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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서울 옷값,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진실은?

입력 2015-03-04 22:25 수정 2015-03-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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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이 옷값이 싸다고 난리인데 왜 제일 비싼 도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을까요? 어제(3일) 저희 뉴스룸에서도 전해드린 바 있죠. 싸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 팩트체크에서는 그동안 나온 이야기들과 조금 다른 내용을 준비했다고 하는데, 들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우선 어떤 조사결과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 겁니까?

[기자]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에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라는 연구기관이 있습니다.

여기서 14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매년 물가수준을 발표하는데, BBC가 관련 내용을 보도하자 어제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이 옷값 최고 비싼 도시다' '뉴욕보다 무려 50% 더 비싸다'는 보도가 이어진 겁니다.

[앵커]

실제로 그러냐 하는 게 문제잖아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은 틀렸고, 반은 맞았습니다.

일단 조사 보고서 원문을 보면 해당 내용은 이렇습니다.

"싱가포르가 서울과 함께 가장 옷이 비싼 나라다. 싱가포르의 오차드 로드 쇼핑몰에선 뉴욕보다 50%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러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싱가포르에서 그렇다는 거지, 서울에서 뉴욕보다 50% 비싸게 옷을 팔고 있다는 내용은 없는 거죠.

[앵커]

이거는 정말 엄밀히 말하면 잘못 기사가 나간 거나 마찬가지죠. 이게 뭐 삼단논법인가요. 싱가포르가 서울과 함께 가장 옷이 비싼 곳이다. 싱가포르의 오차르 로드 쇼핑몰은 뉴욕보다 50% 비싸게 팔고 있다. 따라서 서울도 뉴욕보다 50% 비싸다. 추측이잖아요? 정확하게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아무튼 공동 1위를 했으니 그렇게 추측을 해볼 수 있는 거겠죠?

[기자]

그렇기는 한데, 여기서 언급한 오차드 로드가 어디인지 살펴봤습니다.

홈페이지에 가보면 스스로도 국제적인 럭셔리 쇼핑몰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몰려 있습니다.

프라다의 경우 아시아에서 가장 큰 매장이 있다고도 하는데요. 그러니 이런 곳의 옷값을 가지고 "서울 옷값도 뉴욕보다 50% 비싸다" 결론 짓는 것은 좀 무리가 있는 거죠.

게다가 비교 대상도 이런 글로벌 브랜드를 위주로 한 것인데, 일반적인 옷값을 가지고 따져 보면 한국이 그 정도로 순위가 높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앵커]

글로벌 브랜드만 가지고 하지 말고 국내 모든 옷값의 평균을 따져 보면 그렇게 생각만큼 비싼 건 아니라는 얘기가 될 수도 있는 건데, 그걸 따로 조사한 게 있습니까?

[기자]

예. 국내에 그런 조사 결과가 있는데요. 특정한 브랜드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각 품목별로 서울의 옷값 수준이 어떤가 조사한 자료가 있는데, 면 100% 긴팔 티셔츠의 경우 서울에서 가격이 주요 22개국 가운데 17위였습니다.

그러니까 런던, 뉴욕보다 훨씬 뒤였고요, 성인용 청바지 가격도 이 조사에서 비교를 해보니까 OECD 회원국의 평균 정도였습니다.

[앵커]

BBC 보도와는 달리 우리 옷값이 비싸지 않은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도?

[기자]

예,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또, 절대로 그렇지도 않습니다. 앞서 조사에서도 와이셔츠나 여성복 같은 경우는 다른 나라 평균에 비해 상당히 비싼 편이었고요.

다 합쳐 보니 조사 대상이 됐던 전체 82개국 중 옷값 순위 13위였습니다. 상당히 상위권인 거죠.

[앵커]

세계 최고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상위권은 분명히 맞다… 그런데 아까 본 동대문 옷들도 있는데 평균적으로 이렇게 옷값이 높은 것은, 흔히 얘기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들어와서 비싸게 파니까… 그런데 그거는 다른 나라 글로벌브랜드값, 거기서 파는 옷값보다 똑같은 브랜드인데 더 비싸지는 측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더 끌어올려지는 측면이 있겠죠?

[기자]

예,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비교를 해볼 수 있는 게요. 조금 전 봤던 싱가포르 오차드 로드에 입점해 있는 웬만한 글로벌 브랜드들, 우리나라에도 다 들어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외국과 가격 비교를 한 또 다른 조사가 있습니다.

버버리 같은 경우 대표적인 아이템인 트렌치코트 가격이 한국에선 2369달러, 약 260만원 정도입니다.

[앵커]

우리 돈은 환율이 변하니까 따질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달러로 따져 보면 금방 나오겠죠.

[기자]

예, 그런데 일본 같은 경우는 우리보다 200달러 이상 싸고 미국은 1695달러에 불과합니다.

전체 버버리 제품으로 평균을 내보면 조사대상 42개국 중에 우리나라가 버버리가 세 번째로 비싼 나라였습니다.

이번엔 스페인 유명 브랜드 자라로 볼까요? 원피스 한 벌 가격이 미국에서 139달러인데, 우리나라에서는 169달러, 3만원 이상 더 받습니다.

이 원피스만 보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제일 비싼 건데요, 나머지 수입 브랜드들도 비슷비슷합니다. 그러니 서울 옷값이 전반적으로 비싸다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러면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게, 같은 옷인데 왜 우리만 비싸게 받느냐. 우리 소비자들이 호갱이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기자]

그건 이 조사 진행한 전문가 이야기로 들어보시죠.

[추호정/서울대 의류학과 교수 : 심리적인 가격 정책이 중요하잖아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시장의 특성에 맞춰서 가격에 편차를 많이 두는 거죠. 그런데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이나 우리나라 같은 데는 그런 면에서 볼 때 소비자들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라든가 아니면 유행하는 디자인이라든가 이런 거에 대해서 그만큼 높은 가치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거죠. 그러니까 팔리니까 거기선 비싸게 팔겠죠.]

[앵커]

뭔가 좀 고급 럭셔리한 느낌, 그런 이미지를 주니까 비싸게 하면 더 팔린다… 옛날에 그런 이야기도 있었죠.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옷이 잘 안 나가서 0을 하나 더 붙였더니 불티나게 팔렸다, 이런 얘기도 있긴 있었습니다. 소위 베블런 효과라고 하죠? 재화 가격이 비쌀수록 오히려 수요가 늘어난다, 이런 게 작용했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물론 백화점 중심의 유통 구조 탓에 기존 국내의류 가격이 높았던 문제도 분명히 있습니다.

어쨌든 서울 옷값이 세계 최고라는 BBC 보도는 과장된 면이 있지만, 수입 브랜드 가격들 봤을 때는 그렇게 생각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 이렇게 결론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아무튼 그 글로벌 브랜드라는 쪽이 한국에 와서 비싸게 내놓을수록 더 많이 팔린다는 인식을 갖는 것은 별로 좋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까 잠깐 말씀드렸지만, 바로 우리를 호갱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니까요. 잘 들었습니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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