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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에 내밀한 대화 내용도 '불쑥' 공개…MB는 왜?

입력 2015-01-30 20:49 수정 2015-02-0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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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 관계에서도 북한의 불합리한 협상 패턴이나 억지 궤변 등은 이제 알릴 때가 됐다", "정상과의 대화록도 민감한 내용은 많이 뺐다"는 게 회고록을 작성한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설명인데요, 그렇다면 그런 입장이 타당한 것인가, 현장에서 취재한 정치부 안의근 기자와 함께 오늘(30일)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남북 관계의 비사가 불과 5년 만에 낱낱이 공개되는 게 바람직한가, 이런 반론이 제일 많이 나오고 있더군요.

[기자]

가장 민감한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회고록에는 북한이 직간접적으로 다섯 차례 정도 제안했지만 전제조건이 붙어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나옵니다.

그러면서 옥수수 10만톤, 쌀 40만톤, 비료 30만톤, 북측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 달러를 북측이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는 얘기를 공개했습니다.

김두우 전 홍보수석은 이런 협상 내용을 공개하는 게 현 정부 남북관계에 부담을 주는 게 아니냐 이런 질문에 이렇게 반박했는데요.

김 전 수석의 답변 들어보시겠습니다.

[김두우/전 청와대 홍보수석 :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가 보면 그 시절에 대북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는 퍼주기 그만하라는 시대의 요구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정도 얘기는 왜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는지, 북한이 대남 대화를 제기할 때 북한의 태도가 어땠는지 이제 국민들도 이제는 알 때가 됐다.]

[앵커]

그리고 또 현 정부가 대북정책을 펴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라는 얘기도 나왔었는데, 그러면 그것을 꼭 공개를 통해서 했어야 했나, 전현직 정부 간 서로 주고받으면 될 일 아니냐 하는 이런 반론도 나오고 있고요, 동시에 유리한 얘기만 넣고 불리한 얘기는 뺐다는 비판도 나오네요.

[기자]

2011년 5월 남북 간 비밀접촉이 베이징에서 열렸는데요.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사과 수준과 표현 문제가 논의됐습니다.

당시 북한의 주장 한 번 들어보시죠.

[조선중앙TV : 최소한 두 사건에 대해 유감이라도 표시해달라,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자, 정상회담을 빨리 추진시키자면서 돈 봉투까지 거리낌 없이 내놓고 그 누구를 유혹하려 꾀하다가 망신을 당하였다.]

당시 보도가 됐던 내용이어서 국민들도 궁금해할 만한 내용이지만, 회고록에는 쏙 빠져 있습니다.

[앵커]

그 진위라도 밝혀졌으면 북한이 저렇게 주장하는 게 맞는 것인지 저희들도 궁금해하는 사안이니까요. 그런데 이 얘기는 완전히 빠져있기 때문에 궁금하다는 얘기가 되겠죠.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화자찬하지 않겠다, 솔직하게 하겠다고 에필로그에서 밝혔지만 과연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회고록을 작성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아직까지 북한은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회고록을 비판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또 북한 쪽에서 뭔가 근거를 가지고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이쪽에서는 대응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겠죠. 정상회담 대화록은 많이 쳐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민감한 부분이 많다는 평가도 있더군요?

[기자]

주요국 정상들과의 내밀한 대화록은 외교문서 중에서도 1급 비밀, 2급 비밀에 해당되는데요.

회고록에 나온 내용 중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일부 내용을 소개해드리면 이 전 대통령이 2011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는데 당시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불과 20~30㎝ 높이의 단상에도 혼자 올라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밝혔고요.

또 2012년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를 만나서는 이 전 대통령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앞으로 50~60년은 더 집권할 텐데 참으로 걱정"이라고 하자 원 전 총리가 "역사의 이치가 그렇게 되겠습니까"라는 말을 했다는 얘기도 공개를 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는 얘기죠.

[앵커]

북한 쪽에서 이런 부분을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겠군요.

[기자]

네. 원 전 총리 역시 이런 부분이 공개가 된다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이기 때문에 지금도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 일수 있는 발언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중국은 북한 문제에 대한 정상 간 대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매우 꺼려했다"고도 적습니다.

스스로 이렇게 적어놓고 내밀한 부분까지 공개해버린 겁니다.

외교문서의 경우 보통 30년을 단위로 공개하는데요. 불과 3년에서 5년 된 정상 간 민감한 내용을 이렇게 불쑥 공개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회고록에서는 정치적인 내용은 다 뺐다 이렇게 밝혔으면서도 자원외교 부분은 또 일부 내용을 넣기도 했죠?

[기자]

네. 박근혜 대통령과의 경선 과정, 그리고 재임 중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갈등,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등은 정치적으로 민감해 내용을 일부러 담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그럼에도 자원외교 부분은 왜 넣었느냐 이런 질문이 나오자 김두우 전 수석은 이렇게 답변을 합니다.

[김두우/전 청와대 홍보수석 : 자원외교는 굉장히 절제해서 원론적인 내용만 기술한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원외교에 중점을 뒀는데 그걸 안 넣고 넘어가면 그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차원에서….]

정치적인 내용은 다 뺐지만 자원외교 부분은 오해의 여지가 있어 넣었다는 건데요.

이 역시 기준이 일관되지 못하다 보니까 정치적인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 모양새입니다.

[앵커]

사실 정치적인 내용을 빼고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대부분 바로 이렇게 내지 않는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는 바로 그 정치적인 내용을 담기 위해서라도 좀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 그것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지 않는 그런 시간이 지난 다음에 내는 것이 통례가 되고 있는데…

4대강은 자화자찬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반박이 있었죠?

[기자]

4대강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는데, 직접 설명을 들어보시죠.

[김두우/전 청와대 홍보수석 : 자화자찬이라고 보시는 분들은 자화자찬이겠죠. 그러나 그걸 보다 더 강하게 얘기할 수 있는데 왜 안 했냐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자화자찬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입장인데요.

이렇게 설명은 했지만 4대강 수질 악화 등 4대강 부작용 논란에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번에 '대통령에게 깨졌다'는 에필로그 식 소책자도 같이 발행을 했다면서요? 내용은 뭡니까?

[기자]

네. 몇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들어있는데요.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사재 출연을 약속했지 않습니까?

당시 김윤옥 여사가 류우익 전 대통령 실장에게 "재산을 전부 기부하면 아들 장가는 어떻게 보내느냐"며 "허경영 후보가 공약으로 신혼부부에게 몇억 원씩 준다고 하니까 우리는 허경영 지지하렵니다"라고 했다는 겁니다.

또 2009년 금융위기 때 후진국형 심각한 폐질환을 앓았지만 김윤옥 여사에게만 알리고 병을 숨기기 위해 얼굴에 화장까지 했다, 이런 에피소드도 책에 담겨 있습니다.

[앵커]

이건 말 그대로 미담집으로 보면 될 것 같네요. 안의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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