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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코 푼 휴지, 영수증도 분리수거 해야한다?

입력 2015-03-0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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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신 것처럼 서울시의 새로운 분리수거 방침에 대해 황당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재활용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달부터는 봉투수거를 아예 하지 않겠다는 강수를 둔 건데, 애매한 부분도 있어 주말부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2일) 팩트체크에서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지금 이 전단지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은 배포가 중단됐는데요. 3월부터 수거한 쓰레기의 20%를 무작위로 점검할 건데 만약 그 안에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넣었다가 적발될 경우, 과태료를 물리거나 아예 일정기간 수거를 안 해가겠다는 겁니다.

26일에 서울시에서 이런 내용의 브리핑을 했는데 별 관심 못 받고 있다가, 막상 시민들이 전단지 받고 나서 황당했던 거죠. 아예 전단지 못 본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항의가 쏟아졌는데, 박원순 시장이 별 다른 해명 없이 "벌칙 강화할 생각이다"라고만 답을 하면서 더 논란이 커진 겁니다.

[앵커]

벌칙 강화할 생각입니다. 한줄로만 올라오니까 보는 사람 입장에선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분리수거 위반하면 과태료나 수거 중지하는 조치는 기존에도 해오던 것인데, 이번에 더 논란이 된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여기 명시된 재활용 품목들, 그러니까 종량제 봉투에 넣어선 안 된다는 품목들이 문제였던 겁니다. 사용한 핸드타월이나 휴지, 티백 포장지, 영수증, 신문지까지 포함됐는데, 코 푼 휴지나 애완견 변 처리한 신문지 같은 것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 반발이 나온 거죠.

[앵커]

그런게 재활용되기는 합니까?

[기자]

저도 궁금해서 재활용업체에 직접 물어봤는데 먼저 들어보시죠.

[김한근 전무이사/(주)한국재생자원 : (영수증은) 제지회사에서는 안 받아요. 영수증 같은 경우는 감열지라서 약품처리가 돼 있어서 제지회사로 가면 그건 폐기물 처리거든요. (더러운 휴지의 경우는?) 우리도 재활용 수집을 해보면 어차피 사람이 일일이 치워야 되거든요. 다 선별해야 되고. 그러면 누구는 더럽다고 그걸 치우는데 누구는 그걸 또 깨끗이 한다고 선별을 해야 되니까…(재생지로) 다시 또 나와 버리면 안 되죠.]

그러니까 재생 차원에서 영수증 안 되고요, 코 푼 휴지 정도는 물에 풀어서 펄프화 시킨 후 다시 종이로 만들면 되기 때문에 재활용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용변을 닦은 휴지는 처리하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나중에 재생지로 나와도 문제가 있으니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코 푼 휴지가 재활용이 된다고 해도 시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이걸 어떻게 판단해서 해야 하느냐, 복잡해졌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죠?

[기자]

재활용에는 물질 순환식과 에너지 순환식, 두 가지가 있는데, 휴지나 티백 포장지 같은 자투리 종이는 불에 잘 타니까 에너지 만드는 방식의 재활용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특히 전염병 예방의 가장 기본이 코 푼 휴지나 기침한 휴지를 잘 처리하라는 것이잖아요. 이런 것들을 굳이 분리해서 처리하려면 거의 매일 수거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울시 생활환경과 담당자도 논란이 불거지자 "사용한 휴지는 재활용이 안 된다. 이건 쓰레기다"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화면에서도 봤지만, 시민들은 서운한 겁니다. 지금도 번거로움 감수하면서 잘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빡빡하게 구는 거냐 하는 거죠.

[앵커]

분리수거나 재활용 면에서 우리나라가 잘 하고 있는 편 아닌가요?

[기자]

잘하고 있는 정도가 아닙니다. OECD 기준으로 한국의 쓰레기 재활용 비율이 61%. 독일, 오스트리아에 이어서 아슬아슬하게 3위고요, OECD 평균보다 거의 두 배 잘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연간 생활폐기물 발생량을 보면 한국이 한 명당 380kg으로 미국의 절반 수준이고, 35개국 중 밑에서 9위입니다.

[앵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잘 해주시니까 순위가 올라간 거겠죠. 그러니까 더 억울하게 느끼는 분들도 많으신 걸 테고요. 그런데 서울시가 왜 이렇게 갑자기 강한 조치를 취하는 겁니까?

[기자]

지금 서울시가 수도권 매립지 사용 문제를 놓고 인천시와 갈등을 빚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2016년까지 생활쓰레기를 20% 줄이고, 2017년에는 아예 땅에 묻을 쓰레기를 하나도 없게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이번 분리수거 강화 조치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겁니다.

[앵커]

쓰레기 배출량을 무조건 줄여야한다는 생각에서 계획을 짜다 보니 무리수가 나왔다, 이렇게 봐야 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결국 서울시에선 "당장 오늘부터 봉투수거를 거부하지는 않겠다. 이달 중 주민의견을 수렴해 더 자세한 기준 만들어 배포하겠다"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원래 잘 하고 있던 학생에게 공부 좀 더해라, 안 그러면 혼내겠다 하면 더 기분 나쁜 것 아니겠습니까?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해하지만, 시민의 동의를 구하는 쪽으로 갔어야지 처벌만 강조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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