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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특례법 낳은 '칠곡 계모사건', 살아남은 언니의 8년은…

입력 2021-05-27 21:13 수정 2021-05-28 09:25

"몇 달 지나니 아무도 신경 안 써…학대 후유증, 뇌 발달에 영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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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지나니 아무도 신경 안 써…학대 후유증, 뇌 발달에 영향도"

[앵커]

2013년에 있었던 이른바 '칠곡 계모 학대' 사건, 사회에 경종을 울린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영화도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어린 의뢰인' : 니가 그랬잖아…몇 대 때렸다고? (제가 잘못한 거예요?)]

당시 의붓어머니는 학대로 8살 딸을 숨지게 한 뒤에, 죄를 11살 언니에게 씌우려 했습니다. 이 사건은 아동학대 특례법이 만들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8년이 흐른 지금도 아동학대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별로 달라진 게 없는 현실에서 최수연 기자가 당시 피해자 측의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기자]

2013년 드러난 사건의 진상은 참혹했습니다.

물고문, 매질 그리고 세탁기에 넣어서 아이를 돌리기까지, 8살 작은딸이 숨지자 새엄마는 역시 학대로 위축된 11살 언니 A양에게 대신 자백까지 시켰습니다.

다행히 진실은 밝혀졌고 이듬해 아동학대특례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사건 이후 8년, A양은 성인이 됐습니다.

A씨에겐 입양하고 돌봐준 고모가 있었습니다.

사건 이후 A씨의 상태를 그 고모는 아프게 기억합니다.

[A씨 고모 : 계모하고 비슷한 얼굴을 만나거나 비슷한 상황이 되면 확 이렇게 쇼크가 온대요. 숨을 못 쉬는 거죠.]

최근 '정인이 사건'처럼 당시 A씨 친부도 학대를 방임했던 가해자였습니다.

그런데 피해자와 분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A씨 고모 : 친부가 나온다고해서 저희 집에 거주지를 둔다고 해서 또 쇼크를 받았고. 가해자인데 같이 살라는 거잖아요. (A씨가) 자살 충동도 엄청 많아지고.]

아동특례법 제정의 계기가 될 정도로 온 사회가 떠들썩했지만, 관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싸늘하게 식었습니다.

[A씨 고모 : 몇 개월 지나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신경 안 쓰잖아요. 그 사람(가해가)이 죄를 얼마나 받은 뒤에, 아이가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되잖아요. 사회 시스템이 전혀 안 돼 있어요.]

정신적 후유증 치료와 극복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었습니다.

[정운선/경북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A씨 주치의) : (A씨가 처음에) 조가비처럼 입을 닫았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구나 하는 거를 깨달았죠. 그때부터 입을 열기 시작했죠.]

치료 과정에서 A씨가 남긴 그림입니다.

주변의 수근거림에서는 정신적 공황이, 부러진 빗자루와 핏자국에선 학대의 상흔이 읽힙니다.

학대 후유증은 뇌발달에까지 영향을 끼쳐 언어와 학습능력이 저하되기도 했습니다.

[A씨 고모 : 공부를 잘했는데 학대를 겪고 난 다음에는 뇌구조가 많이 달라져서… 말을 이해를 못 하고.]

안타깝게도 학대 아동들에게는 드물지 않은 증상입니다.

[정운선/경북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A씨 주치의) : 학대를 받으면 뇌 발달이 제대로 안 돼요. 뇌 (호르몬)분비 계에 혼란이 오거든요. 집중력 이상, 사회성의 저하… (같은 증상이 보인다.)]

그래도 A씨는 운명과 싸워 이겨나가는 중입니다.

[A씨 고모 : 한 해 한 해가 다르거든요. 점점 더 단단해지고 튼튼해지는.]

A씨는 이제 과거의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돕기 위해 미술심리치료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씨 같은 경우는 드뭅니다.

전문가들은 학대 생존 아동이 후유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지원망이 전무해 정확한 조사나 통계조차 없습니다.

(자료제공 :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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