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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인천지하철 2호선 '지옥계단'…불 나면?

입력 2017-05-15 22:20 수정 2017-05-1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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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여름에 개통한 인천지하철 2호선의 일부 역내 계단 출입구는 '지옥계단'으로 불렸었지요. 에스컬레이터 없이 높고 가파른 계단 출입구로만 지어졌기 때문인데요. 개통한 지 열 달이 됐고 그동안 3천만명 가까이가 이용했지만 재난사고에 대한 대비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60대 여성이 가파른 지하철역 계단을 오릅니다.

한걸음씩 내딛지만, 계단을 오르는 속도는 조금씩 더뎌집니다.

[인근 주민 : (매일 이용하세요?) 저는 운동삼아 다녀요. 젊은 사람들도 안 다니더라고요. (잠깐 쉬었다 올라오셔야 하나봐요.) 저 두 번 쉬어요.]

같은 시각, 지하철을 타려는 시민들은 계단 대신 승강기 앞으로 모여듭니다.

인천 가좌역 2번 출구 앞 계단입니다. 한 눈에 봐도 꽤 깊어보이는 이 깊이가 시민들이 이용을 꺼려하는 이유인데요. 얼마나 깊은지 제가 한번 내려가 보겠습니다.

계단 93개를 지나서 대합실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1번 출구로 한번 나가보겠습니다.

출구 밖으로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2분 남짓, 하지만 계단을 오르는 동안 취재진을 뒤따르는 시민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1번 출구 계단은 모두 124개입니다. 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아찔한 깊이인데요. 아파트 7층과 맞먹는 높이입니다.

지난해 7월 개통한 인천지하철 2호선, 이중 석남역과 서부여성회관역, 인천가좌역 등 3곳은 에스컬레이터 없이 가파른 계단 출입구만 설치됐습니다.

경인고속도로와 맞닿은 좁은 도로 위에 역사가 들어서 공간확보와 진동 등의 문제로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때문에 개통 당시 소셜미디어에선 '지옥계단'이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퇴근과 등하교 시간에는 승강기를 타려고 수십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기도 합니다.

출구 계단과 승강기 앞에 각각 관찰카메라를 놓고 지켜봤습니다.

30분 동안 승강기를 이용한 시민은 50여명, 하지만 같은 시각 계단을 오르내린 시민은 모두 6명이었습니다.

[인근 주민 : 힘들죠. 120여 개를 오르려면 힘들지. 원래는 이거 노약자(이용 시설) 이잖아요. 그런데 워낙 계단이 많으니까…]

지하철 역 승강기에는 장애인과 노약자, 임산부를 위한 시설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있지만, 계단 이용을 꺼리다보니 역 대합실엔 '누구나 승강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까지 붙여놓았습니다.

[장정규/인근 주민 : (하루에 한번씩 매일 이용하세요?) 네, 매일.]

올해 초, 개통 6개월 만에 누적 이용객 2천만명을 돌파할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지만 비상탈출구는 계단 출입구가 유일합니다.

좁고 가파르다보니 화재나 지진 등 비상시에 이용객들이 위험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불이 나면 승강기 운행은 자동으로 멈추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장애인이나 노약자, 임산부 같은 교통약자들은 다른 사람 도움없이 사실상 탈출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최을순/인천시 가좌동 : 불 나면 잘 올라오지도 못하고 거기서 꼼짝없이 죽는거지. 노인들이야 잘 올라오지도 못해요.]

이곳 3개 역의 최근 넉달간 하루 평균 이용객은 4700여명, 하지만 위급상황시 대피를 책임지는 역무원은 최대 2명입니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 : 지금 당장은 구조상 쉽지않은 상황이거든요. 시내 중심을 관통하는 선로다 보니까, 직원들이 신속하게 대피시키는 그런 훈련들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이용객이 늘면서 누적 이용객 3천만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인천지하철 2호선, 하지만 개통 당시 제기된 문제들은 열 달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개선방안이 없다고 손 놓고 있는 사이 시민들의 안전도 방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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