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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불황의 단면…'폐차장 같은' 견인 보관소

입력 2017-02-1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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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법 주정차 단속에 적발돼서 견인이 되고도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는 차량들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이런 차들을 보관할 주차장까지 따로 마련할 정도인데요. 깊어진 불황의 모습이 담긴 단면이기도 하지요.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초등학교 정문 앞 인도에 주차된 SUV차량을 견인차에 연결시키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여기는 스쿨존이기 때문에 보는 즉시 견인 조치하는 겁니다.]

불법 주정차 위반으로 단속된 차량들은 견인차량 보관소로 향합니다.

그런데 보관소 주차장은 이미 주정차 위반으로 단속된 차량들 수십대로 가득합니다.

이곳에 보관된 차량들은 최소 한 달 이상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차량들입니다. 보시면 이런 화물차나 승합차 뿐만 아니라 국산 대형 승용차도 서 있고요. 이쪽을 보시면 고급 수입차도 서있는데요. 그야말로 중고차 전시장을 방불케할 정도입니다.

[홍성천/수원시 시설관리공단 : 본인 차가 아니라고 한다거나, 찾으러 오겠다고 말만 하시고 계속 안 찾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차량은 2014년 5대에서 지난해 41대로 8배 이상 늘었습니다. 전체 보관차량의 70% 이상은 주인이 찾지않는 장기 방치 차량인 겁니다.

[홍성천/수원시 시설관리공단 : 차를 안 찾아가시고 남아있는 차가 74대가 남아있는데, (주차장) 보관대 수가 사실상 80대 밖에 안 돼요.]

보관장소가 부족하다보니 몇년째 방치된 차량들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공영주차장 부지 일부를 활용해 보관하고 있습니다.

100만원에 가까운 연간 차량 보관료에 과태료까지 물어야해 아예 차주가 인수를 포기해버리는 겁니다.

3년째 보관 중인 불법 주정차 차량입니다. 차 한쪽이 완전히 주저앉아 있는데요. 바닥을 보시면 타이어 공기는 완전히 빠졌고, 이렇게 부식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차 안쪽을 보면 영수증이 하나 있는데요. 2014년 1월까지 주유를 했던 영수증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1톤 화물차나 냉동탑차 등 자영업과 관련된 생계형 차량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수원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 : 생계형 차량 같은 경우엔 장사 접으시면서 망한거죠. 부도난 거죠. 그래서 버리시는…]

차에 남아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도 차주와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거신 전화는 당분간 수신이 정지되어 있습니다.]

연락이 닿은 한 화물차주는 어려운 사정을 털어놓습니다.

[방치 화물차주 : 제가 분식집을 하다 한번 망했거든요. 그래서 화물차 하나 사서 물던을 떼다 팔긴 했는데, 그것도 여의치않으니까. 차는 견인되고 돈이 없어서 찾기 힘든…]

경기 화성시 주택가 인근 공영주차장에는 무단 방치된 차량들이 10대 넘게 세워져있습니다.

희뿌연 먼지가 쌓여있고 차 앞부분이 완전히 부서진 채 방치돼 흉물스럽기까지 합니다.

[백해기/인근 주민 : 흉하지. 차 대려고 들어오다보면 찌그러진거 파손된 것들 그냥 방치해 놓고 있는데 보기 좋겠어.]

화성시 무단방치 차량은 지난해 970대로 2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박종문/화성시청 대중교통과 : 사업 부도나고 회사가 부도나고. 치우고 싶은데도 압류당하고. 요즘 경기가 어렵다 보니까 이렇게 버리고 가는거 보면 저희도 안타깝죠.]

무단 방치된 차량을 지자체에서 폐차 처리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최소 6개월, 준비해야할 서류만 50가지가 넘는 등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닙니다.

불황과 맞물려 버려지는 차들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행정력 낭비는 곧 대다수 시민들의 혈세 낭비로 이어집니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한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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