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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사고 친 '신데렐라' 이정협

입력 2015-01-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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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사고 친 '신데렐라' 이정협


'슈틸리케호 신데렐라' 이정협(24·상주)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빛났다. 큰 무대에서 제대로 사고를 친 이정협은 한국에 A조 1위를 선물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끈 축구대표팀은 17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아시안컵 A조 3차전에서 이정협의 결승골을 앞세워 호주를 1-0으로 제압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협은 전반 33분 이근호(30·엘 자이시)가 왼쪽에서 올린 땅볼 크로스를 몸을 날려 발을 갖다 대는 골 센스로 호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4일 시드니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신고한 이정협은 3경기 만에 두 번째 골을 맛 봤다. 아시안컵에서 기록한 개인 첫 골이기도 하다.

이정협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처음 선발로 나선 이날 골까지 터뜨리며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2연승으로 8강을 확정하고도 만족스럽지 않았던 경기 내용 때문에 찜찜했던 한국이지만 이정협이 적진 한복판에서 쏘아 올린 슈팅 한 방으로 A조 1위 자리를 꿰찼다.

이날 호주전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다. A조 1위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었고, 무엇보다 그동안의 부진을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슈틸리케호에 있어서 이날 승리는 눈앞의 8강전을 넘어 그 이상을 향하는 길에 새로운 원동력이 됐다.

그런 큰 무대에서 이정협이 대형사고를 쳤다.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발굴한 이정협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마음껏 뽐냈다.

그는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 등 전형적인 골잡이들이 부상으로 빠진 틈을 타 어렵게 대표팀에 승선한 초보 공격수다.

이정협은 지난 2013년 부산아이파크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2년 차로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데뷔 첫해 2골(27경기 출전)에 그쳤고, 지난해 상주상무에 입단해 4골(25경기 출전)을 넣었다.

보통의 국가대표가 한 번씩 경험했던 연령대별 대표팀에도 들지 못한 평범한 공격수였다. 20세 이하(U-20) 대표팀에 두 차례 소집되기는 했지만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는 못했다.

지난해 상주에서도 주로 교체 멤버로 활용될 정도로 공격수로서 빛을 보지 못했던 이정협이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띄어 자신의 축구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

지난 7일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자신의 A매치 데뷔골로 가능성을 알린 이정협은 오만과 쿠웨이트와의 지난 1, 2차전에서는 기대 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단순한 A매치와 아시안컵이 주는 무게감은 달랐다. 스스로도 긴장했고 경직됐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첫 선발로 나선 이날도 긴장감은 계속 돼 보였다.

하지만 그라운드 안에 들어서자 달라졌다. 최전방에서 몸싸움을 피하지 않았고 전방 압박에 가담하는 등 그라운드를 종횡무진했다. 공중볼까지 따내는 등 타깃맨으로서의 역할에 손색이 없었다.

골까지 터뜨리며 이날 활약에 마침표를 찍었다. 측면에서 낮고 빠르게 올라와 처리하기 어려운 공을 넘어지면서 발 끝을 갖다 대는 센스로 상대 골키퍼를 속이고 골을 만들어냈다.

약 5만 호주 홈관중의 응원을 한 방에 잠재운 이정협은 늠름한 거수 경례 세러모니로 자신이 자랑스런 한국의 군인임을 널리 알렸다.

'신데렐라'라는 별명에 걸맞은 선수가 되고 싶다던 이정협은 이날 골 한 방으로 그동안 불안했던 모습을 떨쳐버렸다. 그동안의 한계를 벗어나 한층 더 강한 공격수로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

1991년생 양띠인 이정협이 을미년(乙未年)인 올해 초반에 열린 아시안컵을 바탕으로 자신의 해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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