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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KBS 길환영 전 사장, 박 대통령과 소송전

입력 2014-08-20 23:40 수정 2014-08-2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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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KBS 길환영 전 사장, 박 대통령과 소송전


보도 개입 논란으로 임기 중 하차한 KBS 길환영 전 사장이 자신에 대한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며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JTBC 취재 결과 확인됐다. 길 전 사장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양헌은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에 이 같은 내용의 해임 처분 취소 소장을 제출했다.

방송법에 따라 KBS 사장은 KBS 이사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해임 절차도 마찬가지다. 이것만 봐도 이번 소송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신에 대한 임명권자이자 우리나라 최고 권력인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이유는 무얼까.

길 전 사장은 KBS이사회가 해임제청안을 가결한 직후인 지난 6월 9일에도 서울남부지법에 KBS 이사회를 상대로 무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다음날인 10일 해임안을 전격 승인하자, 스스로 소를 취하했었다. 이후 그는 미국으로 떠나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통령의 결정에 순순히 따르는 듯했다.

그랬던 그가 해임 2달 만에 혜성 같이 나타나, 변호사 3명을 선임하고 소장을 제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억울함'이다. 길 전 사장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해임돼야 할 이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주장대로 "윤창중 뉴스를 톱에서 내리라", "세월호 뉴스에서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는 등의 구체적 개입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단호한 어투로 "그런 사실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경영 실패 등 해임제청안에 명시된 사항들에 해당되는 행위를 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정리하면 대통령이 법적으로 하자 있는 법률 행위(해임)를 했으니, 법원을 통해 구제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사회가 의결한 해임제청안의 내용은 △공사 사장으로서 직무 수행능력 상실 △부실한 재난보도와 공공서비스 축소에 대한 책임 △공사 경영실패와 재원위기 가속화에 대한 책임 등이다. 당초 야권 이사들은 해임안에 부당한 보도 개입의 명시를 원했지만, 여야 이사들의 논의 끝에 이 내용은 빠졌다. 하지만 직무 수행 능력 상실이란 항목에 보도 개입 논란에 대한 책임이 포괄적으로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길 전 사장은 "최초의 해임제청 사유인 방송의 공정성 침해 부분은 해임안에서 사라지고, 파업으로 인한 현재의 상황을 확대시켜 처리한 것은 설득력을 상실한 처리 결과다.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해임한 KBS 정연주 전 사장의 소송도 이번과 비슷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방만 경영' 등을 이유로 정 전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승인했지만, 2012년 1월 법원은 해임의 주된 이유인 '배임죄'에 대해 무죄를 판결하고, 같은 해 2월에는 해임처분 취소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정연주 전 사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긴 것이다. 물론 이번과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아주 다른 사례지만, 길 전 사장의 소송 결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법하다.

서울행정법원은 현재 해당 사건을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에 배당하고, 길 전 사장 측에 대해 서류 보정 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첫 공판은 이르면 다음달 말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길게는 4년이 걸릴 싸움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누가 이기든 가장 스트레스 받는 사람은 국민일테지만.

JTBC 봉지욱 기자 bongga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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