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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방치된 농촌 빈집 5만 채…'갖가지 이유'

입력 2017-07-0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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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주인이 있는데도 오랫동안 방치된 빈집이 농촌에만 5만 채가 있습니다. 외관상 보기도 안좋고, 우범지대가 될 우려도 있지만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지자체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전라남도 농촌 지역의 한 면 소재지에 나와 봤습니다. 이곳에는 몇 년 동안 방치된 집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깥에는 이렇게 도로명 주소가 붙어있을 정도로 비교적 최근까지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바깥 대문이나 안에 있는 현관문까지 모두 열린 상태로 방치돼 있는데요. 안으로 들어가 보면, 오른쪽으로는 축사로 보이는 건물이 있는데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것처럼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고요. 안으로 들어가 보니 창문은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된 것처럼 망가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현관문 안쪽까지 들어와 보니까 신발이 여러 켤레가 버려져 있는데, 최근까지 비교적 많은 식구들이 살다가 살림살이를 그대로 두고 떠나간 모습입니다.

거실에선 20년 넘은 문제집이 발견되고, 벽에 붙은 달력은 2012년에 멈춰있습니다.

몇 년 전 경매로 집이 넘어가면서 사람 발길이 끊어졌지만, 새 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면사무소 관계자 : 그분(새 주인)들은 아직 연락이 안 되는 거죠. 그런 집이 도로 주변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빈집이 한 마을당 못해도 2, 3개씩은 있어요.]

외곽으로 갈수록 빈집은 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마을에 있는 집 18채 가운데 5채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넘게 버려진 실정입니다.

고령의 주민들이 사망하면서 후손들의 소유로 넘어갔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도 팔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을 이장 : 안 파니까 문제가 생기지. 지금 이 집도 매매했다가 못해버린 거야. 어떻게 강제로 개인 땅을 팔아. 그것이 문제지.]

이렇게 1년 넘게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 전라남도 농촌에만 1만여 채가 넘습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전라북도 군산시의 농촌 마을의 한 빈집에 와 봤습니다. 밖으로 개방이 되어 있어서 안에도 들어와 봤는데요. 이 집은 주민들에 따르면 20년째 방치가 됐다고 합니다.

집 상태만 보더라도요, 곧 무너질 것 같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데요. 이 지붕은 흙 위에 전통 기와를 올린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지 않았다는 흔적을 볼 수 있는 게, 이 벽에 붙어있는 전기는 끊어진 지 오래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미관상으로나 위생적으로 피해가 크다고 호소합니다.

[마을 주민 : 유품이 다 뒹굴고. 나는 여기를 많이 다니니까 보기 싫어 죽겠어.]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실제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마을 이장 : 시에서도 철거하고 싶어도 소유자 동의 없이는 못 한다니까. 하질 못해.]

전국 농촌 빈집은 지난해 기준 5만 채가 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당장 매매하거나 복원하기보다, 후손들이 노후에 귀농을 희망하는 등의 이유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지자체도 사유 재산이라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도청 관계자 : '그냥 두는 게 낫지 않겠느냐' 이런 의중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또 실질적으로 빈집일 때와 나대지일 때 세금이 조금 차이가 있을 겁니다.]

이런 가운데 자진 철거를 유도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3년마다 빈집 실태를 조사해 철거를 하지 않으면 직권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빈집이 늘어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입니다. 결국 빈집을 소유한 소유주들과 지자체의 소극적인 자세가 계속되는 한 빈집에서 마을의 흉물로 변하는 곳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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