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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방치된 '해상호텔 쇠말뚝'…어민들 위협

입력 2017-10-26 22:14 수정 2017-10-2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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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천 영종도의 한 해변에서 물이 빠질 때면 수십 개의 쇠말뚝이 드러납니다. 근처를 지나는 배들 또, 어민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 말뚝의 정체가 대체 뭔지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인천 영종도의 한 해변입니다. 지금은 물이 많이 빠질 시간대인데요.

그런데, 여기 이렇게 갯벌 위로 정체불명의 철제 구조물들이 나와 있습니다.

저 뒤에도 한 개가 더 있고요. 주민들에 따르면 지금보다 본격적으로 물이 더 빠지면 저런 철제 구조물들이 더 많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구조물의 아래쪽까지 물 밖으로 나옵니다.

갯벌에 깊게 박힌 구조물들의 정체는 배를 고정할 때 사용하는 닻, 앵커입니다.

옆에 서면 사람이 작아 보일 정도로 거대합니다.

물이 빠지면서 모습을 드러낸 앵커입니다. 얼핏 봐도 저보다 키가 크고요. 무게도 상당히 나가 보이는데, 힘을 줘서 밀면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겉에는 이렇게 굴 껍데기들이 붙어있는데, 끝이 굉장히 날카롭습니다. 저도 만졌다가 손을 다쳤는데요.

이 앵커가 물에 잠겨서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지나가는 배들이 손상을 입거나, 수영하는 사람이 다칠 수도 있게 됩니다.

밀물에는 물 위에서도 앵커 위치가 보이도록 플라스틱 물통을 달아놨지만, 어망이 걸려 찢기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습니다.

주변으로 조금만 자리를 옮기자, 비슷하게 생긴 앵커 수십 개가 더 발견됩니다.

운동장 크기의 공간 안에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있는데, 이곳이 국내 최초 해상호텔을 지으려던 자리입니다.

[인근 상인 : 해상호텔 부지였던 자리 표시… 벌써 15년 넘었어요. (지자체에서도) '관리 못 하는 게 아니라, 개인 거니까 터치를 못 한다'고 그러더라고.]

1999년 외국 투자법인이 인천시와 양해각서를 맺고 지하 3층, 지상 9층 규모의 해상호텔 사업권을 따냈지만 최종적으로 돈을 대지 못하고 부도를 내면서 2011년 사업승인이 취소됐습니다.

그사이 기초공사 형태로 갯벌에 고정해놓은 앵커들만 20년 가까이 녹슬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개당 3m 크기에, 최소 200kg이 넘는 펄에 박힌 고철 덩어리를 자신들의 힘만으로 제거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인근 어민 : 호텔을 짓겠다고 하다가 안 했으면 처음과 동일하게 똑같이 (철거를) 하는 게 원칙이잖아. 안 해.]

담당 지자체도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인천시가 갖고 있던 관할권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생기면서 넘어간 뒤, 경제자유구역이 해제되자 다시 구청으로 이관된 겁니다.

앵커 몇 개가 어디에 박혀 있는지, 자료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앵커 일부를 철거한 구청은 이르면 내년 봄 바지선을 이용해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구청 관계자 : 내년 1월에 설계를 할 예정이에요. 그 결과가 나와야 공사 물량 등을 파악하고 2~3월 중에 발주해서 상반기 내에는 철거를 완료할 예정입니다.]

국내 최초 해상호텔을 만들려던 계획은 휴짓조각이 됐지만, 이곳에 남은 앵커들은 자연과 어민을 해치는 쇠말뚝으로 변했습니다. 정확한 실태 파악과 제대로 된 복구 계획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홍승재·박대권, 영상편집 : 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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