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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정치적 의도 없이 코로나 막으려는 사람들"|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0-08-29 19:55 수정 2020-10-1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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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9일)은 코로나 바이러스 뒤를 쫓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여러분도 모르는 사이 확진자와 마주쳤을까 봐, 그래서 감염됐을까 봐 확진자가 다녀간 곳들 CCTV를 다 뜯어보고 또 확진자와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 마스크는 쓰고 있었는지 살펴보고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너무 전화를 많이 해서 혀가 아리고, 또 너무 CCTV를 많이 봐서 눈이 시리다는 이들의 하루를 오픈마이크에서 담아왔습니다.

[기자]

[박현주/서울 서대문구청 주무관 : 안녕하세요, 8월 15일날 광화문 인근 지역에 방문하신 분들에 대한 전수조사 전화드렸습니다.]

지난 광복절, 광화문에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박현주/서울 서대문구청 주무관 : 광화문 인근 어디에 계셨는지 말씀 좀 부탁드릴게요. 아 그 카페, 스터디카페요?]

꼬치꼬치 캐묻는 건 혹시 당신이 감염되지는 않았는지 살피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애쓰고 있지만, 이날도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400명 넘게 나왔습니다.

바로 옆 선별진료소에도 유난히 긴 줄이 늘어서자, 이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집니다.

확진자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마주쳤는지, 또 그때 마스크는 잘 쓰고 있었는지 추적하는 '동선조사팀'입니다.

[서성균/서울 서대문구청 동선조사팀장 : 안녕하세요. 코로나 확진자가 왔다간 것 같아요.]

[식당 사장 : 여기로요? 언제? 미쳐 죽어. 손님도 하루에 두 세 테이블 받고. (CCTV를 저희가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힙니다.

[식당 사장 : 여기는 CCTV가 없어요.]

[서성균/서울 서대문구청 동선조사팀장 : (CCTV가 있어야) 그래야지 이분들하고 옆에서 누가 먹었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어느 정도 가깝게 앉았던 건지 그걸 보고 싶은 건데.]

아쉬운 대로 장부를 보며 테이블 간격이라도 확인하는 조사팀.

[김기문/서울 서대문구청 동선조사팀 : 그날 몇 테이블 있었는지…(여기 있잖아, 여기. 테이블 6번은 저 끝에, 3번은 저 구석.)]

결국 당일 손님들 카드 정보를 모두 받아 분석하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다행히 다음 장소에는 CCTV가 있습니다.

[서성균/서울 서대문구청 동선조사팀장 : XX시 50분부터 봐야 될 것 같은데.]

[김기문/서울 서대문구청 동선조사팀 : 이때는 두 팀이 있었네. 아직까지는 두 팀이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서성균/서울 서대문구청 동선조사팀장 : 이거 이상하다? 잠깐 다시. 짧은 머리네. 다시 봐야 되겠다. 아까 거기로 돌려줘. 한 57분으로 해주세요.]

[김기문/서울 서대문구청 동선조사팀 :  스톱. 천천히, 천천히.]

CCTV가 있더라도 각도와 화질 때문에 확진자를 찾아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겁니다.

한 시간째 같은 화면을 보고 있는 조사팀.

'oo번 확진자가 oo에 다녀갔다'는 짧은 한 문장 뒤에는 이렇게 작디 작은 화면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서성균/서울 서대문구청 동선조사팀장 : (이게 보통일이 아니네요, 진짜로) 눈물 나죠. (눈이 시려서요?) 계속 보고 있으니까, 한곳만.]

그래도 오늘은 수월한 편입니다.

확진자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날에는 버티기가 힘듭니다.

[A씨/경기도청 역학조사관 : GPS 기록을 보니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의도적으로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되게 많죠. 너무 많이 지쳐요. 공황장애 걸릴 것 같아요.]

최근에는 특히 더 힘들어졌습니다.

[이혜옥/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주무관 : 이번에 광화문 집회라든지, 사랑제일교회건 이후로 비협조적인 격리자, 확진자 분들이 많아졌어요. '왜 사랑제일교회를 핍박을 하느냐', '가짜로 양성 만들어 내는 것 아니냐'…]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 욕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혜옥/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주무관 : 전화를 끊고 나서도 화가 안 풀리시고 계속 다시 전화를 거세요. 몇 시간이고 하시거든요. 그 똑같은 벨소리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혀가 아플 정도로 전화를 돌리고, 눈이 시릴 정도로 CCTV를 보는 사람들.

이제는 너무 지쳤다는 이들이 여러분이 꼭 들어줬으면 하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저희는 개인이나 어떤 집단에 대해 감정이나 의견을 갖고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코로나를 막아내는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고…계속 주말도 없이 야근을 지속하고 있는데, 그래도 코로나를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뉴스 보시고 많은 분들이 꼭 협조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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