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사고가 난 뒤 90초가 지나도록 기장의 탈출지시가 내려지지 않았다는 내용도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발표했습니다.
어찌된 사정인지 조민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90초'. 비행기에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때 2차 폭발 등이 일어나는 평균 시간입니다.
이 시간 안에 탈출해야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서 탈출을 위한 첫 슬라이더가 펼쳐질 때까지 90초가 넘게 걸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기장이 탈츨 여부를 묻는 승무원들에게 기다리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데버러 허스먼/미교통안전위원회 위원장 : 첫번째 문에서 슬라이드가 열릴 때까지 90초 넘었습니다. 조종사가 탈출을 시작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사고 당시 최선임 승무원이었던 이윤혜 과장도 이런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윤혜/사고기 최선임 승무원 (지난 8일) : 기장님께 '이베큐에이션(탈출) 할까요'하고 말씀 드렸더니 '기다리세요'라고 말씀 하셨고요. 손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방송했습니다. 세차례 정도.]
기장은 승무원에게서 기체 뒷부분에 화재가 났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야 탈출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런 기장의 대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연료가 엔진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등 비상 착륙시 지켜야할 체크리스트를 수행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란 주장이 그 중 하나입니다.
[손병남/전 보잉 777 기장 : 체크리스트를 수행하기 위한 시간을 달라고 한 의미였죠. 그것이 끝난 다음에 불이 점화되지 않도록 조치가 취해진 후 지시를 해주겠다 (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승객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탈출을 먼저 시도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직 기장 : 충격이 상당히 오고 난리났잖아요. 이스케이프(탈출)를 당연히 해야합니다. 기장이 직접 이스케이프를 하라고 지시해버려야하는 상황이거든요.]
사고 후 지나간 '생존의 90초'. 당시 기장이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세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