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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북한? 조선? 국호 실랑이에 담긴 남북분단의 현실

입력 2015-08-05 20:41 수정 2015-08-0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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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북한? 조선? 국호 실랑이에 담긴 남북분단의 현실


JTBC가 동아시안컵 축구대회를 생중계하면서, 경기 후 선수와 감독에 대한 플래시 인터뷰를 진행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북한 중계진이 오지 않은 대신 북한팀 인터뷰 진행을 맡았는데, 긴장의 연속입니다. JTBC3 FOX Sports를 통해 생중계되는데 혹시라도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북한 선수단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국호 문제입니다. '북한'이라는 용어에 심한 거부감을 표현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리 헌법 3조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적 정부이고, 북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측은 우리가 흔히 쓰는 '북한'을 대한민국의 수복되지 못하고 있는 북쪽 영토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북한측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줄여서 조선이라는 자신들의 국호를 사용합니다.

지난 2일 일본전에서 1골1도움으로 역전승의 주역이 된 북한 남자대표팀 박현일이 우리 취재진에게 "국호를 제대로 불러 달라"며 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어제도 북한 여자대표팀 위정심과 인터뷰에서 '북한'이라고 했다가 긴장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국제대회 때마다 우리 취재진이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는 일입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워낙 '북한'이란 말이 입에 익어 있다보니 무심결에 쓰는데 북한 선수단은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반대로 북한도 우리를 남조선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역시 정치적으로는 '북한'과 비슷한 함의가 있습니다. 조선이란 자신들의 국호 안에 우리를 가두려는 것이죠. 대한민국이라는 우리의 국호를 인정하는 않는 북한입니다. 북한 선수단이 우리를 '대한민국'이라 호칭하는 걸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누군가를 부를 땐, 상대가 원하는 대로 불러주는 게 예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북한과 남조선. 굳이 서로가 원치 않는 이름으로 부르는 건 대결의 시대를 살아왔던 우리에겐 일종의 숙명이 아닌가 싶은데, 국제대회 취재를 자주 하면서 상대에 대한 서로의 존중이 부족한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됩니다.

국제대회 때 만나는 북한은 동질감과 이질감을 동시에 주는 존재입니다. 북한이 제3국과 대결에서 잘하면 우리도 환호하지만, 승리 후 '주체사상'과 '원수님'을 거론하면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이런 역설적 감정이 남북간 이질감을 해소해나가는 단초가 아닐까, 더 넓게 본다면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궁금해야 더 알고 싶어지니까요.

(그럼에도 방송에서 '조선'이란 말을 쓰는 건 미묘하게 꺼려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타협점은 이미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나 문화교류 행사 때 많이 쓰던 북측, 남측이란 표현일 겁니다. 현재로선 이게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최소치입니다. 다음 번 인터뷰 때는 잊지 말고 북측이라고 말해야 하겠습니다.)

우한(중국) | 전영희 스포츠부 기자 jeon.young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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