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노인'…보행 환경 체험해보니

입력 2016-01-20 08:5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노인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저희 밀착카메라에서 특수장비를 이용해 노인체험을 해봤는데요. 어르신들은 교통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입니다. 이분들을 위한 교통 안전대책이 필요합니다.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경찰과 구조대원들이 분주히 버스 주위를 오고갑니다.

횡단보도 위에 멈춰 선 버스가 천천히 뒤로 물러나고 구급대원들이 아래 깔려 있던 70대 여성을 구급차로 옮깁니다.

지난 10일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마을버스에 치인 이 노인은 끝내 숨지고 말았습니다.

지난 2014년 교통사고 사망자 4700여 명 가운데 약 40%가 65살 이상 노인이었습니다.

서울 종로의 한 재래시장, 한 노인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이 오토바이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갑자기 튀어나옵니다.

각종 노점과 인파로 인도 통행이 어려워지자 아예 차도로 걷는 노인들도 눈에 띕니다.

[서문자/서울 광희동 : 교통이 이렇게 복잡해서 어떻게 하나 걱정이 돼요. (저도 예전에) 여기를 차에 찧었어요. 그런데 다행히 아무 이상은 없었어요.]

실제로 노인들이 체감하는 보행 환경은 어떨까.

제가 손에 들고 있는 건 노인체험 특수 장비입니다.

이 장비를 착용하게 되면 몸을 보행이 어려운 80대 노인의 신체와 비슷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고 하는데요. 직접 한 번 입어 보겠습니다.

장비를 모두 착용해 봤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등도 자연스럽게 굽어졌고요. 팔과 다리를 움직일 때 굉장히 불편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장비를 착용한 채로 인근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봤습니다.

특수 안경 탓에 시야각도 좁아지면서 차량이 가까이 와도 알아차리기가 힘듭니다.

튀어나온 보도블럭을 피하지 못해 넘어질 뻔한 상황도 수차례, 놓친 지팡이를 줍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길지 않은 거리였는데도 금방 숨이 찰 정도로 체력적인 부담이 심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앞이 잘 보이지 않다 보니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된 상태로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는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인보호구역, 일명 실버존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보호구역에서는 모든 차량이 시속 30km 이하로 달려야 합니다.

서울 마장동의 한 노인보호구역입니다.

인근에 노인복지관이 위치해 있어서 평상시에 노인들의 통행이 굉장히 많은 곳인데요. 실제 차량들이 규정속도를 잘 지키고 있는지, 이 간이측정기로 직접 한 번 재보겠습니다.

10여 분 동안 차량 수십 대가 지나갔지만 규정속도를 지킨 차량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신호등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차량과 보행자가 엉키기 일쑤입니다.

[김대옥/서울 사근동 : 우리가 와서 노인복지관으로 가려면 건너 들어가야 하잖아요. 나오는 차, 들어오는 차가 양쪽으로 있어서 아주 위험해요.]

서울의 또 다른 노인보호구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왕복 10차로 도로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지만 도로 위 문구 외에는 보호구역 표시도 찾기 힘듭니다.

[이정표도 없고 아무 내비게이션에도 안 나오고요. 여기 자주 오는데도 (노인보호구역인지) 몰랐어요.]

노인보호구역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장택영 수석연구원/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 어르신들의 통행 패턴을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고요. 위험 지역이 어떤 지역에 있는지를 선별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서 안전시설물을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바로 이곳이 며칠 전 70대 노인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장소입니다.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구간이지만 노인들에게는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들에 대한 오늘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바로 미래의 내 안전을 지켜주는 것 아닐까요.

관련기사

흉기 난동에 절도·방화까지…소외된 노인들 '분노 범죄' "고령층, 집 팔아 빚 갚으면서 3~4년 후 집값 하락 압력" '노인 우울증' 문제는 뇌혈관…"유산소 운동 하세요" 도심 속 사후면세점…대형 관광버스 주차난 '몸살' "잠깐인데 뭐 어때요"…안전 위협하는 불법 주·정차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