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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아파트 땅바닥 기우는데…지자체는 '소극적'

입력 2017-02-09 21:56 수정 2017-02-1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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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평했던 아파트 산책로가 움푹 내려앉고, 지하 주차장엔 여기저기 금이 가고. 이게, 고작 한 두 해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라면 "어디 문제있는 거 아닌가" 불안하기 마련이지요. 제대로 된 안전 진단을 해달라는 주민들 목소리에도, 해당 지자체는 소극적입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김포시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제가 걷고 있는 이쪽은요, 언뜻 보면 평범한 산책로 같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산책로의 높이가 지금 제가 서 있는 곳과 같았다는 게 이곳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맨홀 뚜껑들은 한쪽으로 기울었고, 지면과 평평하게 있어야 할 배수 시설도 앙상하게 드러났습니다. 같은 단지의 바로 옆 동과 비교하면 차이점이 더 두드러집니다.

한쪽 아파트는 손바닥 하나가 들어갈 만큼 땅이 꺼졌지만, 옆 동의 아파트는 흙이 쓸린 자국만 조금 보이는 정도입니다.

땅바닥이 기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은 또 있습니다.

이 아파트 단지 안에서 유독 땅 꺼짐이 심하게 발생한 곳이 바로 이 자전거 보관대인데요. 이쪽을 보면요, 벽과 자전거 보관대가 붙어있었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고, 제 몸이 들어갈 정도로 간격이 벌어져 있습니다. 아래쪽으로는 이렇게 떨어져 나온 듯한 나사못들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아파트 내부 이곳저곳에도 고쳐야 할 곳이 생깁니다.

온 힘을 다해도 문이 안 닫히는 집이 있는가 하면, 장롱문이 저절로 열리는 곳도 있습니다.

[김현민 : 샤워하면서 금가는 소리가 들렸어요.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타일 아래쪽이 깨졌거든요. 그때 아, 타일이 깨지는 소리였구나…]

이 동에 있는 120세대 가운데 크고 작은 피해가 접수된 곳은 85곳에 이릅니다. 모두 최근 1년 사이 발생했거나 발견된 것들입니다.

주민들은 아파트 근처에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도시철도 공사를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윤석금 : 나무가 옆으로 기우는 거예요. 그래서 어머 이상하다, 보는 사람마다 그랬죠. 어느 날 그 나무를 베어버렸어요. 공사하는 직원들이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김포시 도시철도 시공사 측은 이 지역의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면서 지반 침하가 발생했을 수는 있지만, 공사와 지하수 수위 저하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시공사 관계자 : 18년 된 아파트고, (중략) 세대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지하철 공사와 관련이 없다고 결과가 나왔고요.]

그런데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시공사 말대로 이곳이 노후화됐기 때문이라면, 옆 주차장과 이곳이 똑같이 갈라져 있어야 하지만, 이쪽 벽면은 깨끗해 보입니다.

김포시는 정밀 안전진단을 하자는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지난해 한 차례 진행했다며 거부한 상황입니다.

다만 입주민들이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학계 전문가, 시공사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요청에 대해서는 참여할 뜻을 밝혔습니다.

[김포시 관계자 : 건축물에 대한 주변의 안전 부분을 어떻게 점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하자(고 해서 승낙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철도 공사를 위해 지하수를 퍼내는 과정에서 수위가 낮아졌고, 이로 인해 땅이 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 같은 건물에서 여기에만 균열이 있고, 다른 편에는 없다는 건 주변에 있는 토목공사 영향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생각이죠. 그 개연성이 많아요.]

아파트 주민들이 요구하는 건 지하철 공사를 진행하는 한편, 주변 지역의 안전도 보장해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지자체와 시공사의 소극적인 자세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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