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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폼페이오 "북, 베트남의 길 따라야"…롤모델 제시

입력 2018-07-09 17:44 수정 2018-07-0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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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12 정상회담 이후 열린 북·미 간 첫 고위급 회담이 막을 내렸습니다. 비핵화와 체제보장 우선순위를 놓고 "강도적"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면서 설전을 벌였지만, 협상 실무그룹 구성 및 일정을 확정하는 등 대화의 모멘텀은 그래도 유지됐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대 압박을 유지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베트남의 기적이 북한에게 찾아올 수 있다"면서 강온 전략을 이어갔죠. 오늘 청와대 발제에서는 북·미 후속협상 관련 소식을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지난 6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김영철 부위원장이 직접 영접했습니다. 숙소는 국빈급만 머문다는 백화원 초대소였습니다. 뉴욕과 평양을 오가며 친분을 쌓았던 만큼, 농담도 주고받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둘째 날 아침,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짤막하게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김영철/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지난 7일) : 어제 우리가 심각한 얘기를 나눠서 그 문제를 생각하느라 밤잠을 설쳤을 것 같습니다. ]

[마이크 폼페이오/미 국무장관 (지난 7일) : 잘 잤습니다. 우리는 어제 좋은 대화를 나눴고, 오늘도 계속 생산적인 대화를 나눕시다. 완전한 비핵화의 길로 향하는 것은 더 밝은 북한과 우리 두 대통령이 우리에게 요구한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김영철/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지난 7일) : 물론 그것은 중요합니다. 내겐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회담이 순조롭지만은 않다는 시그널은 여기저기에서 포착됐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영빈관을 여러번 들락이면서 성 김 대사와 작전회의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도 했습니다. 굳이 건물 밖 야외까지 나온 것은 '도청' 우려 때문이었겠죠.

1, 2차 방북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도 결국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회담 평가도 엇갈렸습니다. 먼저 폼페이오 장관은 '생산적 대화를 했고, 비핵화 시간표에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미 국무장관 (어제) : 완전한 비핵화 의미가 무엇인지 이틀간 논의했습니다. 비핵화가 포괄적인 의미라는 것을 북한이 잘 알고 있고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반응은 정 반대였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떠난 뒤에 '외무성 담화'를 발표했는데, 미국의 CVID 요구에 대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라면서 원색적으로 비판했습니다. 한반도 종전선언 등 체제보장 조치는 미루기만 할 뿐, 미군 유해 송환과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쇄 등 북측의 비핵화 선제 조치만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설전은 다음날까지도 이어졌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후 자취를 감췄던 '최대 압박론'을 다시 꺼내들면서, 대북제재는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른 조치라고 맞받았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미 국무장관 (어제) :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입니다. 대북 제재는 유엔 안보리에서 필요에 따라 만장일치로 결의됐기 때문입니다.]

근래들어 북·미 사이 오간 가장 거친 설전이었죠. 정상회담 3주 만에 열린 첫 회담에서 불협화음이 나자, 당장 미국 내에서는 '실패한 만남'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대화의 끈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인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먼저, 북·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교환했고요. 오는 12일에는 판문점에서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실무 접촉을 갖고, 동창리 실험장 폐쇄를 논의할 실무 회담도 갖기로 했습니다. 향후 비핵화 검증을 함께 논의할 '워킹그룹' 구성에도 합의했습니다.

또 하나의 사인, 미국의 전략은 언제나 채찍과 당근이죠. '최대압박'을 거론했으니, 이제는 당근을 꺼내들 차례입니다. 북한과 일본에 이어 베트남을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의 길을 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미 국무장관 (어제) :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베트남의 길을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기회를 잡는다면 베트남의 기적은 당신의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베트남은 1995년 미국과 수교한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십수년간 전쟁과 반목을 거듭했지만, 결국에는 관계정상화 후 번영이 가능했다는 측면에서, 북한에 '롤모델'을 제시한 셈입니다.

[마이크 폼페이오/미 국무장관 (어제) : 미국과 베트남이 싸우지 않고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 국가가 미국과 함께 더 밝은 미래를 만들기로 결심하면 우리가 미국의 약속을 지킨다는 증거입니다.]

북한 역시 판을 깰 의도 없이, 전략적인 '강경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방북단에 포함된 미국 ABC 방송의 기자는 "미국 관리들은 북한 정부가 거친 성명을 내놓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고 한다"고 전했고요, 워싱턴포스트도 "전형적인 협상술에 불과하다"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더 절실한 것은 미국 아니냐" 하는 자신감도 일부 깔려 있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시적 성과가 필요한 것은 미국이라는 것이죠. 북·중관계 복원으로 숨통은 더 트였습니다.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북한이 대미 압박용 카드 역할을 톡톡히 해주면, 중국에게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을 너무 오래 끌다간, 실익이 없어진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판을 깨버릴 수도 있죠. 여전히 밀당을 거듭하는 북·미가 어느 시점, 어느 수준에서 접점을 찾게 될지 주목해 봐야겠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폼페이오 "북한, 베트남의 길 따라야…최대 압박은 계속"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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