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취재수첩] 靑心이라 읽고, 朴心이라 쓴다

입력 2014-04-10 13:59 수정 2014-04-10 16:1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취재수첩] 靑心이라 읽고, 朴心이라 쓴다

어제(9일) 열렸던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TV 토론회. 전 개인적으로 큰 재미를 못 느꼈습니다. 후보들 간의 별다른 공방 없이 기존에 나왔던 정책들을 백화점 식으로 나열하는 정도. 그나마 깜짝 재미를 줬던 것이 후보들에게 한 'OX 퀴즈'였던 것 같네요.

그중에서도 가장 핫(hot)한 질문은 '당신이 친박(친박근혜)이라고 생각하십니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원조 친박인 이혜훈 최고위원이 가장 먼저 'O'를 들었고, '자칭 친박' 정몽준 의원이 곧바로 'O'를 들었습니다. 당연히 시선은 박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황식 전 총리에게 향했는데요. 그의 대답은 '△'였습니다. 그의 마음을 살짝 들여다본다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내가 서울시장이 돼야 하지만 난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는 사람' 뭐 이런 뜻이었겠죠.

순간 김 전 총리의 표정을 봤습니다. 고개를 살짝 숙인 그의 얼굴엔 '영원보다 길었던 찰나'의 회한이 묻어 있더군요. 답변을 마친 김 전 총리. 부쩍 더 피곤해 보였습니다.

얼마 전 김황식 캠프의 핵심 관계자와 밥을 먹었습니다. 절 보자마자 박심 논란의 억울함부터 호소하더군요. 이 분의 말이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으면 캠프가 처음에 그렇게 (엉망으로) 돌아갔겠느냐"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는 거죠. 그만큼 박심 논란이 억울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박심 논란. 결코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부산, 인천, 대전, 울산, 경북, 충남, 경남이 모든 지역에서 특정 후보의 박심 마케팅, 그리고 박심 논란으로 선거판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일개 기자인 저에게도 지역에서 박심 논란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피해를 호소하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오곤 합니다. 박심 논란이 선거판의 핵심 이슈가 되다 보니 후보자 사무실 앞에 걸린 대형 현수막에도 그럴싸한 공약보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사진 한 장을 넣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란 이야기까지 들립니다. 당연히 공약 경쟁은 찾아보기 힘들어진 거죠.

평소 친하게 지내는 청와대 직원과 우연히도 박심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지방선거의 박심 논란에 대해 핏대를 세우고 이야기 했더니 그 분이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시더군요. 그리고 한 마디 합니다. "내가 볼 땐 대통령 관심사 리스트엔 각종 현안에 대한 입법화와 통일 이슈 밖에 없다." 통일 이슈는 제가 더 말씀 안드려도 중대성을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물론 지방선거에 나온 분들이 청와대에 있는 분들 혹은 친박 핵심이라고 일컬어지는 분들과 출마를 결심하면서 상의를 했거나 우회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듭니다. 여의도 정가에도 '누구누구가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낙점한 후보다'라는 소문은 수도 없이 돌지요. 하지만 소문일 뿐 실체가 확인된 건 없었습니다.

제가 정치부에 처음 온 게 2007년이고 곧바로 소위 친박 진영을 담당하는 기자가 됐습니다. 박근혜 당시 의원을 본 적도 없을 때였는데 그의 곁에서 십년 넘게 일을 해 온 한 분이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유감스러운 얘기지만 측근의 총탄에 아버지가 운명을 달리하셨는데 너 같으면 측근들에게 네 맘을 보여줄 수 있겠니?" 이후 제가 본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참모들에게 일을 맡기지만 자신의 의중을 100% 보여주는 참모 아니 측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이 박심 논란으로 시끄러운 지금.
대통령은 애시당초 '박심'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마음을 심장 속에서 꺼내본 적이 없었던 건 아닐까요?

JTBC 정치부 구동회 기자
사진=중앙일보 포토DB

관련기사

"나는 친박?" TV토론 질문에…정몽준·이혜훈 'O' 김황식 '△' [지방선거 인사이드] 서울 '주부 표심'이 당락 가른다? [취재수첩] 김황식·정몽준·이혜훈 JTBC 3자 토론회 합의부터 취소까지.. 진실은? 서울시장 경선 TV 토론회 무산…새누리 지도부 책임론
광고

JTBC 핫클릭