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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공기업 상장, 현실성 있나…"시기상조" vs "재원확보 방안"

입력 2016-06-14 16:56

"남동발전 상장 추진 불발 때와 환경 변화 없다"
"전력도매단가 제도 개편 등 투명성 전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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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발전 상장 추진 불발 때와 환경 변화 없다"
"전력도매단가 제도 개편 등 투명성 전제돼야"

에너지 공기업 상장, 현실성 있나…"시기상조" vs "재원확보 방안"


정부가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 5곳 등 8개 에너지 공공기관을 순차적으로 상장키로 했지만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2001년 남동발전 상장이 실패했을 당시와 여건이 크게 바뀌지 않은 데다 전력도매단가 제도 개편 등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은 시기상조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발전 자회사의 수익이 좋은 상태에서 현 시점에서 상장을 추진할 명분도 사실상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물론 비판적인 견해만 있는 건 아니다. 부족한 재정 여건 하에서 공기업의 부채를 줄이고, 신산업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정부의 공기업 부분 상장 방안은 충분히 추진해 볼만하다는 견해도 있다.

정부는 14일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 조정 방안'을 통해 2017년 하반기부터 남동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부발전 등 발전 5사와 한전KDN, 가스기술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순차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전체 지분의 20~30%만을 상장해 민영화가 아닌 혼합소유제(공공 지분을 최소 51% 유지) 방식으로 상장한다. 정부는 하반기에 상장을 위한 세부 추진 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 상반기 이후 주식시장 상황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상장키로 했다.

현재 증시에 상장된 공기업은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난방공사, 한전KPS, 한전기술 등 5개 에너지 공기업과 기업은행, 강원랜드, GKL 등 3개 금융·레저 공기업 등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남동발전이 상장을 추진했다가 실패했을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2001년4월 한전의 발전부문을 6개 회사로 분할하고, 한국남동발전을 첫 번째 민영화 대상으로 정해 민간에 매각한 후 증시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매각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매각이 불발되면서 '상장 후 매각'으로 방침을 바꾸고, 구조 30% 상장을 추진했지만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정부와 한전은 남동발전의 공모가가 장부가(주당 2만7500원) 이상을 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주관 증권회사가 제시한 공모 희망가는 한국전력의 당시 PBR(0.5배) 등을 반영한 1만6000원~2만원이었다. 정부와 한전은 PBR 1배 이하로 팔 경우 '헐값 매각' 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상장 추진을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연구원은 "과거 남동발전 상장이 무산된 것을 감안할 때 시장이 장부가치 이상을 인정해 줄 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시장은 남동발전의 미래 이익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 남동발전 주식을 담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남동발전 지분 30%가 상장되면 한전과 발전자회사간의 전력거래방식의 투명성이 제고될 가능성은 있지만 남동발전의 대주주는 여전히 한국전력"이라며 "제도의 투명성이 제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발전회사의 주식 일부가 상장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전력도매단가 제도로는 발전자회사의 수익 추정과 올바른 가치평가가 불가능하다. 상장 전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며 "발전사에서 전력이 판매되는 구조가 투명화돼야 실적 추정이 가능한데, 제도가 바뀌지 않고서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2001년과 변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발전자회사의 상장 추진은 명분은 물론 실리도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과거에는 발전자회사 증시 상장을 통해 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진 한전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발전자회사들의 경영구조가 개선은 물론 전력시장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효과를 기대했겠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윤희도 연구원은 "3년 동안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은 우량회사로 거듭났고, 한전의 올해 잉여현금 흐름은 9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라며 "현 유가 수준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몇 년간 이익 증가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 에너지 신산업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체력도 충분히 갖췄는데 한전보다 수익성을 좋은 발전 자회사를 굳이 매각할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혼합소유제 형태를 유지해도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또다른 증권업계 한 연구원은 "발전 자회사의 자산가치가 2조원인데 1조원대로 상장하면 한국전력이 손해를 본다. 무리해서 상장할 지 지켜봐야 한다"며 "한전이 손해를 보겠다고 해서 상장을 추진한다면 나중에 헐값 논란의 책임이 불거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또다시 상장을 결정한 만큼 전기제도 개편과 조직 투명성 확보 등의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김상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전이 밸류에이션이 낮은 이유는 투명성이 낮았기 때문"이라며 "매각 결정이 났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공공요금이나 공공기관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재정 확보 방안으로 상장은 괜찬은 선택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대신에 상장을 통해 재원 마련을 하는 방안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며 "신산업 지원 등을 위해 재원이 필요한 만큼 시장 수급 여건을 봐서 적극 고려해 볼만하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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