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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무너져가는 인천 달동네 아시나요?

입력 2014-04-10 16:12 수정 2014-04-1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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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무너져가는 인천 달동네 아시나요?


# 여기가 대한민국 맞아?

금새 무너질 것 같은 콘크리트 담장, 철봉과 나무 기둥으로 받쳐 놓은 위태로운 지붕.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고 있다면 과연 어느 나라 얘기일까요?

아프리카의 빈국 마을도, 태풍이 휩쓸고 간 동남아 모습도 아닙니다. 바로 인천 부평의 십정 2지구 얘기입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다."

우연히 이런 얘기를 접하고 취재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비탈길을 따라 1000여 가구가 다닥 다닥 붙어있는 달동네였습니다. 대부분 지어진 지 30년이 훌쩍 넘은 집들이었습니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곳이 아직도 있었나" "여기 사람이 계속 살아도 될까?"

높이 1m 콘크리트 담벼락은 절반이 무너져 내렸더군요.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놀랍지도 않다"는 주민들의 말에 더욱 놀랐습니다.

3m 짜리 축대엔 금이 가 있었습니다. 비만 오면 조금씩 벌어진다고 하더군요.

지반이 조금씩 내려앉아 두꺼운 철근으로 지지대를 만들어 놓은 집도 보였습니다. 어떤 집의 벽면은 손 하나가 들어갈 만큼 큰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아예 집 천장에 철봉과 나무 기둥 수십 개로 지붕을 지탱해 놓은 곳도 있었습니다.

# 10년 전부터 꼬인 스텝 ... 마을은 흉물로

이사를 가면 되지 않느냐고요?

취재를 해보니 이곳 주민들 10명 중 3명 이상이 기초수급자였습니다. 돈이 없어 이사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형편입니다.

마을이 이렇게 흉물스럽게 변한 까닭은 뭘까요? 추적을 해보니, 2004년 주거 환경 개선사업 지구로 지정이 됐더군요.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동네 전체를 허문 뒤, 도로를 새로 깔고 공원을 만들고 아파트를 지어주겠다고 한 겁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총대를 메고 아파트를 지어 이곳 주민에겐 조금 싸게, 일반인에겐 제값으로 분양을 해서 살만한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거였죠.

그런데 10년이 됐는데도 지금껏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겁니다. 현재 부평구청과 LH는 지장물 조사라는 걸 하고 있더군요. 쉽게 말해 어느 집이 어떤 형태로 있으며, 얼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따지는 겁니다. 나중에 보상금 근거가 되기 때문에 조사가 끝날 때까진 마음대로 집을 고칠 수도 없죠.

# 국고보조금 278억원 나왔는데…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시와 구청과 LH는 왜 사업을 진척시키지 못할까요.

부평구청 측은 LH가 사업을 서둘러 진행해야 하는데 본인들도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이번엔 인천시를 찾아가 봤죠. "우리는 사업을 진행하라고 보조금을 줬다"고 하더군요.

"어라 보조금? 무슨 보조금이지? 국가에서 사업비를 줬다고?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갔지?"

내친 김에 이 부분을 파고 들면서 취재해 봤습니다. LH는 이미 3년 전부터 이 사업에 쓰라고 국가와 지자체에서 준 보조금을 조금씩 받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액수가 무려 278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진척되지 않았고, 지난 2월엔 감사원까지 나섰죠. 국고 보조금을 다시 반환하던가, 아니면 사업에 빨리 착수하라고 지적한 겁니다.

LH도 뭔가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요? LH 얘기를 들어보니 "부동산 경기 침체와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아직 공사 착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 위기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아파트를 지어도 분양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또 아파트 수요를 조사해봤더니 이곳에 들어올 세대나 상가, 상업시설 등도 충분치 않다고 하더군요.

LH는 JTBC 취재진에게 올해 안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네가 부산, 광주 등지에 10여 곳이 넘는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됐습니다.

언제쯤 곳곳의 달동네에서 웃음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요?

JTBC 사회2부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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