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힘드시죠?" 이 한마디는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 누군가 건넨 한 마디의 위로가 마음을 바꾸게 하는데요. 오늘(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입니다.
김혜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늦은 밤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에서 걸려온 겁니다.
[상담원 : 네, 생명의 전화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앳된 목소리가 들립니다.
말을 들어주겠다는 한마디에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여중생 : 저기요, 제 얘기 좀 들어주실 수 있으세요. 부모님이 이혼하시고요, 적응을 못 해서 왕따를 당했어요.]
이야기를 하고 마음이 진정됐다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고민을 시원하게 말하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는 학생도 있습니다.
[남고생 : 친구들이 여기 오면 자살하기 좋다고 해서 왔어요. (지금 마음은 어때요?) 경치 좋아요. (경치 좋죠? 거기 경치만 좋은 게 아니라 마음을 바꾸면 세상이 다 좋아요.)]
지친 중년 남성의 어깨를 다독이는 건 칭찬 한 마디였습니다.
[중년 남성 : 방세가 한 번 밀리니까 계속 밀리더라고요. (선생님 목소리 들으니까 젊으시고, 굉장히 목소리도 우렁차고 좋으신 것 같은데…) 근데 지금 (우울증) 약을 안 먹은 지가 벌써 1년이 되어가니까요.]
10여 분에 걸친 대화 끝에 남성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지난 4년 동안 3679명이 이 전화를 들었습니다. 그중 85%가 마음을 바꿔먹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대단한 도움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오가는 대화 몇 마디에 극단적인 생각으로 이곳을 찾았던 대다수가 죽음이 아닌 삶의 길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