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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주민 갈등에…'반려견 놀이터' 결국 철거

입력 2017-07-0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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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는 천만 시대입니다. 키우는 사람과 안 키우는 사람들 간의 생각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려견 놀이터를 혐오 시설로 보느냐, 아니냐의 차이만큼 클 수 있지요. 결국 다 만들어 놓은 반려견 놀이터를 철거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26일 개장 예정이던 서울 서초구 반려견 전용 놀이터입니다. 그런데 제 뒤로 보시는 것처럼 지어진 지 열흘 만에 모두 철거된 상황인데요. 어떻게 된 사연인지 지금부터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반려견 시설을 만들어달라는 주민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서초구가 반포근린공원 인근에 660㎡ 규모의 부지를 선정한 뒤 예산 2000여만 원을 들여 지난달 21일 공사를 마쳤습니다.

[(입구가 어디였던 거죠?) 여기죠. 저기를 기준으로 해갖고 중·소형견, 대형견으로 구분해가지고…]

텅 빈 공원 곳곳엔 반려견 놀이시설과 울타리를 철거하면서 흙을 메운 흔적만 남았습니다.

해당 지자체가 지역 내 첫 반려견 놀이터를 설치한다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개장을 앞두고 근처 주민들의 반대 여론에 부딪혔습니다. 결국 활용도 해보지 못하고 철거됐습니다.

당초 배변 봉투 걸이와 배변판이 있던 곳은 모두 치워지면서 이렇게 모래더미만 남아있는 상황이고요. 뒤쪽으로 와서 보실까요. 각종 반려견 놀이 공간이 있던 곳도 모두 치워지면서 거의 시설물 대부분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반려견 놀이터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최근 맹견에 사람이 물려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불안해하는 모습입니다.

[인근 주민 : 아무래도 위험하죠. 여긴 주위에 아이들이 많잖아요. 개들이 다니니까 안 좋아하죠. 학부모들은…]

반면 반려견 놀이터 운영을 기다렸던 주민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인근 주민 : 좀 납득이 안 가죠. 놀이터가 있으면 거기서만 놀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낫지 않나 싶은데요. 생겼다가 없어졌다고 하니까 저는 이해가 좀 안가네요.]

해당 지자체는 민원 발생이 적은 부지를 골라 선정했지만, 반대하는 주민들이 집단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주민 사이의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철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서초구청 관계자 : 개장 시점부터 주민들이 갑자기 반대의견이 굉장히 많았었고요. 반려견 놀이터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도 계속 있었고, 주민들이 찬반으로 대립구도가 형성돼서 예상치 못하게 정말 난감했습니다.]

천안시가 사업비 4000여만 원을 들여 최근 개장한 반려견 놀이터는 당초 계획보다 여섯 달가량 개장이 늦어졌습니다.

민원이 좀 덜 발생할 수 있는 부지로 다시 선정을 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는 겁니다.

새롭게 선정된 부지에 문을 열었지만, 주택가와 거리가 멀고 가까운 주차시설도 없는 고속도로 인근에 지어져 이용률도 저조한 실정입니다.

석 달 전 문을 연 천안의 반려견 놀이터입니다. 아래쪽을 보시면 무성하게 자라난 풀잎들 사이로 땅이 움푹움푹 패여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뒤쪽을 보시면 돌무더기가 한가득 쌓여있어서 반려견들이 놀기에는 조금 위험해 보이고요. 벤치 뒤쪽을 한 번 와서 보실까요. 쓰레기와 담배꽁초들이 한가득 버려져 있어서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 보입니다.

따로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도 없어 곳곳엔 반려견 분변이 방치돼 있고, 바닥엔 버섯까지 자라나 있어 문을 연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듭니다

반려견 시설 설치를 놓고 찬반 갈등이 이어지는 동안 시설이 철거되거나 정작 이용객들의 외면을 받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민들 간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사이 주민들의 혈세도 낭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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