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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외동이면 사회성 떨어진다?…확인해보니

입력 2015-01-1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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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외동아들이나 외동딸의 사회성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이었는데요, 최근 갑자기 이와 관련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게 바로 이 한장의 포스터였습니다. '하나는 부족합니다' 이렇게 나오면서 왼쪽에 이파리 하나는 시들시들하고, 오른쪽 두 개는 파릇파릇한 그런 상황이 됐는데요. 오늘(15일) 이 문제를 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그럴까 하는 것이죠.

김필규 기자, 외동아들입니까, 아닙니까?

[기자]

저는 아닙니다.

[앵커]

그러면 이렇게 푸릇푸릇하겠군요라고 얘기하는 순간 문제가 된다, 이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한번 주최를 하나하나 좀 살펴볼 텐데요.

주최는 지금 보는 것처럼 한국생산성본부라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후원을 보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또 산업통상자원부로 돼 있는데요. 생산성본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정부가 다 주최했다, 선정을 했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거겠죠.

지난해 5월 학생 대상으로 공모를 한 거였는데요. 그림도 그림이지만 여기 이 문구, 이게 더 문제였습니다.

외동아이에게는 형제가 없기 때문에 사회성이나 인간적 발달이 느리고 또 자기중심적이 되기 쉽다,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이게 금상까지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경복궁 전시관에 전시도 됐는데요.

뒤늦게 문제가 되자 지난 9일 생산성본부에서 부랴부랴 상을 취소하고 사과까지 했던 그런 일이었습니다.

[앵커]

작품을 낸 사람이 이제 학생이니까 조금 또 생각을 깊이 안 해서 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치는데, 문제는 그건 이제 어른들이 다시 심사해서 거기다 금상을 줬다는 게 문제가 되는 거군요. 그러니까 그만큼 어쩌면 우리 사회의 어떤 편견, 고정관념, 이런 것들이 여기에 작용했다고 봐야 되는 거겠죠.

[기자]

그래서 그 고정관념, 과연 맞는 건지 학문적으로 짚어봤습니다.

일단 포스터 문구대로 첫 부분, '형제가 없기 때문에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돼 있죠?

국내외적으로 연구가 많이 돼 있는데,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의 더글러스 다우니 교수팀이 2010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7학년부터 12학년까지, 그러니까 우리 기준으론 중고등학생들을 지켜보니 '또래들 사이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느냐' 하는 건 형제가 있건 없건 별 상관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외동일 경우 유아 때부터 유치원까지는 다소 사회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후에 학교를 다니면서는 대부분 이를 잘 극복했다는 것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유치원까지는 조금 그런 현상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이후에 학교를 다니면서 그런 부분들이 상당부분 다 치유가 되더라, 없어지더라. 그런 얘기죠. 그런데 아까 두번째 문구가 있었죠. 인간적인 발달이 느릴 수 있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그 인간적인 발달이나 어떤 능력 부분이요. 이건 텍사스대의 토니 발보 교수 연구를 한번 이야기를 해 볼 텐데요.

리더십과 성숙도, 사회성 등 16가지 항목에서 외동아이와 형제가 있는 아이를 비교해 봤는데, 둘 간의 점수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국내 연구를 보면 성취동기나 자존감 면에선 외동 자녀의 점수가 더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또 UCLA 연구팀에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자원 희석 모델'이라는 것을 제시했는데, 부모님의 시간이나 감정적·육체적 에너지, 관심, 이런 것들을 하나의 가정적인 자원으로 본다고 하면, 이런 자원들은 형제 수가 적을수록 집중되기 때문에 외동 자녀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만 보면 차이가 없다, 심지어는 어떤 면은 더 좋다고 나왔다는데, 그 반대 조사 결과는 없습니까?

[기자]

그런 부분도 물론 있었습니다. 중국 같은 경우에는 특히 소황제 문제가 많이 불거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 부분에 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됐었는데요. 외동인 청소년들이 심각한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도 이런 논문에서 나왔었고요.

또 외톨이인 아이들 중에 외동인 비율이 높은 반면, 친구가 많은 학생 중에 외동인 비율은 낮았다는 연구결과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외동아이에 대한 저술을 주로 해 온 로렌 샌들러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동안 진행된 500여 건의 연구 결과를 보면, 외동이나 형제 있는 아이나 결국 다 똑같다"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앵커]

대개 이렇게 논쟁이 되는 그런 대상을 놓고 판단을 할 때, 특히 연구 논문을 가지고 판단을 할 때 어느쪽으로 결론을 내리는 쪽이 더 많으냐, 그쪽으로 대개 결론을 내리고는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보자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일단 판단을 하는 것 같고요.

[기자]

또 어떤 아이가 좀 이기적이고 의존적이라면, 그건 외동이냐 아니냐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양육태도에 달렸다는 게 대부분 학계의 결론입니다

[앵커]

아무튼 한 자녀 키우는 부모들은 사실 그런 부분을 굉장히 고민들을 많이 하는데, 이번 포스터가 그분들 걱정을 더 크게 했던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기자]

그리고 그동안 "정부가 출산을 책임지겠다" "여성은 마음 놓고 일해라" 이런 이야기 참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정작 그동안 진행된 것을 보면, 일단 올해부터 연말정산에서 다자녀에 대한 추가공제 혜택이 없어졌고, 자녀 교육비 공제도 축소됐습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분유, 기저귀 지원 예산도 깎였고요.

이런 상황에서 '첫 애가 잘못 자랄 수 있으니 하나 더 낳아라'는 식의 포스터, 여기에 정부가 잘했다고 상까지 주니, 한 자녀 부모 입장에선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는 거죠.

[앵커]

다시 말하면 이런 건 사실 이렇게 네거티브식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아이를 둘 낳으면 어떠어떠한 혜택을 더 줄 수 있다, 이렇게 포지티브한 형식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된 게 문제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기자]

그런 네거티브 방식 때문에 이렇게 마음 상한 부모님들도 많으실 텐데요. 그 부모님들을 위해서 제가 사진 몇 장 준비했습니다.

[앵커]

김구 선생, 또 박지성 선수, 손연재 선수, 스티브 잡스, 루즈벨트, 이분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입니다.) 옛날까지 올라왔군요. 뜻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 외둥이들입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다 외동아들, 외동딸인 건데요. 이걸 가지고 어떻게 일반화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외둥이들이 정부가 금상을 줬던 포스터처럼 누런 외떡잎은 절대 아니라는 점, 이분들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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