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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아닌 을' 특수고용직…여전히 법 사각지대에

입력 2015-12-3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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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상사의 지속적인 폭행을 견디다 못해 폭로한 텔레마케터, 머리카락을 잘라내라는 간부의 지시를 고발한 보험설계사, 역시 이들의 눈물도 저희가 전해드렸었는데, 이들 특수고용직들의 그 이후도, 마찬가지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박성훈 기자입니다.

[기자]

크리스마스이브였던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지속적인 폭행을 당해온 전직 텔레마케터 3명이 법원을 찾았습니다.

[권OO/전직 텔레마케터 : 민사는 이제 시작인 거예요. (오늘 몇 번째 재판인가요?) 두번째…]

외국 시사주간지를 전화로 판매하는 일을 해오던 이들은 담당 팀장의 끔찍한 폭행을 견디다 못해 도망쳐 나왔고, 이는 JTBC의 보도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습니다.

[김OO/팀장 : 때려야지, 똑바로 서! 넷, 다섯, 여섯…]

문제제기 2년 만인 지난 9월, 가해 팀장이 징역 4년의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끝이 아니었습니다.

가해자 측은 각종 소송 등을 제기하며 여전히 피해자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권OO/피해자 : 끊임없이 거짓말하고, 끝났다고 해도 또 항소하고 있고… 저희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가장 힘든 건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고통스러운 과거에서 헤어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김OO/피해자 : 매일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해요. 죽어야 끝날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많이 하고…]

텔레마케터는 회사에 소속돼 있지만, 영업 실적으로 수당을 받는 개인사업자들입니다.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보니 상사의 폭행이나 부당한 행동에 문제를 제기했다 불이익을 받더라도 보호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박OO/피해자 : 갑을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정말 노예처럼, 하녀처럼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거거든요.]

보험설계사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동부생명 보험설계사 A씨는 본사 간부가 직원들의 손발톱과 머리카락을 잘라 내라는 황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JTBC를 통해 고발했습니다.

취재팀이 다시 만난 A씨는 보도가 나간 지 한 달 만에 회사를 그만둔 상태였습니다.

회사에서는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고 자신만 부적응 대상자로 취급됐습니다.

[A씨/보험설계사 : 아무런 변화가 없었어요. 그렇게 했던 사람도 보란 듯이 더 활개치고 다녔었고, 아무리 그래도 나는 괜찮다 그런…]

보험설계사 역시 개입사업자 신분입니다.

문제를 일으켜 해고되면 잔여 수당을 받을 수 없다 보니 갑의 횡포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A씨/보험설계사 : 해촉을 하면 잔여수당을 못받죠. 그러다보니까 일반설계사들이 싫어도 말을 들어야 되는, 그런게 업계의 (현실입니다).]

고용관계에 있지만 노동자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들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송영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노동법이 포괄할 수 있도록 입법화하는 것, 이게 가장 시급한 해결방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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