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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원장까지 나서 집필진 회의, 그 이유는?

입력 2016-12-23 20:39

'국정 역사, 대통령 신념' 무리수 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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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 대통령 신념' 무리수 둔 듯

[앵커]

그럼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진 회의에 참석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 취재기자와 한 걸음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조택수 기자, 김정배 위원장 등 고위 관계자들이 사실상 수십차례 집필진을 모아놓고 회의를 한 정황이 나타났다는 보도였는데, 우선, 과거에도 교과서를 만들 때 이렇게 진행됐나요?

[기자]

검정교과서는 물론이고 국정교과를 만들 때도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역할은 집필진을 선임하고 편찬기준을 정해주는 것으로 그칩니다.

일단 집필진이 구성되면 각자 영역에 따라 집필을 한 뒤 이를 다시 독립적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검수를 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초고본, 개고본, 최종본을 완성해가는 형태였습니다.

2002년 마지막 국정 교과서 때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연구사 몇명이 참여를 하기는 했지만 단순히 일손을 돕는 차원이었고, 현재 국정체제인 초등학교 교과서의 경우에는 위원회 직원의 참여가 있었지만 검토진으로는 하지 않습니다.

[앵커]

과거에 참여를 하기는 했지만 최소한의 역할을 했다는 것 같고요. 이렇게 국사편찬위원회가 개입을 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네, 우선 집필진의 독립성을 보장해주기 위해섭니다. 집필진이 어떤 특정 의견에 휘둘리게 되면 당연히 교과서에도 그 내용이 그대로 반영이 되기 때문이고요.

특히 정권의 입맛대로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걸 막기위한 조치였는데요, 2002년 국정교과서를 집필했던 최상훈 서원대 교수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최상훈 교수/서원대 (2001년 국정 교과서 집필) : 과거 국정교과서 집필 시에는 국편 위원장이 첫번째 필자들 모임에 와서 인사를 하고 그 이상 교과서 집필에 관여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처럼 여러차례 회의에 참석하고 필자들과 만나서 이야기했다는 것은 편찬 방향을 지시했다거나 필자의 독립성을 저해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앵커]

과거 집필진의 증언까지 들어봤는데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진 회의에 참석하게 됐을까요?

[기자]

국편이 집필진과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구조는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집필 기준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앞서 보신 것 처럼 위원장을 포함한 고위 간부들이 수십차례 집필진 회의에 참석했다는 겁니다.

때문에 단순 참석이 아니라 사실상 회의를 주재하며 집필을 진두지휘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겁니다.

반면 각 분야별 집필진들은 누가 있는 지도 서로 모를 정도로 교류가 전혀 없었고, 심의위원회도 아직까지 전혀 공개되지 않아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앵커]

전례가 없는 형태로 진행이 됐다는 얘기인데, 유독 이번엔 왜 접촉이 많았을까요?

[기자]

우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보통 2년 동안 만드는 교과서를 이번에는 1년이라는 시간만 주어졌기 때문이고요.

또 대부분 학자들이 집필진 합류를 거부하면서 인원도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구성은 해놓고 국편이 사실상 입맛에 맞도록 지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겁니다.

깜깜이 집필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명단을 거부한 것이나 초고본이 엉망이었다는 얘기도 이런 구도하에서 이해가 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그런 우려가 실제로 현실화된 게 바로 근현대사 부분이죠?

[기자]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 내용 중 가장 논란이 많이 됐던게 바로 근현대사 부분인데요.

건국절 논란, 5.16 미화 논란, 새마을 운동 강조 논란 등이 있지 않습니까?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결정되기 전부터 청와대와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주장했던 내용이 고스란히 교과서에 담겼습니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대통령의 신념이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국편 고위층들이 참석하는 집필진 회의가 이토록 자주 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내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에 맞춰 업적을 공식화하려는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의 '효도 프로젝트'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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