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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폐건물 옥상에 던져진 '양심 불량' 쓰레기

입력 2017-07-03 22:05 수정 2017-07-04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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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심 한복판, 건물 옥상이 쓰레기 더미에 뒤덮인 곳이 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폐 건물인 데다 건물 출입구도 모두 잠겨있는데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건물 옥상에 버려지게 된 건지 밀착카메라가 취재했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며칠 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화제가 됐던 한 장의 사진입니다. 사진 속을 보시면 건물 옥상에 쓰레기 더미가 수북하게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건물 옥상에 쓰레기 더미가 쌓이게 됐는지 지금부터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곳은 인천 도심 한복판 주택가에 위치한 3층짜리 폐건물 옥상이었습니다.

주민들에게 사진에 나온 장소를 아는지 물어봤습니다.

[인근 주민 : (여기 어딘지 아시겠어요?) 오 마이 갓. (이게 다 뭐로 보이세요?) 쓰레기요. 불법 투기.]

가까운 거리에 사는 이웃들도 전혀 몰랐다는 반응입니다.

[인근 주민 : 어, 이런 데가 있어? (이런 거 아셨어요 혹시?) 몰랐어요. 여긴지 전혀 모르겠네요.]

사진에 나온 건물 앞으로 찾아와봤습니다. 그런데 들어가는 입구는 이렇게 콘크리트 벽으로 모두 막혀있고요. 들어가는 문도 굳게 잠겨있습니다. 조금 뒤로 나와서 담장 위쪽을 한 번 보실까요. 군사시설에서나 볼 수 있는 뾰족뾰족한 철조망들이 길게 설치돼 있어서 내부 진입이 완전히 막혀있는 상황입니다.

건물 주변에 설치한 울타리 안쪽에도 쓰레기 더미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옥상을 뒤덮은 쓰레기 더미는 위성사진에서도 보일 만큼 수년째 방치돼 쓰레기 매립장을 방불케 합니다.

좀 더 가까이서 확인해보기 위해 인근 건물 옥상으로 올라와 봤습니다. 어떤 게 버려져 있나 한번 볼까요. 이쪽을 보시면 신발과 녹슨 통조림 캔도 있고요. 옆쪽을 보시면 편의점 봉투에 담긴 생활용 쓰레기도 있습니다. 뒤쪽으로 한 번 와서 보실까요. 저희가 살펴봤더니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었고요. 자세히 보시면 대부분 어떤 충격에 의해서 찢어지거나 뜯겨나간 쓰레기봉투가 대부분입니다.

언제부터 쓰레기가 이곳에 버려지기 시작했는지 파악해보기 위해 쓰레기봉투를 직접 살펴봤습니다.

저희가 봉투 안을 한번 열어봤더니 이렇게 도시락 뚜껑 안에서 바퀴벌레가 오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도시락 생산연도가 2016년 9월이니까요. 최소 열 달 전쯤 버려졌다는 걸 알 수 있고요. 이쪽 쓰레기봉투에서는 소시지 껍데기에서 올해 6월 27일까지 유통기한이 적힌 게 나온 걸 보니까 비교적 최근에 버려졌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관할 구청과 함께 바로 앞에 위치한 고층 오피스텔 건물로 올라가 봤습니다.

개방형 복도에 들어서자 발아래로 쓰레기 더미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관할구청 관계자 : 장난 삼아서 한 두개 버리기 시작해서 너도 나도 버린 게 아닐까. 시민의식이랑 연관돼 있는 거 같아요. 딱 그것 밖에는 답이 안 나오니까.]

흉물스러운 모습에 건물 주민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 방을 안 얻으려 그러죠. 여기 창문으로 보이니까. 이렇게 보면 그(쓰레기가) 뻔히 보이니까. 아가씨 같으면 거기 살겠어요?]

오피스텔 건물과 폐건물 옥상 사이 거리는 20여m 정도인데, 실제 쓰레기 투기가 이뤄지고 있는지 지켜봤습니다.

밤늦은 시각, 한 주민이 복도에 나타나 서성거리더니 손에 든 쓰레기봉투를 재빨리 내던지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해당 오피스텔 관리사무소 측은 앞으로 안내문을 붙이고 투기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처음엔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하며 시작됐던 이기적인 행동이 결국 도심 한복판 집단 쓰레기 투기 사태를 불러왔습니다. '아무도 못 봤으니 괜찮다'며 밤마다 내버린 건, 어쩌면 쓰레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양심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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