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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상인들 부담만…전통시장 지원의 '역설'

입력 2017-10-19 21:30 수정 2017-10-1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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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형마트에 밀려난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사업에 지난 5년 동안 1조 7000억 원의 예산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매출은 여전하고 상인들 임대료 부담만 불어난 곳이 대부분입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으로 이 시장에는 이렇게 눈과 비를 막아주는 지붕이 설치돼 있고요. 또 가게마다 귀여운 캐릭터 간판도 설치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상인들은 마냥 즐겁지는 않다고 하는데 어떤 이유인지 지금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오가는 사람은 많지만, 손에 든 봉투는 많지 않습니다. 문을 닫은 가게도 눈에 띕니다.

[시장 상인 : 머리털 나고 오늘 같은 장사는 처음 봤다. 오늘 하나도 안 팔고 놀았다니까. 나 오늘 고추 한 개 팔았다…]

매출은 늘지 않는데 점포 임대료는 오른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시장 상인 : 사람이 많으니까 장사 잘되는 줄 알고 임대료 올리려 그러고, 저희 같은 경우도 40만원 올려달라고(해서) 가게 접으려 했어요.]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전통시장 경쟁력을 위해 1조 7000억 원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매출은 4%가 오르는 데 그친 반면, 보증금과 월세는 10% 넘게 올랐습니다. 시설이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있는 서울 망원시장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망원시장 상인 : 젊은이들이 컵에다 (음식)넣어 먹고 바글바글 해. 근데 솔직히 이런덴 별로 안 와. 남 보기에는 사람이 많으니까 가게 주인들은 뭣도 모르고 다 잘되는 줄 알고 집세를 자꾸 올리려고 하잖아.]

몇몇 인기 업종에만 사람이 몰릴 뿐 다른 업종 매출은 늘지 않았다는 겁니다.

상인들은 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지원을 문제로 꼽습니다.

고객들에게 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상인들에게 정보화 교육을 하겠다고 만든 ICT카페가 대표적입니다.

73억을 들여 전국의 270여 개 시장에 만든 ICT 카페 앞에 와 봤습니다. 보시다시피 평일 낮인데도 불은 완전히 꺼져있고요.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사실상 상인회 사무실로 쓰이기도 합니다.

[상인회 관계자 : 공짜로 준다는데, 그래서 (집기를) 받긴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봤을 땐 낭비가 있습니다.]

쇼핑카트와 배송서비스 등 대형마트 따라 하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시장에서 장을 볼 때 무거운 짐을 좀 더 쉽게 나르라며 이렇게 쇼핑카트까지 비치해놨습니다. 대형마트에서 주로 쓰는 건데요. 이를 직접 끌고 시장 안을 다녀보겠습니다.

작은 길로 진입하자 사람들과 부딪히고 가게에 들어갈 때는 길에 둔 카트가 신경 쓰입니다.

사용하는 사람은 없고, 50여 대는 방치된 채 자물쇠까지 채워져 사실상 쓰레기 투기장이 됐습니다.

지원금을 받아 대부분의 시장에서 운영하는 전화 '장보기 서비스'도 이용해봤습니다.

친절하지만, 불편함이 따릅니다.

[배송 콜센터 직원 : 일단 생선 가격을 물어볼까요? (갈치) 사진을 제가 찍었거든요? (카드는 되나요?) 카드 단말기를 구비하고 있는 게 없어요.]

정찰제, 단위별 판매 등 기본 시스템이 대형마트와 달라 사라진 곳이 많고, 남아있는 곳도 자생력은 없습니다.

[배송 도우미 : 우리는 지원 나온 거니까. 이익 창출할 것 같으면 배송료 왕창 올려야죠.]

전통시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막상 편의성이 아닌 다른 요소를 꼽습니다.

[정해순/서울 용문동 : 재밌어요. 거기는 어떻게 돼 있나 가격은 어느 정도 하나. 많이 다녀봐요. 여기저기.]

[윤우식/서울 독산동 : 편하게 술도 이렇게 길에서 빨대 하나 꽂아서 들고 같이 먹으면서 근무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고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원은 계속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장에선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단순히 시설만 현대화할 것이 아니라, 각 시장에 맞는 특화된 아이디어가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이병구·박대권, 영상편집 : 임인수, 인턴기자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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