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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한항공 회항…항로 변경일까 단순 후진일까

입력 2015-01-20 22:28 수정 2015-01-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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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항로라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재판의 핵심이 됐습니다. 사실 그 전에 '증거인멸을 교사했느냐', '묵인했느냐' 이런 것들도 쟁점이었는데 검찰은 이걸 혐의 사실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튼, 재판에서는 이게 핵심쟁점이 되어버렸는데요. 보신 것처럼 오늘(20일) 대한항공에서는 당시 회항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조 전 부사장의 회항 지시는 항로변경인지 아닌지, 굉장히 뜨거운 쟁점이 됐습니다. 이게 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느냐 하는 것도 오늘(21일) 짚어드리겠습니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와 함께하죠.

뒤로 갈 때 나오는 음악은 '엘리제를 위하여'인가요? (예. 우연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재판에서 이게 왜 중요한가를 따져봐야 될 것 같습니다.


[기자]

일단 검찰이 제기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혐의는 이 다섯 가지입니다.

항공기 항로변경죄도 있고, 안전운항 저해 폭행죄, 강요죄도 있습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형량도 조금씩 다른데요, 보시는 것처럼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죄가 인정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왜 이걸 꼭 피하려 하느냐, 전문가 이야기로 먼저 들어보시죠.

[변환봉 변호사 : 항로변경죄에 대해서 무죄가 나올 경우, 집행유예 내지는 벌금형의 선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항로변경죄에 대해서 강력하게 다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대한항공으로서는 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항로'의 정의를 밝히는 게 첫 번째 아니겠습니까?

[기자]

사전적 정의로 보면, 항로는 항공로와 같은 개념으로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 공중의 길을 말합니다. 공중의 범위는 보통 지상 200m 이상의 높이를 봅니다.

다음으로 보실 그림이 항공기 기장들이 쓰는 항로지도인데, 저렇게 하늘 위의 길이 복잡하게 표시돼 있습니다.

그래서 기장들은 항로라고 하면 보통 이 항공로를 떠올리는데, 이번에 조 전 부사장 측에서도 이렇게 200m 이상 높이의 길을 항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 겁니다.

[앵커]

그런데 사전적으로 항공로와 항로가 같다고 전제해 버리면 논란이 별로 없어지잖아요? 그런데 항로냐, 항공로냐 구분해서 보기 시작하는 순간 조현아 부사장 측, 대한항공 측에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 펼쳐지는 거잖아요? 그 얘기를 좀 해야 될 것 같은데… 공개한 영상대로 땅 위에서 잠깐 뜨지는 않았지 않느냐, 잠깐 갔다가 되돌아온 것은 항로 변경이 아니다… 그런데 대한항공에서 얘기하는 것은 항로 변경이 아니라 항공로 변경이 아니라고 얘기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런 부분에 있어서 대한항공 측의 주장이 나오고 있는 건데요. 말씀하신 영상을 다시 한 번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금 저곳이 뉴욕 JFK공항의 탑승구 모습인데요, 조 전 부사장이 탔던 대한항공 A380기가 보이고, 앞에는 견인차가 보입니다.

탑승구가 닫히고 이 비행기가 견인차에 이끌려 뒤로 이동을 하는데, 대한항공 주장대로라면 17m 이동한 셈인 거죠.

저렇게 3분 2초간 머물러 있다가 다시 탑승구로 돌아옵니다.

보통 탑승구를 정상적으로 떠났다고 하면 택시웨이라는 유도로를 따라 쭉 가게 됩니다. 그리고 활주로에 이르러 이륙하게 되는 거죠.

JFK 공항의 경우에는 이렇게 택시웨이까지가 200m, 활주로까지는 3.2km 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조현아 전 부사장 측에서는 여기서 17m 이동한 건 움직인 것도 아니라는 주장인 거죠.

[앵커]

지상의 길들은 항공로가 아니다, 아니다 항공로다, 혹은 항로다, 이렇게 얘기가 서로 부딪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은데. 항로하고 항공로하고 같은 개념이냐… 사전에는 그렇게 나왔다고는 하는데 그거로 받아들이면 되느냐 하는 문제가 남잖아요?

[기자]

그 부분이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일단 검찰은 절대 그렇게 보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서부지검 관계자도 이 영상 공개 소식을 듣더니 "같은 영상을 보며 다른 논리를 펴고 있다. 항로와 항공로는 법상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검찰이 언급한 법이 항공보안법인데, 항공기 문이 닫힌 순간부터 도착해서 문이 열릴 때까지를 '운항상태'라고 본다는 거죠. 이와 관련해선 국토부도 마찬가지 의견이었는데요. 들어보시죠.

[장만희 과장/국토교통부 운항정책과 : 항공보안법상 나와 있는 항로변경죄… 그거는 이제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는 경우를 얘기하잖아요. 그러니 '운항'에 대한 개념은 나오죠. 문을 닫고 출발할 때부터니까. 그러니까 그때부터 항로가 바뀌게 되면은 항로변경죄에 적용이 된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거는 지상에서의 이동경로까지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죠.]

[앵커]

항공로를 대한항공에서 주장한 대로 지상 200m 이상으로 친다면 그럼 이 경우는 분명히 죄가 성립되지 않는데, '운항'이라는 개념으로 볼 때는 문 닫고 출발하면 운항 아니냐, 하는 것이 쟁점이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문 닫고 출발한 순간부터가 항로가 시작된 것 아니냐, 이렇게 보게 되는 건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정윤식 청주대 항공운항과 교수도 재미있는 비유를 했습니다.

만약 비행기가 탑승구를 막 떠났는데 그 안에 테러범이 타고 있다가 비행기 돌리라고 했다면 어쩔 거냐, 이것은 항로변경이 아니냐, 그렇다면 테러범에게 항로변경죄를 적용하지 않을 거냐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특이한 상황이 발생한 건 틀림 없는데.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적용합니까?

[기자]

미국 연방항공청(FAA) 산하의 조종사 자격코스인 CFI 지침에서 Deviation, 항로변경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 보면 "항로변경의 대부분이 공중에서 일어나는데, 23%는 땅 위에서 일어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지상에서의 움직임도 항로변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거죠.

[앵커]

여기저기 많이 찾아봤군요. 그런데 '지상에서의 움직임'이라고 했는데, 아까 봤던 공항 그림 다시 한 번 볼까요. 저기 견인차가 뒤로 끄는 부분이 이른바 택시웨이 들어가기 직전이잖아요. 택시웨이라고 쓴 곳으로 들어가는 것부터 운항으로 볼 것이냐, 그 전에 끌려가는 부분까지도 운항으로 볼 것이냐, 이게 또 쟁점이 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 부분이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 전 부사장 측은 어디에도 항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지 않느냐, 법으로 명확하지 않은데 이를 문제 삼는 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 이런 주장을 펴는 겁니다.

[앵커]

오늘 재판 중인 상황이니까 저희가 결론 내릴 수는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아까 잠깐 그림에서 보여드린 대로, 어디서부터. 그러니까 이른바 택시웨이 들어가기 전 견인되는 곳에서부터 운항으로 봐야 되느냐도 쟁점이고, 모든 것이 다 쟁점임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기자]

다음 공판은 오는 30일인데요, 말씀하신 대로 워낙 전대미문의 사건 아니겠습니까?

항로변경 개념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도 팽팽할 것 같고요, 또 이를 판단할 재판부의 고민도 상당히 깊어질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궁금증이 좀 풀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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