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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붕괴 20년…대한민국, 여전히 '불안전지대'

입력 2014-10-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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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년 전 오늘(21일)입니다. 지은 지 17년 밖에 안 된 성수대교가 무너져 32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형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주찬 기자와 함께 우리 사회 안전 불감증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이주찬 기자, 성수대교 붕괴 사고 일어난지 20년이 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1994년 10월 21일 아침 7시 41분쯤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잇는 성수대교 상판 중 48미터가 끊어지며 한강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16번 시내버스로 등교하던 무학여고 학생들과 출근길 직장인 등 32명이 숨졌고요, 17명이 다쳤습니다.

사고 원인은 다리 상판 이음새 부실 시공과 관리 소흘로 밝혀졌습니다.

당시 서울시 공무원과 시공사인 동아건설 직원 17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됐지만, 16명은 집행유예로 풀려 났고요, 1명은 무죄 판결을 받아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언론들은 '대문 밖을 나서면 저승사자가 기다리고 있다'며 자조했고, 서울시장 사임과 관련 법의 제·개정이 잇따랐습니다.

[앵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국민들 가운데 그 때보다 대한민국이 더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우선 교량의 경우는 도시와 시골의 안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면서요?

[기자]

성수대교 붕괴 이 후 제정된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에 따라 안전진단을 하고 있는데요, 전국 다리와 터널 가운데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이 위험 등급으로 분류된 시설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전국의 다리와 터널 687개 중 '일부 결함이 발견돼 보수가 필요한' C등급 이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60%를 기록한 전북이고요.

강원도가 75개 가운데 C등급 이하가 56%로 뒤를 이었고, 경남이 53.1%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의 C등급 이하 비율은 22.2%입니다.

박기춘 새정치연합 의원실에서 조사한 자료인데요, 전국 교량의 안전 등급도 심각한 곳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지자체의 살림살이 따른 도시와 시골 지역 사이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현재 특별법에는 노후한 시설물에 보수와 보강만 규정하고 있지 평상시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교량의 경우는 그렇 구요, 성수대교 사고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잘 알려진 것 처럼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추락사고만 보더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죠?

[기자]

세월호 참사 6개월 만에 지하 환풍구 덮개가 무너지면서 16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는데요.

추락사고만 보더라도 2010년 1,365건에서 다음해인 2012년에는 2,699건이고요, 2012년에는 무려 1만 119건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재작년 초 인천의 한 아파트 앞 6차선 도로에 지름 10m, 깊이 20m의 대형싱크홀이 생기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50대 남성이 떨어져 매몰 돼 숨졌습니다.

그 이후에도 서울 잠실을 비롯해 싱크홀이 계속 생기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 10년동안 서울에서만 싱크홀과 포트홀이 50만 건이 발생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사고도 증가하고 있는 데요, 20년 전보다 6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지난해 7월 분당선 야탑역에서는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로 39명이 다쳤는데, 사고 8일 전 용역업체에서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가짜 부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야말로 잡 앞에 나서는 순간 "발길 닿는 곳마다 살얼음, 지뢰밭, 낭떠러지" 같은 현실이 2014년 10월 한국의 모습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어떻게 이야기 하고 있나요?

[기자]

재난 전문가인 김근영 강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가 발달하면서 우리 사회의 위험 요소는 더 커지고 복잡해진 반면 시설은 낡고 노후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안전에 대한 세세한 법까지 국가가 규제하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 역시 지역 특색에 맞게 조례나 지침을 만들어 관리해야 하고, 시민 각자도 안전을 생각하는 것을 생활화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다 좋은 말입니다만, 당장 세월호 참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제 그 얘긴 지겹다’는 반응이 많거든요.

다시 20년 전 성수대교 붕괴 이야기로 돌아가면 당시 형을 잃은 48살 김 모 씨는 "20년 동안 그렇게 안전을 이야기 하면서 나아진게 뭐냐며 ‘세월호를 이제 그만 잊자’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인터뷰 했습니다.

사고가 일어날 때 마다 일회성 대책만 쏟아냈을 뿐, 이를 끝까지 감시하고 지키려는 의지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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