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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방치에 범죄·화재 기승…도심 속 '유령마을'

입력 2016-01-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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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9일) 밀착카메라는 재개발이 예정돼 있거나 중단이 돼서 방치된 곳들을 찾아가봤습니다. 이런 곳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 많이 전해드렸었고요, 범죄 장소로도 악용되면서 인근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합니다.

고석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효창동 주택가 한복판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습니다.

불은 건물을 모두 태운 채 20여 분 만에 꺼졌습니다.

지난해 11월 부산 문현동에서도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불이 번지면서 인근 특수학교 학생들이 긴급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화재로 마을 20여 가구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두 화재의 공통점은 모두 재개발이 예정됐거나 취소된 빈 집에서 발생했다는 겁니다.

지난 11월 불이 났던 바로 그 빈 집입니다.

불이 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그대로 방치돼 있는데요. 다 타버린 캐비닛이 당시 화재가 얼마나 컸는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화재 현장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근의 한 가구는 당시 화재로 방 안 천장에 구멍이 뚫리면서 물까지 새지만 수리는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피해 주민 : 눈 뜨고 멍하니 있다가 이렇게 돼버렸습니다. 철판도 전부 덜렁덜렁하고요. 지금 약 먹고 자요. 철판 소리 때문에요.]

타다 남은 폐자재가 날아와 크게 다칠 뻔한 주민도 있습니다.

[피해 주민 : 내가 장애인이라서 다니다가 다치면 어떻게 할 거냐고요. 저기 (화재 현장에) 바람 불면 또 떨어질 게 남아있어요.]

화재가 발생한 마을은 재개발 구역으로 묶여 있었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10년째 방치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사이 빈 집이 하나둘 늘면서 '유령마을'처럼 변했습니다.

빈 집 한 곳에 들어와 봤는데요. 벽에는 곰팡이가 가득 슬어있고 방 천장은 모두 무너져내렸습니다. 이불과 냉장고 같은 가재도구도 그대로 버려져 있는데요. 이 마을 빈 집 상당수가 이곳과 비슷한 상태입니다.

화재와 범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관할 구청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 남구청 관계자 : 원래 땅 주인이 있으시면 개인 재산인데 구청에서 저희가 어떻게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부분이죠. 2016년 안에 정비예정구역 해제를 할 겁니다.]

경기도 안양의 한 마을. 이곳 역시 사정은 비슷합니다.

2004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사이 사람들이 떠나가기 시작하면서 골목 여기저기 빈 집이 생겨났습니다.

사람들이 떠나간 골목길은 쓰레기와 풀이 뒤엉켜 방치돼 있습니다.

남은 주민들도 재개발에 묶여 증·개축이 제한되면서 집 수리 등을 제때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마을 주민 : 수리 못 하죠. 이거 바르고 싶어도 못 발라요. 불편한 사람 많죠. 시에서는 여기 묶어만 놓고 개발한다느니 어쩐다느니…]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골목 초입의 주택 담장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곳곳에 금이 가있고 담장이 앞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상태입니다.

현재 경기도와 안양시 등이 재개발 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김호철 교수/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 CCTV 설치 및 집수리 지원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재개발 구역을 여러 개로 나눠서 순차적으로 정비하는 순환정비방식이 필요합니다.]

무턱대고 추진된 재개발이 중단되면서 흉물처럼 방치된 마을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마을이 방치되는 순간, 주민들의 일상과 안전마저 방치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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