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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이건 내 거야" 이케아 철수 전 '냄비' 쟁탈전

입력 2022-03-13 18:55 수정 2022-03-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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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에 있는 이케아가 문을 닫기 하루 전 모습입니다. 두 여성이 냄비 하나를 놓고 거칠게 싸우죠. 이케아·애플·맥도날드. 전쟁에 반대하는 기업들이 떠나가면서 지금 러시아에선 이런 모습이 계속 연출되고 있습니다.

월드뉴스W 윤설영 기자입니다.

[기자]

1990년 1월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인 푸시킨 광장 앞.

새벽부터 800미터가 넘는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당시 미 CBC방송 : 오늘 드디어 맥도날드가 모스크바에 첫 매장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미식가들에게 큰 사건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당시 빅맥 세트 가격은 소련 노동자 하루 임금의 절반인 7루블.

하지만 빅맥세트 3만개는 모두 동이 났습니다.

[모스크바 시민 : 내가 뭘 주문했는지 모르겠지만 특이하고 맛있었어요]

맥도날드가 있는 나라들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황금 아치' 이론까지 만들어냈습니다.

2018년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런 말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문정인 (2018년 4월 26일) : 미국의 자본들이 북한에 들어오고, 맥도날드가 북한에 들어가고…]

하지만 러시아에 다시 '철의 장막'을 세우기 시작한 건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글로벌 시민들의 보이콧이었습니다.

구글, 유튜브 등 인터넷 기업은 물론 도요타, 코카콜라, 포드 등 제조업체에 이어 골드만삭스, 비자카드 등 금융계도 러시아 사업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미국 CNN방송 : 점점 더 많은 미국 회사가, 이게 전체 리스트인데요, 날마다 러시아에서 발을 빼는 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를 돕지 말라는 국제 비난 여론에 대거 발을 빼버린 겁니다.

"의류는 생활필수품"이라며 버티던 유니크로마저 나흘 만에 입장을 뒤집고 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루아침에 러시아 시민들의 생활 수준이 30년 전 궁핍했던 시절로 돌아갔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애플 매장에선

[니키타/모스크바 시민 : 나는 안드로이드 폰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애플 노트북, 휴대전화, 에어팟, 워치까지 너무 익숙해요]

이케아 매장에선 하나 남은 냄비를 두고 실랑이까지 벌어졌습니다.

[빅토리야 볼로시나/러시아 주민 : 정말 화납니다. 4월에 사려고 했던 제품을 오늘 급하게 샀아요. 보로네츠의 한 친구는 나한테 대신 사달라고 했어요. 내 마음이 찢어집니다]

모스크바에선 32년 전 상황이 재현됐습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빅맥을 먹으려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룬 겁니다.

햄버거 세트 3개에 100만원 체리파이 하나에 50만원에 판다는 글까지 올라왔습니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제재로 러시아의 GDP가 15% 이상 하락하고 4월엔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폴 머그래이브/메사추세츠아머스트대 조교수 : 맥도날드 퇴장으로 러시아는 정말로 거의 시대의 끝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상징적으로 러시아와 세계 각국은 새로운 분단의 시대에 서 있습니다.]

(화면제공 : 트위터 'Tendar' 'nexta_tv')
(영상디자인 : 조성혜 / 영상그래픽 : 이송의·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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