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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불편은 주민 몫…교통지옥 된 '강남보금자리'

입력 2017-02-0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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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퀴보다 차라리 두 발이 빠르다"는 곳이 있습니다. 몇 년 사이에 인구가 10배 늘어난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입니다. 도로는 언제나 꽉꽉 막혀있고 주차할 곳은, 눈씻고 봐도 찾기 어렵습니다. 당국이 손 놓고 있는 동안, 불편과 혼란은 수만명 주민들 몫입니다.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세곡동 자곡사거리에 시내로 들어가려는 차량 행렬이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서있습니다.

수서역과 세곡동 사거리를 잇는 밤고개로 3.3km 구간에서 매일 아침 벌어지는 출근길 모습입니다.

[박흥용/운전자 : 많이 막혀요. 저기서 여기 오는데 평일에 한 30분. 한 5~10분이면 오는 거리를…]

버스 타는 것보다 걷는게 더 빠르다는 말이 나옵니다.

[강윤만/버스 운전기사 : 금요일, 토요일이면 세곡동 사거리에서 수서까지 많이 막힐 때는 1시간씩 걸려요.]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 입주민은 2009년 5천여명에서 지난해 5만여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지만, 교통 개선 방안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 SH가 각각 개발에 나섰는데 인구 기준에 미달됐다는 이유로 광역 교통 개선책을 세우지 않은 탓입니다.

세곡동 주택가 인근 도로변입니다. 담벼락을 따라서 불법주차를 막기 위해 이렇게 주차 고깔이 줄지어 서있고요. 맞은편을 보실까요. 도로변을 따라서 불법주차를 막기위한 대형 화분 10여개가 늘어서 있습니다. 직접 옮겨보려면 성인 남성이 들기에도 쉽지 않은 무게입니다.

5만명 가까이 사는 미니 신도시지만, 공영주차장 하나 없어 주민들과 상인들은 하루하루 주차와의 전쟁에 시달립니다.

[인근 상인 : 반찬 1~2만원짜리 사러 왔다가 3~4만원짜리 딱지 떼이는데 누가 오겠습니까. 불안해서…]

보도블럭 위는 주차된 차들이 차지했고, 가게들은 주차단속에 대비하라는 안내문을 써붙였습니다.

[인근 상인 : (손님이) '단속된 거 너희가 내라' 그러고 집어던지시고 가고 그럴 때 진짜 속 터져요. (물건도 안 사고) 그냥 두고 나가버리니까…]

손님도 단속 걱정에 발길을 돌리기 일쑤입니다.

[허진원/대중목욕탕 업주 : 단골손님들도 차 델 데가 없어서 여러 바퀴 돌고 다시 가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고요.]

적발된 주정차 단속건수도 2014년 5100여건에서 지난해 1만2천여건으로 2년만에 배이상 늘었습니다.

[불법 주정차 차량 이동하세요. 단속합니다.]

강남보금자리지구에서만 하루 300건, 강남구 전체의 30%가 넘는 주차 단속요청이 접수됩니다.

[박재석/강남구청 주차단속팀장 : 세곡지구가 가장 많습니다. 강남구 중에서 '주차장도 없는데 단속만 하면 어떻게 하냐' 항의성 민원이 많습니다.]

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인 곳은 흉물스럽게 수년째 방치돼있습니다.

LH가 민간에 매각한 주차장 부지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울타리가 쳐져있고요. 안에는 그대로 쓰레기나 경작물이 방치된 채로 놓여있는데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은 이렇게 길가에 불법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저희 취재차량도 차를 세운지 10분만에 과태료 부과대상이 됐습니다.

LH가 민간에 매각한 주차장 부지 4곳의 면적은 약 5900㎡, 주차장으로 만들면 300대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하지만 개인 소유의 주차장 부지를 강제할 수 있는 마땅한 규정이 없는 실정입니다.

[강남구청 관계자 : 개인 소유자나 사업자에게 계속 주차장 조성해달라고 공문을 보냈습니다만 그쪽에선 주변 개발여건이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을 해서…]

빗나간 수요예측과 안이한 행정으로 피해를 보는 건 수만명의 보금자리 지구 주민들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대책도 없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당국과 지자체의 고민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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