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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손 뗀다더니…가스공사, 자원외교에 추가 투자 논란

입력 2016-07-12 22:04 수정 2016-07-1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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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 세금을 수십조 원 탕진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문제, 감사원도 자원외교를 실패한 정책이라고 규정했지요. 그런데 이번 정권에서도 자원외교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가스공사가 이라크 내전으로 중단된 유전 개발사업의 손실을 만회하겠다면서 또 다른 가스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기술적 문제와 불안한 현지 치안을 무릅쓰고 막대한 돈을 들여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우려가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12일) 탐사플러스에선 부실 논란 속에서 아직도 계속되는 자원외교 사업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이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이슬람 무장단체인 IS와 이라크 정부군이 내전을 벌이던 지난 2011년.

한국가스공사는 이라크 유전 4곳에서 가스 개발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과격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거점 지역인 수도 바그다드 서북부 지역도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현지 가스전과 유전 등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면서 가스공사의 대표 사업인 아카스 가스전 개발은 3년도 안 돼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 사업을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거죠. 그 지역에 사람이 들어갈 수도 없고. 현재 상황에서는 개선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펜딩 된 상태라고.]

천연가스를 뽑아내기 위해 아카스 가스전에 투자한 4500억 원은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졌고, 당시 발주한 기자재는 이라크와 한국 공장에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이라크 정부와의 계약 기간은 오는 2031년까지입니다.

가스공사는 아카스 가스전 개발이 어려워지자 지난해부터 대체 사업으로 이라크 다른 지역의 가스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발주한 기자재를 다른 가스전 개발에 활용해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임종국 본부장/한국가스공사 해외사업본부 : 이미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회수하는 것이 당연한 방향성이고 목표고요.]

가스공사는 대체 사업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이라크 정부 관계자와 14차례 만나 협의를 해왔습니다.

10월에는 한국-이라크 정부가 기본 원칙에 합의하고,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도 대체 가스전 개발을 1차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 자원 개발이라든가 이런 것은 가스공사나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거고. 정부가 일정 정도 통상협력 차원에서 양국 정부 간에 그런 협력 채널을 가동해서.]

문제는 경제성 여부와 사업의 불확실성입니다.

먼저 가스전 개발에 필요한 설비와 부지 확보에 새로 들어가는 비용이 적게는 8000억 원 많게는 1조 원이 넘을 걸로 보입니다.

특히 기존 아카스 가스전을 위해 발주했던 기자재들을 대체 사업에 활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 : (기자재가) 기존 개발하던 광구에 대해서 발주해놓은 거잖아요. 채굴이나 시추. 그 환경이 달라지는 거죠. 기본적으로 자재를 활용해서 할 수 있는 기술도 자체 기술로는 사실 없다고 보고.]

가스공사 내부에선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는데다, 기존에 투입한 4000억~5000억 원의 사업비를 보상받기 위해 새로 필요한 투자비가 2조 원에 이른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가스공사와 이라크 석유부의 회의록입니다.

지난 4월 아카스 가스전에 대한 투자금 회수가 필요하다는 가스공사 측의 입장에 이라크 정부가 먼저 신규 사업을 제안합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 :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난망하다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훨씬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대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거죠. 그쪽 정부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 갈 수밖에 없어요.]

이와 관련해 가스공사 측은 이라크 정부에서 제안했던 여러 사업 중 손실을 보완할 수 있는 가스 부분만 진행하기로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불안한 치안입니다.

지난달에도 해당 가스전 인근에서 자살 테러가 일어나는 등 이라크 전 지역으로 교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가스공사가 발주한 내부 용역보고서도 IS가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의 가스전 사업을 우려합니다.

또 기존의 아카스 가스전 투자비도 이같은 불안한 치안 때문에 모두 손실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공사 측은 안전하다는 입장입니다.

[임종국 본부장/한국가스공사 해외사업본부 : 전체적으로는 치안이 바그다드 내에도 안정이 됐고, 바스라 지역의 남부 쪽은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자원개발 사업의 경우 경제성과 함께 정세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신현돈 교수/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 프로젝트가 얼마나 딜레이 될 수 있는지 리스크가 될 수 있어요. 만약에 시작하고 나서 이것도 4~5년 뒤에 (달라진다면) 유리한 조건을 많이 끌어내는 협상이 공사 측에 필요합니다. 그쪽(이라크)이 계속 갑이 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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