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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드 전파와 부지의 방정식

입력 2015-04-07 06:43 수정 2015-04-0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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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드 전파와 부지의 방정식


미국은 왜, 사막과 바다 위에 사드를 배치했을까.

- 사드의 전파와 부지의 방정식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목요일(9일) 방한합니다.

카터 장관의 방한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 논의의 기폭제가 될 지 여부로 인해 관심을 끄는 뉴스입니다.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오는 일정이 시작도 안됐는데 예고 기사가 이어지는 배경엔 카터 장관이 그간 미사일 방어체제(MD)강화 명분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해왔던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MD가 겨냥하고 있는 미사일이 북한제 뿐이겠습니까. 질과 양에서 압도적인 중국·러시아제를 제쳐두고 말입니다. 대놓고 핑계 대기 좋은 대상이 북한인 거겠지요.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효용 가치는 이렇게 꼭 부정적이라고 할 수 없는 입체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간 나온 사드 배치 논란의 쟁점입니다.

① 사드의 효용성-대북 억지력 있나 없나
② 있다면 사드 배치와 도입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
③ 배치 또는 도입하면 중국의 반발 따른 한중 관계 악화와 북중관계 회복 및 한미일vs북중러 신냉전구조는 어떡하나
④ 공론화는 시기상조인가 더 늦으면 실기(失機)인가

각종 시사 프로와 언론에 전문가들이 줄을 이으면서 1번부터 4번까지 랠리가 이어지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합니다.

사드 배치 논란은 지난해 5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 조사를 실시했다"는 미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물살을 타기 시작했는데요.

촉매 역할은 주한미군이 맡았습니다. 주한미군사령부(지난 3월)는 "한국에는 사드 시스템이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 장소들이 있고, 미래에 가능한 배치를 대비해 적절한 장소를 찾기 위한 비공식 조사가 진행되긴 했다"고 밝혔습니다.

올 들어 사드 논란이 위의 4가지 쟁점을 오가면서 제자리를 맴도는 양상을 보이자 기폭제를 쓴 겁니다.

[취재수첩] 사드 전파와 부지의 방정식


평택과 원주를 비롯해 부산 기장군 일대 등 5곳을 부지 후보지로 둘러봤다는 관련 주장도 나왔습니다.

미국발 사드 논란의 시작점과 중간 촉매가 부지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사드 체계는 단순히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대 세트를 갖다놓는 문제가 아닙니다.

넓은 부지와 안전거리 등 보이지 않는 환경과 조건이 있습니다.

전파의 문제인데요. 사드의 X밴드 레이더(AN/TPY-2)가 방출하는 초강력 전파 때문에 2.4~3.6km 전방에 있는 전자장비가 마비됩니다.

실생활에 밀접한 전자기기만 따져봐도 차량, 휴대폰, PC 등 기능이 정지된다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자면 잠실야구장 몇 십개에 해당하는 면적의 부지+안전지대가 필요하다는 말이 됩니다. (*초강력 전파가 나오는 레이더 앞에 있다간 통닭이 됩니다. 전자렌지를 연상하면 됩니다.)

지상에서 5.5km 고도의 항공기 전자장비도 훼손 범위에 있습니다. 이 정도 되면 사드 배치 단계에서 제1 고려 대상이 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파 얘기가 나오니 밀양 송전탑-고압선-암유발 논란-땅값 하락 우려-사회갈등으로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집니다.

국내의 송전탑 문제, 쉽지 않았습니다. 첩첩산중이었죠.

사드가 배치된 곳이 미국의 텍사스 사막 한복판이고 바다로 둘러싸인 괌이라는 걸 상기한다면 전방이 뚫린 개활지가 많지 않은 한국 지형 특성상 사드 배치 최적지 앞에 인구 밀집 지역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북한을 바라보고 북쪽을 향해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내륙의 인구 상주 지역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강력한 외부의 영향력으로 후보 지역 전방의 가옥을 소개(疏開)할 수 있을까요.

안보 명분과 실익이 확실했던 제주 해군기지도 얼마나 많은 사회 갈등을 초래했던가 상기해본다면 어려운 문제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벌써 후보지로 거론된 부산·대구 등지에선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유사시 제1 타격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초강력 전파를 쏘는 사드 포대의 '미친 존재감' 때문에 땅값이 곤두박질 칠 것이란 우려에서 나오는 반응일 겁니다.

이론에 가깝지만 완벽한 사회적 합의 없이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간 반미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이 틈을 노려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고개를 들 지도 모를 일입니다.

국회의 한 소식통은 "사드에 잠복한 사회 갈등 요소가 만만찮다"고 우려를 표합니다. 이 소식통은 사드가 내포하고 있는 폭발력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은 우리 정부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취재수첩] 사드 전파와 부지의 방정식


미국 입장에서 반미 불똥을 피할 수 있는 해법은 뭘까요.

한국 정부가 공론화에 나서 여론의 물꼬를 사드 배치에 유리하게 틀어놓는 게 아닐까요. 총대를 한국 정부가 메라는 얘기인거죠.

청와대와 외교안보부처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선 3NO(미측의 요청도/한미간 협의도/한미간 결정도 없음)라는 입장입니다.

사안을 단순화시켜 부지라는 앵글에서 3NO를 해석하면, '우리가 먼저 나서서 사드 배치 여론을 만들고 배치를 위한 부지를 닦아 놓고 싶지 않다'는 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엄청난 파장을 부르고 심대한 사회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 사드 문제에 발목 잡히고 싶은 정부가 어디 있겠습니까.

거칠지만 일단 정리를 해본다면 앞으로 사드 관련 논란은

1.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력으로 사드가 필요하며 미국이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나서 사드 배치 요망 의사를 밝히자는 시각
2. 3NO 입장을 견지하며 (반미 여론 촉발 우려 등으로 인해) 스스로 사드 배치를 요청하기 힘든 미국의 입장을 최대한 활용해 시간을 벌자는 전략
3. 사드의 효용성 검증 및 중국의 안보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얽히고 설키면서 가지치기를 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쟁점마다 주장과 주장이 맞섭니다.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가 반영된 Q&A 기사도 쏟아집니다.

계기만 생기면 부딛치지만 당장 답이 안나오는 문제라 동력이 떨어지면 다시 잠복합니다.

정부 입장이 3NO니까 카터 장관 방한 중에는 공식 의제에는 포함이 안됐다는 입장이 공식 메시지가 될 겁니다.

물론 각종 환영 행사 자리나 이동하는 일정 중간중간 한·미간 신경전을 벌이면서 주고 받을 수 있는 이슈니까 공식 의제가 아니라고 해서 물끄러미 보고 말 일은 아닙니다.

미국 언론에서 사드의 성능 관련 부정적인 뉴스가 잇따르고 있는 분위기를 봐선 당장 카터 장관의 방한 일정으로 사드 문제가 정리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군사부문의 상호통합성을 높이자는 정도의 메시지가 예상됩니다.

사드 관련 강렬한 한 방이 없이 방한이 마무리될 경우 모양새상 김은 빠지겠지만 시야를 미·중간 대전략으로 넓히면 카터 장관의 행보는 결코 간단치 않습니다.

다음에는 부상하는 중국. 부활하는 미국의 견제 본능. 슈퍼 파워의 견제와 갈등으로 불꽃을 일으키는 지점에 솟아오른 사드 얘기로 이어가겠습니다.

JTBC 정용환 기자 cheong.yongw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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