 70명을 배치해서 주간에 60명, 야간에 10명 (계획)하고 있습니다.]

구조 장비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 너울성 파도가 늘면서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너울성 파도 - 바람에 의해 시작된 작은 파도가 수심이 얕은 해안으로 밀려오면서 한꺼번에 솟구치는 현상)

일반 파도보다 먼바다에서 시작되는 너울성 파도는 수심이 얕은 해안으로 밀려오면서 갑자기 높아지고 속도가 빨라지는데, 일반인이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번 휩쓸리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탓에 '살인 파도'로도 불리는데, 발생 일수는 2014년 22일에서 지난해 37일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해안도로와 맞닿은 소규모 해수욕장에는 정식 구조함조차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울성 파도로 인한 사고는 해수욕장을 개장하지 않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결국 구조 장비가 없거나, 평상시 관리가 부실했다면 인명 피해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영상제공 강원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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